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타고 덕유산과 전주 겨울 만끽하기
KTX 타고 덕유산과 전주 겨울 만끽하기
  • 김경선
  • 승인 2022.01.21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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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 눈꽃산행・전주 한옥마을・라한호텔 즐기기

코로나시국으로 해외여행이 힘들어졌다.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집콕에 지친 이들은 국내로 눈길을 돌렸다. 전국이 한파로 꽁꽁 얼었지만 겨울은 또 겨울만의 운치가 있는 법. 대한민국에도 겨울이면 특히 더 아름다운 여행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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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날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차가 또 얼마나 막힐까’다. 좁은 한국 땅에서 교통체증 없이 오롯이 여행을 즐기고 싶은 에디터에게 KTX는 완벽한 대안이었다. 그래, 이번 겨울은 KTX를 타고 여행을 떠나보자.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을 하던 중 ‘눈꽃산행’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겨울은 눈이지. 힘든 건 싫고, 좀 더 편하게 눈꽃을 보고 싶다고 고민하던 와중 오래전 방문했던 덕유산이 생각났다. 곤돌라 타고 정상까지 올라 보자. 산만 보고 오기 아쉬우니 열차와 연계해 방문할 수 있는 전주 한옥마을까지 코스에 넣었다. 욕심이 늘자 차가 없다는 게 걸림돌이다. 덕유산까지 기차가 당도하지 않고, 한옥마을까지 이동도 쉽지 않으니 국내 여행사 상품을 이용하는 게 편리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번 여행은 편안함과 힐링이 목적이다.

황홀한 설국으로 손쉽게 입성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대전역으로 이동했다. 대전역에서 덕유산 곤돌라를 탑승하는 무주리조트까지 1시간가량 버스로 이동했다. 리조트에서 바라본 덕유산은 새하얀 모자를 뒤집어 쓴 듯 황홀한 설국이었다.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15분을 오르면 1500m 고지 설천봉에 닿는다. 기우뚱거리는 곤돌라를 타고 있자니 기분이 색다르다. 무릇 산행의 기쁨이야말로 힘겹게 발품을 판 후에 맛보는 정상의 희열이 아니었던가. 설천봉에 도착하자 사방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이 얼굴을 마구 할퀸다.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추위에 서둘러 장비를 챙기고 옷매무새를 여미느라 바쁘다.

상제루를 지나 향적봉으로 향하는 길, 지금까지 보던 눈꽃은 맛뵈기에 불과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설국의 품은 동화책 속에서나 나올 법한 환상적인 풍광을 보여줬다. 순백의 터널이 길게 늘어선 길은 지나는 사람의 마음을 정화시킬 만큼 깨끗하기만 하다.

붉은 주목 위에 대조적으로 내려앉은 하얀 상고대는 따사로운 햇살을 반사하며 눈부신 황홀경을 연출한다. 어떤 풍경화가 이보다 더 아름다울까. 색색의 꽃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닐 터. 같은 색 조각이지만 어느 하나 같은 모양, 같은 느낌이 없다.

어느새 눈앞으로 향적봉이 성큼 다가왔다. 곤돌라에서 내려 걸은 지 이제 겨우 20분인데 벌써 향적봉 정상. 왠지 죄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하늘은 파란 물감을 금방이라도 뚝뚝 흘러내릴 듯 청명하기만 하고 사방으로 켜켜이 늘어선 산그리메는 물결을 치며 하늘과 맞닿아 있는데, 아무런 수고로움 없이 이 아름다운 풍광을 보아도 되는 걸까? 정상에서 바라보는 능선의 흐름은 감탄사를 절로 내뱉게 만든다. 북으로는 가까이 적상산의 산봉 일대가 힘찬 기세로 펼쳐지고 그 너머로 황악산과 계룡산이 아스라한 풍경을 그려낸다. 남덕유와 서봉이 백두대간 줄기를 타고 흘러가는 남쪽 일원은 날씨가 좋아 천왕봉에서 노고단으로 줄달음질 치는 지리산 주릉까지 선명하게 드러난다. 동쪽 풍광은 더욱 기가 막히다. 켜켜이 겹을 이룬 산줄기 너머로 가야산과 금오산이 농담을 달리하며 수묵화의 한 장면을 연출한다.

