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밤의 미스터리 키친
‘미스터리’이지만 사람 하나 죽지 않고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만 폴폴 풍기는 독특한 미식 미스터리이다. 과즙향 짙은 나파밸리 와인과 로스트비프, 담백한 사케와 짭짤한 오징어 통구이, 차가운 맥주 한 잔과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하게 익힌 다코야키가 연달아 등장하고 그 군침 도는 식탁에 오랜 친구와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게 전부이다. 일곱 개의 단편을 모은 이 단편집은 단편 하나하나의 향과 맛도 강렬하지만, 작은 반전들이 이어지다 마지막 편에서 팡 터지는 반전으로 독자들의 눈을 휘둥그레 만드는데, 한 권의 완성도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작가 특유의 교묘한 트릭이 잘 녹아들어 있는 깔끔한 결말, 코스요리의 화룡점정이다. 1만5500원

헤어질 결심 각본
영화 각본이 선사하는 즐거움 중 하나는 촬영과 편집을 마친 최종 결과물과의 차이를 발견하는 것이다. 은 특히 이런 발견의 즐거움을 풍부하게 담고 있다. 영화 속의 명대사들을 그대로 재확인하는 즐거움도 크다. 〈헤어질 결심〉은 이 ‘확인’의 즐거움이 각별한 작품이기도 하다.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서래의 한국어 대사는 활자로 읽었을 때도 특별한 매력을 풍기며, 해준의 대사 역시 단어 선정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를 천천히 톺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어 대사에는 원문이 함께 실려 있어 그 의미를 더 깊이 살펴볼 기회를 제공한다. 이렇게 영화의 안과 밖을 충실히 담은 각본을 읽고 나면 영화의 여운을 더욱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1만5천원

친밀한 이방인
칠 년 동안이나 소설을 쓰지 못한 소설가 ‘나’는 어느 날 신문에서 흥미로운 광고를 발견한다. ‘이 책을 쓴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신문 전면에 어떤 소설의 일부가 실려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소설을 읽어 내려가던 ‘나’는 충격에 빠진다. 그 소설은 ‘나’가 데뷔하기 전에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문예공모에 제출했던 작품으로, 공모전에서 낙선한 뒤로 까맣게 잊고 지내온 터였다. 신문사에 더이상 광고를 싣지 말라고 연락하자, 뜻밖의 인물이 ‘나’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온다. 육 개월 전 실종된 남편을 찾고 있다는 여자, ‘진’이었다. 놀랍게도 ‘진’은 그녀의 남편이 광고 속의 소설을 쓴 작가로 행세했다고 말한다. 남편의 거짓말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소설가인 줄 알았던 남편이 사실은 여자였고, ‘진’을 만나기 전부터 거짓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왔다는 것. 쿠팡플레이 드라마 <안나>의 원작. 1만3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