낯설고도 아름다운 태국의 숨은 도시들
낯설고도 아름다운 태국의 숨은 도시들
  • 고아라 | 태국관광청
  • 승인 2023.03.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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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역사를 품은 고대 유적지부터 천혜의 자연이 펼쳐지는 국립공원, 현지인들의 삶이 녹아 있는 수상시장까지. 우리가 몰랐던 태국의 새롭고 다채로운 풍경을 따라 근교 도시를 여행해 보자.


깐짜나부리
KANCHANABURI
태국 중앙부에 위치한 작은 도시로 전쟁의 아픔이 서려 있는 도시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일본이 미얀마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깐짜나부리에 군수물자를 운반하기 위한 철도를 설치했는데, 건설 과정에서 10만 명이 넘는 노동자가 희생된 것. 그래서 철도의 이름도 ‘죽음의 철도Death Railway’다. 지금이야 잔잔한 콰이 너이Kwae Noi강과 함께 한없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지만 여전히 곳곳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문화유적이 남아있다. 죽음의 철도는 영화 ‘콰이강의 다리The Bridge on the River Kwai’를 비롯해 여러 영화와 책에서 다뤄지면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도시가 산맥 가장자리에 위치해 태국 내 다른 도시들보다 시원한 점이 매력적이다. 죽음의 철도와 더불어 사이 욕 국립공원, 에라완 국립공원, 사이 욕 노이 폭포 등이 있어 하이킹이나 카약 등 액티비티를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길을 따라 택시를 타고 찾아가는 방법도 있지만 기차를 타고 죽음의 철도 위를 직접 달려볼 것을 추천한다. 여전히 깐짜나 부리를 오가는 수단으로 죽음의 철도가 사용되고 있어 아름다운 창밖 풍경과 함께 오랜 역사를 되새겨볼 수 있다. 기차는 매일 아침 방콕의 톤부리Thonburi 역에서 출발한다.


랏차부리
RATCHABURI
방콕 근교 당일치기 여행지로 유명한 담넌사두악Damnoen Saduak 수상시장이 자리한 도시. ‘랏차’는 산스크리트어의 ‘라자Raja’에서 온 말로 ‘왕’을 의미하며, ‘부리’는 산스크리트어의 ‘푸리puri’ 에서 온 말로 ‘도시’를 뜻한다. 한 마디로 ‘왕의 도시’라는 뜻이다. 랏차부리는 이름 그대로 스완나품 왕국이 있던 유서 깊은 고대 도시다. 덕분에 왕족의 유물과 동굴벽화 등이 남아있어 볼거리가 풍부하다. 가장 인기 있는 명소는 단연 담넌사두악 수상시장이다. 태국 어느 도시를 가도 수상시장을 볼 수 있는데 담넌사두악의 규모가 가장 크다. 태국에서 가장 긴 운하에 열리는 시장으로, 강을 따라 빼곡하게 들어선 나무배들과 배를 가득 채운 각종 식재료가 이색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관광객이 직접 나무배를 타고 운하를 떠다니며 시장을 구경할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도 있다.
매일 방콕 시내에서 담넌사두악 시장으로 가는 버스가 운행해 쉽게 찾아갈 수 있으며 배차 간격도 짧다. 버스 티켓은 방콕 남부 버스터미널인 싸이 따이 마이Sai Tai Mai에서 구입할 수 있다. 담넌사두악 시장 투어 프로그램은 호텔에 문의해 예약할 수 있으며, 코코넛 농장 투어, 설탕 농장 투어가 포함된 패키지 프로그램도 있다.


롭부리
LOP BURI
방콕에서 북쪽으로 130km 떨어진 곳에 자리한 롭부리는 차오프라야 강의 지류인 롭부리 강을 끼고 있다. 방콕에서 3시간이 소요되는 먼 거리지만 태국의 오랜 역사를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어 시간이 아깝지 않다. 지금은 이름조차 낯선 도시지만 7세기에는 몬족의 두바라바티 왕국, 10세기부터 크메르 왕국의 지방 수도로서 크게 번영했다. 아유타야 제국의 나라이 왕 시절에는 두 번째 수도 역할을 하기도 했다. 여전히 이곳에는 나라이왕의 궁전을 비롯해 가장 오래된 유적인 크메르 사원, 성벽 등이 남아있으며, 초대 프랑스 대사인 C.쇼몬의 저택도 볼 수 있다.
롭부리 제일의 명소인 크메르 사원은 3개의 탑으로 이뤄져 있다. 브라마, 비슈누, 시바 등 힌두교의 삼위일체를 상징하는 것이다. 한편 크메르 사원은 ‘원숭이 사원’으로도 유명하다. 역사 깊은 건축물 사이를 원숭이들이 자유롭게 거닐고 있는데, ‘점령했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그 수가 상당하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다소 괴팍한 성향이 있어 물건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에 여행 시 귀중품은 잘 보관하는 편이 좋다.


