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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새벽, 오로빌
도시의 새벽, 오로빌
  • 고아라 | Auroville 제공
  • 승인 2020.07.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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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종교, 문화를 초월해 모든 인간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지상낙원. 경쟁도 전쟁도 필요 없는 작은 도시가 세계 속 현대인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도시의 새벽, 오로빌의 탄생
스리 오로빈도Sri Aurobindo는 20세기 인도의 독립운동가이자 명상가였다. 인도 캘커타의 의사 집안에서 태어나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조국인 인도에 헌신하기 위해 다시 귀국했다. 이후 요가와 명상에 집중했으며 독립운동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는 모든 인간의 이상향을 현실 세계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목표를 품고 있었는데, 이를 구축하기 위해 영적 파트너였던 미라 알파사와 손을 잡았다.

영적인 스승을 일컫는 용어, ‘마더’라 불리는 프랑스인 미라 알파사는 1914년 퐁디셰리에 왔다가 오로빈도를 만난 후 그가 환시 속에서 이미 만난 사람임을 깨닫고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후 ‘인류의 가장 큰 적은 인간 내부의 탐욕에 있으며 명상을 통한 자기 성찰로 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스리 오로빈도의 영적인 가르침을 기반으로 1968년 인도 남동부의 한 황무지위에 세계 최대 규모의 공동체 마을인 오로빌을 설립했다. 처음 정착한 사람들은 맨손으로 직접 척박한 대지 위에 씨를 뿌리고 묘목을 심어 지금의 울창한 오로빌을 완성했다.

오로빌은 전 세계 124개국과 인도 각 지역에서 가져온 흙을 모아 기반을 다졌으며 현재에 이르러서는 10km2 이상의 토지에 100개가 넘는 소규모 공동체를 갖추고 있다. 마을 한가운데 자리한 마트리만디르는 위치적으로나 오로빌리언들의 정신적인 면에서나 오로빌의 중심이다. 그만큼 외관도 화려하다. 프랑스 건축가 로제르 앙제르에 의해 세워졌는데, 너른 잔디밭 위에 황금빛 구체가 마치 영적인 깨달음의 상징처럼 우뚝 솟아있다. 내부는 고요하고 평화롭다. 새하얀 대리석으로 둘러싸인 공간에 하얀 카펫이 깔린 통로를 따라 걷다 보면 핵심 명상실에 이르게 되는데 중앙에 직경 70cm의 인공 크리스털이 놓여 있다. 마트리만디르 지붕에 있는 반사 장치를 통해 들어온 태양 광선이 크리스털에 닿아 빛을 내는데, 명상실의 유일한 조명이다.

인류공동체의 삶
영국의 소설가 토마스 모어Thomas More가 지은 공상 사회 소설에서는 공산주의 경제와 민주주의의 정치, 교육과 종교의 자유가 완벽하게 갖춰진 가상의 이상 국가를 그려냈는데, 이를 유토피아라 불렀다. 유토피아에서는 모두가 공동체적인 삶을 누리고 있다. 오로빌은 인류가 오랫동안 그려왔던 공동체를 실현하는 실험 마을이다. 유네스코와 같은 국제기구를 비롯해 정부 기구, 개인에게까지 지원을 받고 있는 이유다.

오로빌에서의 노동은 경쟁과 소비중심적인 자본 주의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 일반 사회와 다르다. 직업의 종류와 상관없이 정해진 시간만큼만 일하고 매달 한화로 30만원 가량의 돈을 번다. 오로빌에서는 이 돈을 급여가 아닌 ‘유지비’라 부른다. 그나마도 별도의 소득이 있는 사람은 세금을 내야 한다. 한 달을 두고 사용하기엔 너무 적은 돈이 아닌가 싶겠지만 사실 오로빌에서 큰돈이 필요한 경우는 거의 없다. 이 마을에서 가격이 책정된 모든 것들은 거주자들에게 저렴하게 적용되기 때문. 또한 직접 농사를 지은 작물로 음식을 해먹고 모든 교육이 무료로 지원되며 심지어 의료보험이 적용돼 어떤 질병이든 지원해 준다.

