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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식재료 이야기11] 늙은 호박
[제철 식재료 이야기11] 늙은 호박
  • 박신영 기자 | 사진출처 Unsplash
  • 승인 2020.10.28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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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호박의 이모저모

계절은 땅의 기운과 인간의 감정을 좌우한다. 가을바람에 감성이 풍부해지듯 대지의 생명은 가지각색으로 무르익는다. 우리는 예부터 계절의 변화에 순응하며 제철 식재료를 탐해왔다. 11월에는 할머니 집 대청마루에 층층이 쌓인 늙은 호박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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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호박 하면 ‘호박 같이 생겼다’, ‘호박꽃도 꽃이냐’와 같은 말이 먼저 떠오른다. 넙데데하고 주름이 깊게 파인 모습, 노란색도 주황색도 아닌 애매한 색깔, 쭈글쭈글 안으로 말려 들어 간 호박꽃 덕분에 늙은 호박은 못생김의 상징이 됐다. 호박에 관한 이런 선입견은 무척 억지스럽다. 알고 보면 호박은 어린 순부터 씨까지 버릴 게 없는 완벽한 채소다.

사진출처 MH Rhee

호박을 떠올리면 어린 시절 할머니가 만든 밥상이 어렴풋이 생각난다. 엄마가 동생을 출산하자 할머니는 베란다에 실한 늙은 호박 세 덩이를 층층이 쌓아 두었다. 에디터는 처음 보는 늙은 호박이 신기해 들어다 놨다 하며 통통 두들기거나 괜히 바닥에 쿵 하고 내던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할머니는 머리를 콩하고 때리면서 엄마가 먹을 거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날부터 밥상엔 늙은 호박찜, 호박잎 쌈, 호박죽, 호박전이 올라왔다.

사진출처 engin akyurt

할머니는 호박씨도 하얀 헝겊 위에 쫙 펴고 양지바른 곳에 며칠 동안 놓아두었다. 바싹 마른 호박씨는 멸치와 함께 고소한 볶음으로 탄생하거나 호박 기름이 되어 유리병에 담겼다.

사진출처 Kate Hliznitsova

며칠 만에 늙은 호박 세 덩이가 식구의 기운을 북돋아 줬다. 호박의 풍부한 칼륨은 체내 나트륨 배출을 도와 할아버지의 고혈압 수치를 낮춰줬고 소화불량을 달고 사는 할머니의 위장을 튼튼하게 해줬다. 동생을 출산한 엄마의 부기를 빼주었으며 푸석푸석한 아빠의 피부도 촉촉하게 만들어줬다. 에디터에게 호박은 그저 달콤하고 맛있는 채소로 떠오른다. 온종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진한 달콤함 때문에 찬 바람이 불면 늙은 호박을 찾게 된다.

사진출처 Robert Jones-3

동양 VS 페포 VS 서양 호박
호박의 종류는 다양하다. 뽀얀 분이 내려앉은 늙은 호박, 한식에 자주 쓰이는 애호박, 다이어트 식단에 으뜸인 단호박 등은 시장에서 쉽게 만나는 흔한 채소다. 호박이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식탁에 올라왔기 때문에 한국 토종 채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호박의 원산지는 남아메리카다. 호박은 척박하고 수분이 없는 땅에서도 잘 자란다. 병충해에도 강해 농약을 치지 않아도 건강한 호박을 재배할 수 있다. 덕분에 ‘동양계 호박’, ‘페포 호박’, ‘서양계 호박’이라는 종으로 세계에 퍼졌다.

사진출처 Phil DuFrene
사진출처 Phil DuFrene

대표적인 동양계 호박은 애호박과 늙은 호박이다. 임진왜란 이후 일본에 의해 전파된 동양계 호박이 조선에 뿌리를 내린 것. 원산지는 비록 중남미 지방이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국내에서 재배되어 한국 재래종으로 인정받았다. 고온다습한 지대에서 활발한 성장을 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재배하기 쉽고 병충해에 강해 삽시간에 전국으로 퍼졌다.

사진출처 Louis Hansel @shotsoflouis
사진출처 Louis Hansel @shotsoflouis

유럽에서 인기 있는 주키니 호박은 페포 호박의 일종이다. 주키니는 19세기 이탈리아에서 개발한 호박으로 가지와 같은 식감이 특징이다. 단맛과 쓴맛이 은은하게 어우러져 이탈리안 음식에 주로 사용 된다. 다양한 영양소는 물론 100g당 14kcal로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 채소로 크게 인기를 얻기도 했다. 주키니 외에도 과육이 작고 모양이 독특한 관상용 호박이 페포 호박에 포함된다.

사진출처 Brigitte Tohm
사진출처 Brigitte Tohm

우리가 많이 먹는 단호박은 서양계 호박이다. 페루, 칠레 등 서늘하고 건조한 지역에서 처음 재배됐으나 동양계 호박과 마찬가지로 임진왜란 때 전파돼 국내에서 활발하게 재배된다. 단호박은 당도가 높고 풍부한 당질을 함유한 것에 비해 칼로리가 낮아 역시 다이어트 채소로 으뜸이다. 서양계 호박은 완숙할수록 풍미가 진해지기 때문에 구입한 뒤 며칠 여유를 두고 먹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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