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빛 망토를 입다
핑크빛 망토를 입다
  • 김혜연 | 김혜연
  • 승인 2021.05.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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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천주산 백패킹

경남 창원에는 높이 640m의 아담한 산이 있다. 그 산은 봄이 오면 수줍은 소녀의 볼처럼 산등성이가 핑크빛으로 물든다고 하여 진실을 확인하러 떠났다.

봄의 설렘
봄에만 만나는 진달래 물결을 보기 위해 이른 새벽 창원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흔들리는 버스 안, 커튼을 비집고 들어오는 눈부신 햇살에 잠에서 깨어 빼꼼히 내다본 창밖은 축제 현장이었다. 조용한 날들 중에 언제 이렇게 열심히 싹을 틔우고 꽃봉오리를 팡팡 터트렸는지, 무심히 지나칠 뻔한 게 미안할 정도로 진달래가 한창이었다. 창밖에 펼쳐지는 그림 같은 풍경에 천주산으로 향하는 설렘이 더욱 커졌다. 이번 산행은 달천계곡 주차장에서 시작해서 진달래 능선에 마음껏 취한 뒤 정상을 찍고 원점 회귀했다.

핑크빛 물결로 입장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천주산 주차장은 인산인해였다. 부지런히 산행 준비를 마치고 초록의 숲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초입은 편안한 숲길이 이어진다. 곧고 길게 뻗은 나무들 사이로 포근한 흙길이 계속되는데, 길목마다 이제 막 고개를 내민 연둣빛 나뭇잎들이 등산객을 반겨줬다. 덕분에 머리는 물론 마음마저 맑아지는 기분이다.

숲길을 지나 오르막이 시작되고 조금 힘을 내서 오르니 사방이 탁 트이면서 천주산 주변 경치가 눈앞에 펼쳐졌다. 때마침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한숨 돌리고 산행을 이어갔다. 걷는 중간중간 나무 사이를 비집고 분홍색 능선이 보일락 말락 밀당했다. 빠른 발걸음을 따라 만남의 광장에 닿았다. 만남의 광장은 천주산의 여러 등산로가 만나는 기점이다. 우리는 지체 없이 정상을 향해 이동했다.

이제는 계단의 연속이다. 정상까지 길게 늘어선 계단 양옆으로 분홍빛 진달래가 방끗방끗 우리를 마주하고 있어서 긴 계단도 힘들지 않고 수월하게 오를 수 있었다. 예쁜 진달래 덕분에(?) 정상에 도착하는 시간이 더뎌졌지만, 진달래가 예쁘니까 괜찮다.

계단을 올라갈수록 진달래가 시야에 가득히 들어왔다. 하늘과 맞닿은 진달래는 더 빛나고 아름다웠다. 여기저기 환호성이 쏟아졌다. 조용히 혼자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많은 사람과 함께할 때 감동이 배가 되는 것 같다. 서로 질서와 규칙과 자연에 대한 배려만 잘 지켜준다면 말이다.

능선 위의 아름다움
진달래와 사람으로 뒤섞인 계단을 지나 드디어 진달래 능선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정상 부근에 도착했다. 진달래로 뒤덮인 능선을 마주하자 감동이 몰려왔다. 핑크빛 망토를 걸친 산등성이에 이따금 바람이 불 때면 진달래가 흔들거렸는데, 그 모습이 마치 핑크빛 바다를 보고 있는 듯했다. 가만히 전망대에 기대서 한없이 분홍 능선을 보고 있는 것으로도 충분히 치유되고 행복했다. 때론 무엇을 하지 않아도 무엇을 하는 것보다 커다란 보람을 찾을 수 있는데, 바로 이때가 그랬다.

햇볕을 받은 진달래, 뉘엿뉘엿 지는 태양 빛을 받은 진달래, 어둠과 함께하는 진달래, 새벽 싱그러운 햇볕과 함께하는 진달래는 전혀 다른 색상과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우리를 마주했다. 이것이 바로 자연이 만드는 신비함이다.

오묘한 색을 뽐내는 진달래 양탄자
천주산 등산객의 발길은 늦게까지 계속됐다. 해가 지고 등산객의 발길이 잦아 들고서 간단히 야영지를 구축했다. 서로에게 즐거운 아웃도어 활동을 위해 앞으로는 이곳을 산행으로만 찾기로 했다.

새벽 4시 30분 정도가 되자 일출과 함께하는 진달래를 카메라에 담고자 하는 사진가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어둠 속에서 애타게 기다리는 일출, 그 애타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양은 더디게만 떠올랐다.

어둠을 뚫고 멀리서 주황빛으로 하늘을 갈라놓는 여명과 함께 진달래도 무르익어간다. 흐린 날씨에 기대하지 않았던 태양은 우리 기다림을 위로라도 해주듯 동그랗게 뽕하고 솟아올랐다. 일출 감상 후 또 찾아올 등산객에게 분홍 양탄자를 양보하고 빠르게 하산했다. 지금까지도 일출과 함께 장관을 이루던 진달래 능선의 아름다운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 설레는 여운은 오래도록 함께할 것 같다. 이번에도 자연에서 얻은 마음의 양식으로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 앞으로의 일상을 거뜬히 버텨낼 예정이다.

아낌없이 내어주는 자연에게 어김없이 감사하며 흔적 없이 백패킹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많은 백패커 그리고 등산객도 같이 고민해보았으면 좋겠다. 오래도록 백패킹을 다니면서 양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않고, 또 무의식중에라도 그런 일을 하지 않으려고 고민하고 애썼다. 다 같이 서로 노력해서 함께 즐거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 그것이 무엇이든 자연스럽게 말이다.

Sleep Outside! Have Fun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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