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만난 선물
겨울에 만난 선물
  • 고아라 | 정영찬 사진기자, 아웃도어DB
  • 승인 2022.01.0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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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자연 여행

평창의 깊은 산골에도 새로운 한 해가 찾아왔다. 마음 한구석에서 작은 희망이 자꾸만 눈꽃처럼 피어오르는 1월, 새하얀 설원과 맑은 공기가 가득한 평창 자연 여행은 어떨까.

켄싱턴 플로라 가든

켄싱턴호텔 평창 건물을 둘러싸듯 조성된 정원. 국내 최대의 프랑스식 가든으로 규모가 2만여 평에 달한다. 곳곳에는 평창의 자연과 어우러지도록 목재로 만든 다양한 놀이 기구가 있는 키즈 플레이그라운드, 양과 사슴 등 다양한 동물들과 사진을 찍고 먹이를 줄 수 있는 애니멀 팜, 텐트에서 오붓하게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글램핑 빌리지, 신선한 식재료를 직접 가꾸는 셰프의 가든 등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유독 커플이나 가족 단위의 여행자들이 이곳을 자주 찾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인기가 많은 스폿은 정원 가장 안쪽에 자리한 자수 정원이다. 프랑스의 상트르주 앵드르에루아르에 있는 ‘빌랑드리 자수정원’을 그대로 옮겨 놓아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하다. 유럽에서나 볼 법한 궁중 정원을 닮은 데다 정원 뒤로 오대산의 수려한 풍광이 펼쳐져 평창 인증숏 성지로 꼽힌다. 이름처럼 한 땀 한 땀 자수를 놓은 듯 독특한 패턴의 나무도 인상적이다. 진실된 사랑, 정열적인 사랑, 변덕스러운 사랑, 비극적인 사랑 등 시간에 따라 변하는 사랑의 감정을 4가지로 표현했다고 하는데, 어느 패턴이 어떤 사랑을 의미하는지 맞춰보는 재미도 있다.

강원 평창군 진부면 진고개로 231

밀브릿지

요즘 SNS에 ‘평창 여행’을 검색하면 가장 많이 등장하는 명소다. 어디선가 요정이 튀어나와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신비로운 분위기의 전나무 숲길과 갤러리를 닮은 모던한 숙소 사진이 평창 여행을 앞둔 여행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밀브릿지Mill Bridge’라는 이름은 이곳에 자리하고 있는 방아다리 약수터의 영문명에서 따왔다. 밀브릿지는 오대산국립공원 내에 조성된 자연체험학습장으로, 60년 넘게 가꿔진 전나무 숲 안에 숙박시설, 산책로, 약수 체험장, 명상원, 미술관, 카페, 식당 등 다양한 시설이 자리한다. 전나무 숲과 어우러지는 차분한 톤의 건물들이 인상적인데,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승효상이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하다. 총 18개 객실로 이뤄진 숙박시설은 몇 달 전부터 미리 예약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아이보리빛 벽과 원목 마루가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제공하고 넓은 창에는 전나무 숲이 한 폭의 그림처럼 담기기 때문. 카페와 식당은 숙박을 하는 고객 전용이지만 산책은 입장료 3천원만 지불하면 누구나 가능하다.

강원 평창군 진부면 방아다리로 1011-26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숲길

평창의 대표 관광 명소인 오대산 일대의 전나무 숲길은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여행자들이 꾸준히 방문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 찾아오는 것.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의 촬영 장소로 알려지면서 더욱 많은 관광객이 찾았다. 이 전나무 숲길은 월정사의 일주문부터 금강교까지 이어지는 약 1km의 산책로인데, 무려 1700여 그루의 전나무가 빽빽하게 모여 있어 마치 바깥 세상과 차단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오로지 이 숲길을 걷기 위해 월정사를 찾는 여행자도 많다. 숲길을 걷는 내내 온몸을 감싸오는 듯한 피톤치드 향도 좋지만 전나무 위로 내려앉은 새하얀 눈은 근사한 풍경을 선사해 겨울에도 여전히 인기다. 원래 소나무가 울창했던 이곳이 전나무 숲이 된 데에는 재밌는 일화가 있다. 고려 말 무학대사의 스승인 나옹선사가 부처에게 공양을 하고 있는데 소나무에 쌓였던 눈이 그릇으로 떨어진 것. 이때 어디선가 나타난 산신령이 공양을 망친 소나무를 꾸짖고는 전나무 9그루가 대신 절을 지키게 했다는 것이다. 약 천년 전에 생긴 전나무가 천년의 세월을 지키고 있는 셈. 오대산의 전나무 숲을 ‘천년의 숲’이라 부르는 이유다.

강원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로 350-1

평창 보타닉가든

횡성에서 국도를 따라 달리다 평창에 진입하면 관문 격인 고갯마루에서 평창 보타닉가든을 마주하게 된다. 해발 고도 700m 지점에 자리한 아기자기한 정원이다. 잣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더욱 아늑하게 느껴지는 이곳은 도시 생활을 접고 평창의 한적한 산골 마을에 살기 위해 찾아온 부부가 오픈한 수목원. 부부의 손으로 한 땀 한 땀 정성껏 가꿔 완성했기 때문에 크고 화려하진 않지만 그래서 더욱 정감 가는 곳이다. 평창 곳곳에 많은 농원과 테마공원이 있지만 이곳에 조금 더 마음이 가는 이유는 관광객이 아닌 ‘자연’을 위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구절초, 펜스데몬, 한라부추, 좀개미취 등 야생화 50여 종과 자엽자두, 화이트핑크셀릭스, 서부해당화, 꽃사과와 같은 나무 50여 종이 모여 있어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뽐낸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정원을 거닐다 보면 자연과 조화를 이룬 유럽풍 건축물이 등장하는데, 다양한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카페다. 카페에는 나무 데크로 지어진 야외 테라스가 있어 잠시 쉬어가기 좋다. 이외에도 분수가 있는 연못, 온실 정원, 스몰 웨딩이나 음악회 등이 열리는 야외무대 등 다양한 부대시설이 정원 곳곳에 마련돼 있다.

