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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시간이 새겨진 땅
지구의 시간이 새겨진 땅
  • 글 사진 조혜원
  • 승인 2020.10.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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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 트레킹 길

연천의 트레킹 길은 수만 년의 시간을 품은 땅을 걷고, 때묻지 않은 자연을 오롯이 마주할 수 있다. 계절의 경계를 걷는다. 형형히 발아하는 단풍, 임진강의 윤슬을 가만히 바라보며 걷다 보면
가을의 한 중간에 도착해 있다.

가을을 걷는, 연강나룻길
연천엔 평화누리길, 한탄강 주상절리길, 차탄천 에움길, 합수머리 꼭지길, 연강나룻길 등 다양한 트레킹 코스가 있다. 그중 연강나룻길은 어린아이도 수월하게 걷기 좋을 만큼 쉬운 길이면서 사람의 손길이 많이 닿지 않은 자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코스다.

연강은 임진강의 옛 이름이다. 함경남도에서 발원한 임진강 물줄기가 휴전선을 넘어 남쪽으로 흘러내려와 처음 만나는 땅이 연강나룻길이다. 선곡리 두루미마을에서 시작해 옥녀봉, 개안마루, 로하스파크, 중면사무소에 이르는 16km의 길이다. 짧게 멋진 풍경만 보고 싶다면, 한옥 카페와 캠핑장이 있는 로하스파크에서 시작해 옥녀봉이나 개안마루까지만 다녀오는 한 시간 반 남짓의 코스를 추천한다.

걷는 내내 굽이굽이 파도처럼 이어지는 산등성이를 임진강이 에둘러 흐르는 한 폭의 동양화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이따금 멀리서 들리는 총성, 38선 바로 아래 37선 표지판, 산책로를 벗어나면 위험하다는 경고문이 묘한 긴장감이 들지만 그래서 더 신비롭고 오묘한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옥녀봉 그리팅맨은 조각가 유영호의 작품으로, 10m에 달하는 거대한 입상 조형물이다. 북한과의 거리 4km 떨어진 지점인 옥녀봉의 그리팅맨은 북을 향해 정중한 인사를 건네고 있다. 관계의 시작은 인사, 평화도시 연천의 상징이다. 그리팅맨 아래를 한 바퀴 빙 돌면 시야에 가리는 것 없이 360도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산등성이의 수평선으로 지는 노을과 일출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이다. 평탄하고 넓은 헬기장이 있어 바이커들과 캠퍼들에게 비박지로 소문났지만, 군사지역이라 비박은 불가능하다. 늦은 밤에도 불시에 순찰을 오니 혹시나 하는 마음도 접어두자.

옥녀봉에서 1km쯤 더 걸으면 개안마루가 나온다. 임진강을 마주보는 곳에 넓은 나무데크 전망대가 있다. 봄, 가을철 이른 새벽엔 강을 따라 피어 오른 물안개가 느리게 산을 넘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유네스코 세계 지질공원, 백의리층에서 베개용암까지
연천은 지구의 시간이 새겨진 땅이다. 2020년 7월 철원, 포천, 연천을 포함한 한탄강 일대가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UNESCO Global Geopark’로 인증 받았다. 50~130만 년 전 화산 폭발로 인해 뜨거운 용암이 흐르다 차가운 강물을 만나 물길과 절벽을 만들고, 바람과 물결과 시간이 장대한 풍경을 다듬었다. 그 웅장한 주상절리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고, 만지고,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길이 백의리층에서 베개용암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용암이 만든 주상절리 절벽 아래 아직 암석화되지 않은 퇴적층이 분포하는데, 이 퇴적층을 백의리층이라 부른다. 연천군 청산면 백의리 한탄강변에서 처음 발견되어 백의리층이라 이름 붙였다. 땅의 시간은 느리게 흐르지만 살아 움직이고 있는 듯하다. 단단해 보이는 암석이지만 여전히 바람과 물결에 깎여 속살을 드러내고 긴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 장엄한 세월 앞에 서면 인간의 시간과 존재는 작아진다.

양 옆으로 거대하게 수직으로 솟은 주상절리를 두고 낮게 흐르는 한탄강을 따라 걷는 풍경은 꽤나 이국적이다. 길 중간에 한탄강 위를 걸을 수 있는 데크길도 나오고, 잠시 앉아 숨을 고를 수 있는 작은 전망대도 있다. 백의리층에서 베개용암까지 천천히 풍경을 감상하며 걸어도 한 시간 남짓이면 충분하다.

베개용암 앞에서부터 한탄강 주상절리길이 시작된다. 한탄강 주상절리길은 영평천과 한탄강이 합쳐지는 곳의 아우라지 베개용암부터 한탄강이 임진강과 만나는 도감포까지 이어지는 27.9km의 길이다. 베개용암은 주소는 포천이지만 건너편인 연천에서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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