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음악 도시를 꿈꾸다
가평, 음악 도시를 꿈꾸다
  • 고아라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2.08.08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필수 '음악역 1939' 공연기획 전문위원

버려진 폐역이 문화 예술공간으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사람과 물건을 나르던 이곳은 이제 문화와 예술을 나르는 중이다. 그리고 이 열차를 운전하는 이는, 가평군의 공연기획 전문위원 강필수 감독이다.


세계적인 음악 축제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이 열리는 가평. 그곳에는 그 이상의 가평을 꿈꾸는 사람이 있다. 가평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거침없이 답변하는 강필수 위원의 모습에서 ‘음악 도시, 가평’을 보았다.

음악역 1939는 어떤 곳인가요?
1939년에 개장했던 옛 가평역 폐선부지를 음악 중심의 문화 예술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곳이에요. ‘가평뮤직빌리지’라는 설명답게 옛 가평 역사 일대에 다양한 음악 관련 공간이 들어서 있죠. 이름 때문에 음악 공연만 즐길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음악을 기반으로 영상, 녹음, 전시, 페스티벌, 영화 등 다양한 문화 예술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어요. 단순히 관람하는 것을 넘어 녹음에 참여하거나 음악을 감상하는 등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도 갖추고 있습니다. 전문적으로 음악 활동을 하는 음악인들을 위해 최상의 장비를 갖춘 녹음실과 숙소, 연습실도 따로 마련돼 있어요. 개인에게는 양질의 휴식을, 음악인에게는 최적의 창작 환경을 제공하는 곳이죠.




폐역을 전시공간으로 활용한 예는 많은데, 음악역은 처음이에요.
신 가평역이 지어지면서 쓸모없게 된 구 가평역을 가평군에서 매입해 ‘음악역 1939’를 세웠어요. 이름 중 ‘1939’는 구 가평역이 세워진 연도입니다. 추억 속으로 사라진 옛 가평의 역사를 기록하고 보관한다는 의미죠. 또한 가평을 흔히 ‘쉼의 도시’, ‘휴양의 도시’라 부르잖아요.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을 비롯한 문화 예술도 자리 잡고 있고요. 휴식과 문화 예술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인 ‘음악역’을 기획하게 된 이유라 생각합니다.

음악역 1939의 공연기획을 맡고 있다고요.
그전에도 문화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페스티벌의 기획을 맡아왔어요. 서울 광장에서 열린 페스티벌 ‘8천5백만 아라리가 났네!’, 포천에서 개최된 ‘포천 힙합으로 평화를 노래하다.’, 3.1운동 100주년 기념으로 열린 ‘여성독립운동가 재조명 콘서트’ 등을 연출했습 니다. 또한 동두천의 두드림 뮤직 센터의 센터장을 맡기도 했어요. 음악역 1939가 버려진 기차역에서 출발했다면 두드림 뮤직 센터는 과거 미군 부대의 근처 클럽을 동두천시에서 구입해 음악 공간으로 변화시킨 곳이에요. 이곳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공연 을 기획했습니다. 지금은 음악역 1939에서 공연기획을 비롯해 섭외, 연출, 홍보, 기술적인 안내 등 관련한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3년 차가 된 음악 공무원입니다.



음악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생소한데요.
전문성이 필요한 특정한 파트에 임기제로 일하는 공무원입니다. 음악이라는 예술이 공연으로 펼쳐지기까지는 그 과정에서 행정적인 부분과 부딪히는 일이 많아요. 공무원은 오전부터 오후까지 일하는 반면 아티스트는 일하는 시간이 자유로운 편이잖아요. 아티스트와 컨택할 때 보통 오전에는 연락이 어렵거든요.(웃음) 이외에도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불가능한 일을 행정적인 부분에서 필요로 한다든지, 반대로 행정적인 부분에서는 불가능한 일을 아티스트 입장에서 환영한다든지 하는 일들이 많아요. 같은 언어를 쓰고 있지만 문화 예술적인 언어는 달라 소통이 원활하지 않거든요. 음악 공무원이 그 사이에서 통역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역 1939와 같이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문화 예술공간에 꼭 필요한 사람이네요.
맞습니다. 공무원은 일반 행정에는 능하지만 아티스트와 소통해야 하는 특수성을 가진 업무는 생소하거든요. 가장 단편적인 예를 들자면, 공연은 주말에 개최돼야 관람객이 편하게 찾아올 수 있는데 공무원은 주말 근무가 거의 없어요. 제가 음악 공무원이 되고 나서 부터 이 부분을 해결하고자 여러 번 제의를 했고, 다행히 합의점을 찾아 지금은 토요일에 근무를 하는 대신 평일인 화요일에 쉽니다. 이렇듯 아티스트와 공공기관의 다른 언어를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중간 역할은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원래부터 공연기획자가 꿈이었나요?
사실 성악을 전공했어요. 부끄러운 얘기지만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는 제가 세상에서 가장 노래를 잘 하는 줄 알았는데, 막상 입학해 보니 저보다 잘 부르는 사람이 너무 많은 거예요. 하지만 음악에 대한 꿈을 접고 싶진 않았어요. 음악을 계속하되, ‘내가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졌죠. 그러다 제가 공연 기획에 흥미를 느끼고 잘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후 공연기획자가 되기 위해 이론과 행정을 계속 공부하면서 끝까지 달려왔어요. 지금은 꿈을 이뤘다는 점과 음악에 관련된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합니다.