후아힌
HUAHIN
왕족의 휴양지로 유명한 해변 도시. 방콕에서 차로 3시간 정도 걸려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막상 도착하고 나면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름답고 우아한 자연 풍광과 고즈넉한 분위기가 태국 내 다른 도시들과는 전혀 다른 매력이다. 국가에서 개발 금지 구역으로 지정돼 태국의 옛 모습과 문화도 함께 엿볼 수 있다.
후아힌은 도시 자체가 여행 명소다. 낮에는 유럽의 바다 마을을 닮은 후아힌 해변에서 산책이나 해수욕을 즐기고, 밤이면 야시장에서 도란도란 현지 음식과 함께 수다를 즐기면 그만이다. 그저 머무는 것만으로도 태국 왕실의 여름휴가를 맛볼 수 있다. 그렇다고 관광지가 없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건물로 후아힌 엽서에 단골로 등장하는 후아힌 기차역은 빼놓을 수 없는 여행 명소. 담장이 없어 누구나 들어가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다. 외관이 아름다워 잘 보존된 옛 기차역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방콕에서 후아힌을 잇는 주요 노선이다. 후아힌의 멋진 해변을 담고 싶다면 끄라이깡원 궁전도 좋은 선택이다. 라마 7세가 건설한 왕의 여름 별장으로 멋들어진 건물이 바다를 마주하고 있어 이국적인 풍경을 담을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도 왕족이 휴가를 보내는 곳이기 때문에 일반인 출입은 금지돼 있다.


아유타야
AYUTTHAYA
태국 당일치기 명소로 잘 알려진 도시. 방콕에서 한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데도 도심과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1350년경에 건립된 아유타야는 수코타이 왕족에 이어 타이족의 왕국까지 무려 400여 년간 수도 역할을 했다. 태국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이유다. 당시 수많은 건축물과 사원을 세우며 막강한 왕권을 자랑했지만 1767년 미얀마에게 침략을 받으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사람들의 기억에서조차 서서히 잊힐 무렵, 유네스코에 의해 그 흔적이 하나 둘 발굴되기 시작하면서 아유타야의 화려한 시간은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무려 천 개가 넘는 크고 작은 사원이 모여 있어 도시 일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가장 유명한 볼거리는 왓 차이왓타나람Wat Chaiwatthanaram과 왓 마하탓Wat Mahathat이다. 왓차이왓타나람은 캄보디아 앙코르와트Angkor Wat를 모델로 지어진 불교 사원으로 아름다운 일몰이 유명하다. 왕실 전용 사원으로 지어진 왓 마하탓은 수코타이 왕조시대 건물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아유타야는 호텔을 통해 차량을 예약하거나 여행 전 미리 여행사에서 투어 프로그램을 예약해 관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차를 이용해 스스로 찾아가는 방법도 있지만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치앙마이
CHIANG MAI
1296년 란나타이 왕국의 멩라이 왕이 건설한 도시로, 1345년 란나타이LanNa Thai의 두 번째 수도였다. 아름다운 자연과 오랜 역사가 어우러져 있으며 민족 색이 짙은 풍습 및 축제를 만날 수 있어 방콕 근교 도시 중에서도 인기가 많은 편이다. ‘북방의 장미’라고도 불리는 치앙마이는 태국 제2의 도시지만 방콕처럼 화려하거나 소란스럽진 않다. 대신 차분하고 소담스러운 풍경이 여행자의 마음까지 여유롭게 하는 매력적인 여행지다. 해발 300m의 고산지대라 동남아답지 않은 서늘한 날씨도 한몫을 한다. 덕분에 한때 국내에서 한 달 살기 열풍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여행 명소도 하나같이 한적하게 쉬어가기 좋은 곳들이다. 몽환적인 불상이 곳곳에 숨어있는 무앙온 동굴부터 여행 중 피로가 단번에 씻겨 내려가는 싼캄팽 온천, 온 세상이 초록빛으로 물든 트위촐 보타닉 가든까지.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다양해 바쁘게 움직여야 하지만 어느 곳을 가도 힐링이 되니 힘들지 않다. 마지막 일정으로는 치앙마이 밀림 속에 자리한 왓파랏 사원을 추천한다.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여느 사원들과 달리 한적하고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다. 또한 이곳에 서면 치앙마이의 도시 전경이 내려다보여 답답했던 마음이 뻥 뚫린다.
방콕에서는 흔한 버스나 택시가 잘 다니지 않으니 썽테우와 툭툭이를 이용해 여행해 보자. 썽테우는 현지인들의 대중교통으로 애용되는 트럭식 승합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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