향적봉에서 중봉까지 다시 20분. 길은 여전히 풍만하다. 등산로 옆으로 펼쳐진 포근한 눈밭에는 물 만난 고기처럼 신나게 뛰노는 아이들이 북적인다. 그 모습이 부러워 스틱으로나마 포근한 눈을 콕콕 찔러본다. 설국의 매력에 빠져 산행한 후 길을 되돌아 설천봉으로 되돌아왔다. 더 본격적인 산행을 하고 싶다면 무주구천동으로 하산할 수 있지만 이번 여행의 목적은 편안함(?)이니 이쯤에서 곤돌라로 편하게 하산했다.

한옥마을 내려다보는 전주 뷰맛집 라한호텔
전주 여행의 핵심은 한옥마을이다. 아름다운 우리 전통의 멋을 만끽하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늘 북적이는 곳이다. 라한호텔은 2년 전 전주 한옥마을에 문을 열었다. 즐거움을 뜻하는 순우리말 ‘라온’과 한국의 ‘한’을 조합해 이름 지어진 ‘라한호텔 전주’는 한옥의 정취를 품은 호텔로 유명세를 탔다. 한옥 뷰와 세련된 인테리어, 특별한 감성 공간들로 무장한 호텔은 MZ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호텔 내부에 <전주산책>도 인기 비결. 수만 권의 큐레이션 도서를 비롯해 다양한 디자인 소품, 아트웍 컬래버레이션 전시품 등이 있다. 아담한 카페에서 여유롭게 독서를 즐기기 좋다.

라한호텔 전주는 총 6개 타입의 195개 객실로 구성돼 있다. 패밀리 객실부터 한옥을 닮은 온돌 객실, 어린 자녀들을 위한 콘셉트 객실까지 다양해 누구와 함께 방문해도 편안한 호캉스를 즐길 수 있다. 디럭스룸은 차분한 월넛 브라운과 페일 그레일 톤으로 꾸며져 모던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다. 이중 ‘세미한옥뷰’ 객실은 전주 한옥마을과 전주 시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스위트 트윈 한옥 뷰’는 거실과 침실이 구분된 객실로 안락한 소파와 탁 트인 한옥마을 전경이 여행의 피로를 깨끗이 씻어낸다.

고즈넉한 아름다움 간직한 전주 한옥마을 즐기기
다음날 목적지는 전주 한옥마을이다. 교동·풍남동 일대에 형성된 한옥마을에는 약 700채에 달하는 한옥들이 몰려 있다. 마을 안에는 한옥생활체험관, 공예공방촌, 공예명인관, 전통술박물관, 최명희문학관, 공예품전시관 등의 문화시설이 있어 숙박뿐만 아니라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게 마을을 꾸몄다.

전주 한옥마을은 여느 한옥촌과 달리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긴다. 이미 70년 전에 터를 잡고 처마와 담장을 맞대고 살아온 소소한 삶의 내력들이 골목마다 남아있어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급조한 한옥촌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해서 한옥마을 가정집들은 다들 사는 형편에 맞게 민박을 친다.

전주 한옥마을은 젊은 여행자들이 유독 많다. 전국의 수많은 한옥마을 중에서도 전주 한옥마을이 인기인 이유는 사람들 옷차림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스스럼없이 한복이나 개화기 의상을 입고 돌아다닌다. 언뜻 과거로 시간을 되돌린 듯하다. 한옥마을 곳곳에 한복과 개화기 의상을 대여해주는 상점이 많다. 도심 한복판에서 한복 차림이 낯설지언정 이곳에서는 다르다. 기억에 남는 특별한 여행을 계획한 여행자들은 너도나도 과거의 복장으로 환복을 하곤 한다. 대여점에서는 옷뿐만 아니라 헤어스타일을 매만지는 것은 물론 옷에 맞는 소품도 대여해준다.

한옥마을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로 먹거리를 빼놓을 수 없다. 전주만큼 길거리 음식이 다채로운 곳이 또 있을까? 전주한옥마을을 구경하다 배가 헛헛해졌다면 길거리에 가득한 맛있는 냄새를 따라가자.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전주의 길거리 음식들을 만나게 된다. 전주의 대표 길거리 음식이 된 수제 초코파이, 신박하지만 맛 좋은 닭날개볶음밥, 익숙한 듯 특별한 맛 바게트 버거, 전주 대표 별미인 비빔밥의 변신 전주비빔밥고로케, 비주얼 폭발하는 문강정 등 셀 수 없이 많은 미식의 세계가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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