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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스 레터] 2021년 2월호
[에디터스 레터] 2021년 2월호
  • 김경선
  • 승인 2021.01.25 10: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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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찾아온 최강 한파

최근 몇 년간 겨울이 겨울 같지 않았다. 아웃도어 업계에 종사하는 에디터는 한파 소식에 민감하다. 아웃도어 브랜드 최대 매출이 겨울철 다운 재킷 판매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올겨울도 비슷했다. 짧은 가을을 지나 성큼 찾아온 겨울은 초반의 기세가 무색하게 연일 포근했다. 추운 것보다야 포근한 겨울이 낫다지만 ‘겨울철에는 기온이 높을수록 미세먼지가 심해진다’는 나름의 규칙(?)을 찾아낸 에디터는 따뜻한 겨울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안 그래도 답답한 집콕 생활 중 환기까지 제한하는 미세먼지는 코로나 블루를 재촉하는 촉매제였다.

반전은 겨울의 중반 무렵부터 시작됐다. 기온이 영하로 뚝뚝 떨어지다 못해 ‘서울 20년 만에 최강한파’라는 뉴스 타이틀이 포털에 떴다. 갑작스러운 대설주의보로 퇴근길은 지옥 같은 교통정체에 빠졌고, 쌓인 눈은 고스란히 얼어붙었다. 올겨울 한파는 비단 한국만의 뉴스가 아니다. 따뜻한 나라 대만에서는 한파로 1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사하라 사막은 새하얀 눈으로 뒤덮였다. 스페인, 미국, 중국, 일본 등 전 세계는 지금 혹한과 폭설로 몸살중이다. 이유는 역시 지구온난화다. 북극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찬 공기의 남하를 막아주는 제트기류가 약해진 탓에 북반구의 한기가 유럽과 아시아까지 쏟아져 내려왔다.

오랜만에 찾아온 한파가 반가운 산업도 있다. 기온이 낮아질수록 다운 패딩 판매량이 급증하니 아웃도어 시장은 한파가 반갑기만 하다. 지구온난화로 한파가 찾아오면 다운 재킷의 판매가 급증하고, 다운 충전재의 수요가 증가하면 거위, 오리 같은 물새들의 희생이 늘어나는 자본주의 사회의 벨류체인. 이 순환의 고리를 가만히 보고 있자니 이번 호 내내 붙잡고 있었던 주제 ‘가치소비’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는다.

여행도 금지, 외출도 자제, 모임도 약속도 모두 멈춘 사회. 사람들은 사회가 정상화되길 손꼽아 기다리며 보복 소비를 준비중이다. 그동안 절제했던 소비 욕구가 일시에 폭발하면 경기는 전처럼 활기를 띄게 될 것이다. 수요가 늘면 공급도 늘어나는 법.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사실은 이 세상 모든 물건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지구를 아껴 쓰지 않으면 어떠한 참사가 일어나는 지 우리는 지난 한해 뼈저리게 느꼈다. 제2의 코로나, 제3의 코로나를 맞이하고 싶지 않다면 우리의 소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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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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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6 02:42:08
정말 공감합니다. 보복 소비는 정말 문제네요 코로나를 겪으면서 더욱 친환경, 필환경 시대에 대한 요구가 커져야 함을 절실히 느낍니다. 가치 소비를 이번호 주제로 잡으신 것에 대해 기대가 커요!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