지금은 어떤 공연에 참여하고 있나요?
음악역 1939의 주 상품은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GSLGapyeong Saturday Live>입니다. 클래식부터 재즈, 마술, 트로트, 팝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 공연을 선보이고 있어요. 또한, GSL의 야외 버전인 <GMFGapyeong Music Festival>도 야외공연장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매년 전반기와 후반기, 각 1회씩 개최되는데 올해 전반기에는 10cm, 옥상달빛, 여행스케치의 남준봉, 자전거 탄 풍경의 송봉주 등 젊은 세대부터 7080세대까지 아우를 수 있는 공연이 열려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하반기 공연은 8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열릴 예정이며 힙합페스티벌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검색창에 ‘음악역 1939’를 등록하고 친구 추가를 하면 매주 공연에 대한 안내를 받을 수 있어요. 또한 공연 티켓이 오픈되면 선착순으로 티켓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를 통해서만 정보를 얻을 수 있나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를 중점적으로 홍보활동을 하고 있어요. 대부분의 기관에서 콘텐츠 홍보를 위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주로 활용하는 것과 조금 다른 행보죠. 공연과 문화 예술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친구 추가를 해놓으면 음악역 1939에 대한 정보와 공연 안내를 쉽게 받아볼 수 있고 자발적으로 티켓을 신청할 수 있어요. 처음 시작할 땐 0명이었는데, 3년 째인 지금은 4천 명을 훌쩍 넘어가고 있습니다. 저희 공연장은 정원이 약 250명이라 빨리 매진되는 편이에요. 지금 진행하고 있는 공연들도 티켓이 오픈 되자마자 5분 내에 매진돼요.


무료인데다 접근성이 좋아 다른 지역에서도 많이 찾아올 것 같아요.
맞아요. 음악역 1939의 가장 큰 장점 중에 하나가 바로 훌륭한 접근성이에요. 지난 축제 때는 ‘지하철 타면 올 수 있는 가평’이 슬로건이었는데, 실제로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찾은 3천여 명의 관객 중 절반 이상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찾아주셨어요. 덕분에 교통대란도 없었죠. 천혜의 자연 속에서 퀄리티 높은 음악을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데다 접근성까지 좋으니 반응이 좋은 것 같아요. 단, 티켓은 무료이지만 티켓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가평 지역에서 구입한 내역이 있는 영수증이 있어야 해요. 지역 상생을 위한 콘텐츠죠. 기념품을 구입하거나 식사, 커피, 주유 등 어떤 소비인지는 상관 없어요. 기간이나 금액도 마찬가지고요. 100원을 쓰더라도 가평에서 행한 소비라면 자격이 충분합니다!

음악역 1939의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지네요.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GSL>이 매주 토요일에 개최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지금은 이뤘어요. 다음 목표는 음악과 관련된 콘텐츠를 가평 어디서나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피아니스트의 피아노 연주를 광장에서 들을 수 있다던가, 길거리에서 마술쇼가 펼쳐지는 거죠. 롯데월드나 에버랜드 등 테마파크처럼 음악과 관련된 콘텐츠가 365일 펼쳐질 수 있는 도시를 꿈꾸고 있어요. 더불어 <GMF>가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처럼 지역을 넘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축제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음악역 1939를 찾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음악역 1939를 찾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고 편안하게 산책하듯 찾아오는 거예요. 쉼과 휴양의 도시인 가평을 찾는 만큼 너른 잔디밭으로 꾸려진 공원을 걷고 영화 한 편을 보는 거죠. 해가 지면 건물 외관에서 펼쳐지는 빔프로젝터 쇼를 보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다른 하나는 작정하고 GSL이나 GMF의 티켓을 준비해 공연을 마음껏 즐기는 것입니다. 덧붙이자면, 꼭 음악역 1939가 아니더라도 가평은 정말 아름다운 국내 유일의 여행지입니다. 청평면과 설악면 등 총 5개의 면으로 이뤄져 있는데, 각 면마다 다른 매력을 품고 있어요. 여름철 강에서 신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가 하면, 천혜의 자연을 벗 삼아 등산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죠. 데이트 코스로 제격인 남이섬과 짜릿한 액티비티도 있고요. 캠핑장부터 펜션, 풀빌라까지 숙박 시설의 형태도 다양해요. 어느 지역, 또는 어떤 여행을 하느냐를 여행자의 입맛에 꼭 맞게 계획할 수 있는 곳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