강원 평창군 방림면 고원로 63

사진제공 한국관광공사
사진제공 한국관광공사

백룡동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더욱 신비로운 동굴이다. 1976년 주민들이 발견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으며 이후로도 한동안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웠다. 그러던 2010년 여름, 사람의 손을 타지 않아 석회동굴의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한 백룡동굴이 30여 년만에 개방됐다. 인공시설을 최소화하고 입장 인원을 한정해 여전히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동굴 들머리에 들어서면 온돌과 아궁이의 잔여물이 눈에 띈다. 무려 서기 1800년 것으로 조선시대 누군가의 피난처였던 흔적이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면 벽과 천장 전체를 수놓은 종유석과 석순을 발견할 수 있다. 천장에는 밤하늘을 가득 채운 별처럼 작은 물방울들이 빛을 내고 있다. 몸을 한껏 웅크려 좁은 길목을 지나 깊숙한 곳으로 향할수록 때묻지 않은 자연 동굴 그대로의 모습이 펼쳐진다. 샹들리에처럼 매달린 종유석, 꽃처럼 피어오른 석순, 이 둘이 만나 얼어붙어 폭포수가 된 석주 등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풍경이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국내 최대 규모인 11m길이의 동굴커튼과 에그프라이형 석순은 절로 탄성을 지르게 된다.

강원 평창군 미탄면 마하리

안반데기

국내 최대의 고랭지 배추밭 안반데기는 60만 평이 넘는 배추밭과 감자밭이 해발 1100m에 위치한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고랭지 채소밭이다. 왕산골 절경을 지나 닭목령에서 한숨 돌리고, 안반덕길로 접어들어 도암댐 줄기 따라 펼쳐지는 원시림 속을 구불구불 오르다보면 숨이 ‘탁’ 멈출 만큼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진다. 1965년 이후 화전민들이 산비탈을 개간해 일궈낸 땅에 현재 약 20개 농가가 배추며 무, 각종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안반데기는 1월이면 일출을 보기 위해 찾는 관광객들로 붐빈다. 안반데기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눈 쌓인 능선과 그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는 일출이 장관이다. 밤에는 별을 관찰하고, 새벽에는 일출을 감상할 수 있어 겨울 백패킹 성지로 불리기도 한다. 단, 눈이 내렸을 경우 자동차가 정상까지 올라가지 못한다.

강원 강릉시 왕산면 안반덕길 428

태기산

강원도 횡성과 평창, 홍천 등 세 지역을 거느리고 있는 산. 해발고도 1261m로 횡성에서 가장 높다. 풍부한 적설량으로 ‘겨울 왕국의 현실판’이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설경을 자랑한다. 본래 이름은 덕고산이었으나 삼한시대 진한의 마지막 왕인 태기왕이 산성을 쌓고 신라에 대항하던 곳이라 하여 이름을 고쳐 부르게 됐다.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자랑하지만 특히 겨울이면 상고대를 보기 위한 등산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산 전체를 온통 새하얗게 덮을 만큼 눈이 내리면 오히려 날이 따뜻할 때보다 더 많은 백패커들이 모여든다. 산행은 횡성 둔내면에서 평창 봉평면으로 넘어가는 고갯마루인 양구 두미재에서 시작한다. 산 정상에 군부대시설이 있어 입산이 통제되지만 양구두미재 입구에서 임도를 따라 올라가는 코스를 이용하면 태기산의 아름다운 절경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 또한 산세가 평탄하고 소요시간도 3~4시간 정도라 가벼운 트레킹을 즐기기 좋다.

강원 횡성군 둔내면 화동리

봉평메밀꽃밭

꼭 겨울이 아니더라도 온 세상이 하얗게 물든 설원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이효석의 단편소설 에서 묘사된 봉평의 메밀꽃밭이다. 소설 속 허생원이 20여 년 전 만난 처녀의 아들 동이가 친자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푸른 달빛에 젖은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이곳이 묘사됐다. 이효석의 생가와 소설 속 배경으로 등장한 메밀꽃밭이 자리해 1990년 ‘이효석문화마을’로 지정된 이곳은 봉평면 창동리 마을이다. 매년 가을이면 수만 평에 이르는 들판에 어김없이 하얀 메밀꽃이 만개해 장관을 이룬다. 가을바람이라도 불어오면 마치 마을 전체에 눈보라가 치는 듯 새하얀 물결이 일렁인다. 메밀꽃밭 일대에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봉평장터와 흥정천, 물레방앗간을 비롯해 이효석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만든 가산공원, 이효석문학관 등이 모여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특히 문학관에서는 이효석의 작품 세계와 유품, 작업실 풍경 등 다양한 전시품을 관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언덕 위에 자리해 평화로운 마을 풍경이 시원스레 펼쳐져 인기가 많다.

강원 평창군 봉평면 창동리 7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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