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들어 온 정원
집으로 들어 온 정원
  • 박신영 기자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1.04.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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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 '정원놀이' 가드닝 원데이 클래스

망원동 끝자락에 자리한 가드닝 숍 정원놀이. 초록초록한 식물과 꽃을 틔운 화초들이 마음 한편에 싱그러운 힐링을 선사해준다.

봄을 위한 소소한 행복
우리 초등학교만 그랬는지 몰라도 이상하게 매년 식물을 키우라는 숙제를 해야 했다. 대파, 방울토마토, 선인장 등 학년이 높아질수록 귀찮은 숙제가 늘어났다. ‘으~ 벌레 싫어’라면서 대충 모양새만 갖춰 내팽개치듯 제출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 이후로 식물을 무시하고 살았었다.

그런데 요즘엔 식물을 보곤 쉽게 지나치지 못한다. 꽃망울이 맺힌 나무를 보고 코끝이 찡해지거나, 난초의 고상함을 닮고 싶어진다거나, 겨울에도 푸른 소나무 앞에서 괜히 감사함을 느끼는 일이 많아졌다. 심신이 힘들었던 겨울을 지나 봄이 성큼 다가와서 그런가. 텅 비었던 마음속 한편에 식물에 대한 애정이 조금씩 자리 잡고 있었다.

봄도 왔고 마음도 들떠 있으니, 망원동의 정원놀이가 눈에 들어왔다. 예쁜 건물 2층 통유리 안으로 슬며시 보이는 식물들이 어서 들어오라고 인사를 건네는 기분이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 정원놀이 최정원 대표가 해사한 웃음을 띠고 반겨주었다. 화려하지 않지만 소박한 아름다움을 지닌 식물이 최 대표 뒤로 단정하게 놓여 있다. 진한 꽃향기와는 달리 은은하고 기분 좋은 냄새도 후각을 자극한다.

정원놀이에서는 초보 가드너를 위한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한다. 농장에서 가져온 다양한 식물 중 하나를 골라 예쁜 화분에 심는 과정이다. 대부분 일대일 수업으로 진행되며 이론과 실전 체험을 함께 진행해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오늘은 초보자가 키우기 쉬운 관엽식물인 호프셀렘을 화분에 옮겨 심는 원데이 클래스다.

화분에 호프셀렘 심기
작은 플라스틱 포트에 담긴 호프셀렘이 위태로워 보인다. 보통 농장에서 출하한 식물은 뿌리를 꽉꽉 눌러 넣은 작은 포트에 담겨 오기 때문에 뿌리가 자랄 공간을 충분히 갖춘 화분에 옮겨야 한다. 그래야 식물이 오랫동안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장갑을 착용하는 것부터 원데이 클래스가 시작되지만 에디터는 장갑을 착용하지 않는 걸 추천한다. 물론 손톱에 흙이 끼지만 맨손으로 흙, 돌, 식물을 만졌을 때 느껴지는 감각이 은근한 안정감을 준다.

포트를 망치로 톡톡 두드려 호프셀렘과 포트를 분리하고 뿌리 상태를 확인한다. 뿌리에 이상이 없으면 흙 위에 놓인 동그란 비료를 털어 낸다. 이 비료들은 농장에서 식물을 빨리 출하하기 위해 뿌려진 것들인데 집에서 키울 때는 농장에서 키울 때보다 햇볕이 많지 않아 오히려 비료가 식물 성장을 해칠 수 있다.

이후엔 흙을 배합한다. 흙은 배수가 잘되고 통풍이 좋도록 배합하는 게 좋다. 배수가 잘되지 않으면 초보 가드너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과습이 와 뿌리가 썩고 잎이 시들시들해진다. 정원놀이에서는 상토와 난석을 배합한다. 상토는 실내용 식물에 적합한 흙이다. 집 앞 화단의 흙이나 거리의 흙 등 야외 흙에는 많은 균이 들어 있어 식물 성장을 저해한다. 따라서 세척한 흙을 사용해 세균과 벌레의 서식을 방지해야 한다.

