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돕는 캠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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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선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2.05.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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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철 트리플래닛 이사

길고 긴 터널을 지나 일상 회복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우리의 삶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지만 우리의 마음과 생각은 전과 확연히 다르다. 자연이 얼마나 두려운 대상인지, 나아가 왜 소중하게 가꾸고 보존해야 하는지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게 깨달은 지금, 우리에게 숲을 선물하는 트래플래닛 정민철 이사를 만나 포스트코로나시대의 변화와 그가 자연을 사랑하는 방법을 들어봤다.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정민철입니다. 만 24세에 트리플래닛이라는 기업을 창업하여 현재 사업개발 총괄을 맡고 있습니다.

트리플래닛은 어떤 회사인가요.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나무를 심는 기업입니다. 나무를 베는 기업은 많지만, 심기만을 위해 존재하는 기업은 트리플래닛이 유일하죠. 나무를 심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사업화해 시민과 기업, 정부와 협력하며 다양한 목적의 숲을 만들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에서 산불 피해 이슈가 큰데, 트리플래닛은 2018년부터 산림청과 협력해 피해지 복구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단순히 나무를 심는 것을 넘어, 산불과 같은 재난을 효과적으로 이겨낼 수 있는 숲의 형태를 연구하고 직접 산림경영을 통해 한반도 환경에 가장 알맞은 숲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죠. 또 코로나19 바이러스, 미세먼지 등으로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식물을 키우는 취미가 늘었습니다. 식테크, 식물집사, 반려식물 같은 신조어도 생겼죠. 트리플래닛은 이러한 트렌드에 힘입어 원예 산업 혁신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국립 세종수목원 등의 국가기관과 협력해 한반도 멸종위기 식물을 대량 증식 복원하고 자생식물을 원예시장에 널리 퍼트리는 사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멸종위기 식물도 충분히 공급해 위기 상황을 벗어나게끔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트리플래닛



기업의 취지가 무척 흥미롭습니다. 사업화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트리플래닛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군대에서 지금의 트리플래닛 김형수 대표를 만났습니다. 뜻이 맞아 2010년 법인을 설립했죠. 당시 환경문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아주 낮았기 때문에 이를 사업적인 방법으로 증폭시켜서 누구나 쉽게 환경문제 해결에 관여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다행히 당시 스타트업 창업 분위기가 좋았고, 여러 창업 선배와 멘토들을 만나면서 운이 좋게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원래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았나요?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 보다는 자연에 대한 동경이 더 컸습니다. 숲에서 뛰어노는 걸 좋아했고 여러 곤충과 동물을 보며 커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환경문제에도 관심이 생겼죠. 미국 유학 중 유럽이나 미국 친구들과 함께 식료품점에 가면 비싸더라도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로컬푸드를 구매하거나, 친환경적인 공법으로 생산된 제품을 고르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에도 이런 문화가 찾아오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유럽 친구들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초등학교 정규 교과시간에 환경교육을 받는다고 해요. 유학 당시의 경험과 선진국 친구들이 환경문제를 대면하는 자세를 보고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정민철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는지, 특히 기억에 많이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와 오드리 헵번 가족과 함께 세월호 기억의 숲을 조성했던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숲이 어떤 사건과 역사를 영원히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더욱 성숙해질 수 있다는 경험을 하면서 나무와 숲의 역할에 대한 이해도가 훨씬 더 넓어졌습니다.

조성한 숲 중 가볼 만한 곳을 몇 곳 추천해주세요.
서울 월드컵경기장 옆 평화의 공원에 트리플래닛이 조성한 두 개의 숲이 있습니다. 하나는 ‘스타숲’인데 스타의 팬들이 값비싼 선물 대신 숲을 만들어 시민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EXO 등 여러 스타의 숲이 함께 모여있죠. 다른 하나는 ‘소녀들을 기억하는 숲’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추모숲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원조경가 황지해 작가님과 함께 만들었으며, 많은 시민이 모금에 동참해 아름다운 정원을 조성했죠.

ⓒ트리플래닛



코로나19 이후 무분별한 개발에 대한 불신, 자연의 소중함에 대한 고찰 등 현대사회에서 잊고 있었던 가치들이 다시 한번 부각 되고 있습니다. 트리플래닛의 사업과도 연관이 깊은데요. 포스트코로나시대에 인간과 자연의 관계는 어떻게 변화할까요.
소득이 올라가면서 여가생활을 즐기는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에서 등산과 캠핑 문화가 빠르게 성장하고 플로깅, 줍깅, LNT 같은 신조어도 등장했습니다. 인재로 인해 큰 산불이 발생하면서 안타까운 상황들도 많았는데요, 트리플래닛에도 숲 조성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문의하는 분들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앞으로는 소비자들도 물건을 구매할 때 환경을 고려한 상품인지를 더욱 꼼꼼하게 살펴보고 결정하는 것은 물론 숲을 이용하는 문화적 수준 또한 성장할 것으로 봅니다.

ⓒ트리플래닛​​​​​​​


캠핑 브랜드 스노우피크와 2018년부터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소개해주세요.
스노우피크는 고객과 함께 다양한 방법으로 숲을 조성해 왔습니다. 2018년부터 산불피해 복구 숲 조성이나 멸종위기종 보호 숲 조성 사업에 참여했죠. 특히 멸종위기종 보호 숲을 위해 경북 봉화군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내 구상나무 숲 조성 사업을 함께 했습니다. 이 외에도 최근 산불로 피해가 큰 강원도 양양과 강릉, 삼척, 정선 등에 산불피해 복구 숲을 조성하기도 했죠.

캠핑을 좋아한다고 들었습니다. 자연과 동화되는 활동인 만큼 이사님과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캠핑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업무상 네팔 출장을 자주 갔는데, 현지 파트너들과 캠핑을 하며 어려서부터 꿈꿔왔던 아웃도어 문화를 접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최근에는 산불피해목을 목공 소재로 어떻게 활용할 수 일을까 고민하다, 4.8m 길이의 보트를 만들어보기도 했죠. 봄과 가을에는 나무를 심으러 숲에 자주 가기 때문에 일정이 끝나고 캠핑을 하고 돌아오기도 합니다.


여러 캠핑 브랜드 중 스노우피크를 좋아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스노우피크는 창업자를 인터뷰한 잡지 기사를 통해 접하게 되었는데, 본사의 위치가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숲속 캠핑장에 있더군요. 캠핑하러 온 고객들을 사무실에서 관찰하며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대나무를 활용한 자연 친화적 소재를 개발하는 등 끊임 없는 노력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렇게 작은 티타늄 머그컵을 하나 사 보고, 또 작은 스토브를 구매하고, 백패킹용 텐트를 구매하고, 리빙쉘과 어메니티 돔을 구매하면서 스노우피크 제품으로 캠핑 장비가 꾸려졌답니다.

트리플래닛의 향후 비젼과 목표, 계획이 궁금합니다.
더 많은 고객이 다양한 방법으로 트리플래닛과 숲을 조성하고, 자연환경 회복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누구나 자연 보호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사회적으로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습니다. 내가 심은 나무가 있는 지역에 산불과 같은 재난이 발생한다면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 되고, 더 관심 갖게 되고 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분들이 늘어날 것입니다. 이런 기회를 가능한 더 많은 시민에게 주고, 함께 한다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개인이 참여할 수 있는 환경문제 해결 방법이 더욱 다양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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