화분 맨 아래 깔 망으로 코코넛 껍질을 올린 뒤 배수층 역할을 하는 난석을 깔고 상토와 난석을 배합한 흙을 평평하게 넣는다. 이때 손으로 흙을 꾹꾹 누르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게 좋다. 손으로 흙을 누르면 그 부분만 배수가 안 된다.

이제 거의 다 됐다. 포트에서 분리한 호프셀렘을 화분에 넣고 수형을 잡는다. 수형이란 식물의 생김새다. 식물을 키우는 사람이 보기 좋은 방향 또는 새로 나오는 잎의 높이를 고려해 수형을 잡는다. 호프셀렘의 수형을 손으로 고정하고 배합한 흙을 화분에 꽉 차게 넣어 준다. 이때도 마찬가지로 손으로 흙을 다지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물을 넉넉히 준비한다. 수돗물을 써도 괜찮지만, 수돗물에는 식물에 해를 끼치는 염소 성분이 들어 있다. 염소 성분이 날아가도록 반나절 이상 받아 놓은 수돗물을 사용하는 게 좋다.

화분에 물이 찰랑거릴 정도로 과감하게 물을 준다. 배수가 완료되면 흙 위에 뽀글뽀글 기포가 올라오는 것을 포착할 수 있는데, 이는 흙 속의 공기층이 빠지는 현상이니까 놀라지 않아도 된다. 물이 완전히 빠진 후 흙을 손으로 살짝살짝 정리하면 끝.

조금 더 미적 감각을 살리고 싶다면, 마감재 돌인 마사를 올리기도 한다. 다만, 흙의 상태를 체크하고 물을 줘야 하므로 추후에 번거로울 수 있고 통풍이 잘되기 위해서는 공기와 흙이 닿아 있는 게 좋다.

MINI INTERVIEW 정원놀이 최정원 대표
가드닝의 인기를 실감하나요?
한국의 가드닝은 미세먼지가 이슈일 때부터 유행했어요. 당시에 공기정화 식물이라고 해서 여인초, 필란드시아, 몬스테라가 인기몰이를 했죠. 그러다 코로나19가 터지고 가드닝이 더욱 활성화됐어요. 집 밖에 나가지 못하니까 자연을 집안에 들이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거죠. 초록초록한 식물을 보고 마음이 편안해지거나, 가끔 비료를 주려고 창문을 열어 두는 등 식물을 관리하면서 가드너 스스로도 리프레시 된다고 해요.

정원놀이는 어떤 클래스를 진행하나요?
정원놀이는 식물을 판매하기도 하지만 주로 가드닝 클래스를 운영해요. 가드닝 원데이 클래스, 식물 디자인인 이달의 클래스, 취미반, 전문가반, 창업반 등으로 클래스가 나뉘어 있어요. 식물별 특징, 관리, 구매 방법 등 이론은 물론 실전 식재도 함께 진행합니다. 보통 일대일 수업으로 진행하는데 수업별로 적게는 1시간 30분, 많게는 8시간까지 시간이 걸려요.

가드닝 클래스를 통해 창업하거나 취업한 사람도 있나요?
정원놀이 클래스 중에서도 전문가반의 수요가 많아요. 식물 관련 직장, 식물원 실내 조경 팀, 식물 디자인 등에 취업하려는 수강생이 늘었거든요. 정원놀이 가드닝 클래스를 수료한 후 취업한 사람도 있고 가드닝 숍을 오픈한 사람도 있을 정도로 전문 가드닝이 인기예요.

정원놀이 2호점 오픈도 생각하고 있다던데
올해 정원놀이를 확장하고 2호점도 오픈할 계획이에요. 2호점은 키즈를 위한 가드닝 숍으로 꾸밀 생각이고요. 아이들이 와서 흙놀이 하고 식물도 키울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어요. 또 캠핑 가드닝 클래스를 열고 싶어요. 타프 아래서 옹기종기 모여 가드닝 클래스를 하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캠핑장을 오픈해서 가드닝 수업을 하고 수강생들과 식물을 만지면서 대화도 나누고 싶고요.

정원놀이
서울 마포구 망원로2길 96 2층
010-5153-1189
00:00~24:00(인스타그램 또는 전화로 방문 예약 필수)
@garden.n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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