농사와 교육, 의료시설 등 오로빌에서 무료로 지원되는 것들은 오로빌의 정식 시민인 오로빌리언Aurovillian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일을 하기에 가능해진다. 오로빌리언들은 자신의 특기나 살아온 배경에 따라 언어, 승마, 그림 그리기,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직접 가르친다. 기술이 있는 이들은 손수 농사를 지으며, 어떤 이들은 여러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든다. 공동체적 경제구조인 ‘선물 경제’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이 과정을 통해 시민들은 소비 중심적인 경제에서 벗어나 사람과 사회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오로빌 공동체는 자연과 인간이 공존해야 하며 지속 가능한 삶을 일궈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환경을 최대한 고려한 안전하고 효과적인 에너지 사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신념은 유기농법과 환경친화적 기술 연구, 대체의학, 에너지 재활용, 토양과 수자원 보호로 이어진다.

마을 한가운데에는 ‘솔라키친’이라는 공동 부엌이 자리하고 있다. 이름처럼, 태양열로 요리해 하루 1000명 이상분의 식사를 공급한다. 가축들의 배설물을 가공해 바이오가스를 활용하는가 하면, 수중 식물을 수질 정화에 이용하기도 한다. 전기 역시 광전지 모듈을 이용한 태양열 발전으로 충당한다. 비료는 화학비료가 아닌 퇴비를 사용하고, 연료 역시 풍력으로 생산한다. 자연 친화적인 생활은 이상적이지만 분명 편리하진 않다. 날씨에 따라 전력이 모자랄 때도 있 고 물이 나오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오로빌리언들은 자연이 내어주는 자원에 감사하며 생태계 보존에 더욱 힘쓰고 있다.

생태 공동체 확산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오로빌 인근 사막 지역에 대한 녹화사업이다. 유럽 열강의 수탈로 울창한 열대림이었던 땅이 사막화 되었는데, 오로빌리언들이 1970년대부터 나무 심기에 참여하면서 다시 초록빛으로 가득한 숲의 모습을 되찾았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사다나 포레스트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세계 각지의 자원봉사자들과 힘을 모아 여러 녹화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오로빌리언으로 향하는 사람들
현재 오로빌은 2018년 기준, 54개국에서 온 2814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인도인이 가장 많으며 그다음으로 프랑스, 독일 순이다. 그중 한국인도 35명이나 된다. 오로빌에 거주하기 위한 조건에 국적이나 민족, 종교는 없다. 누구라도 이 곳에 발을 들일 수 있는 것이다.

오로빌을 경험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방문객을 뜻하는 ‘게스트’와 자원봉사자인 ‘볼런티어’, 오로빌 정식 시민이 되기위한 과정을 밟는 ‘뉴커머’, 정식 시민인 ‘오로빌리언’ 등의 권한으로 오로빌에 머물 수 있다. 게스트는 별도의 입장료 없이 마을을 관광할 수 있는데, 이때 오로빌의 신념과 매력에 반해 뉴커머의 과정을 밟는 이들이 많다.

뉴커머는 정식 시민이 되기 위한 적응 기간으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여러가지 심사 과정을 거쳐 오로빌리언이 된다. 오로빌에서는 자격에 따라 숙박비나 음식, 카페, 갤러리 등의 이용 비용이 천차 만별이다. 게스트가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인도 물가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오로빌리언이면 훨씬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오로빌리언이 받는 비자는 짧게 5년, 길게 10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비자가 만료되면 본국에 돌아가서 다시 비자를 받아와야 하는데, 왕복 비행기 표를 살 돈이 없어 본국에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를 대비해 오로빌리 언이 되기 전,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비행기 티켓값만큼의 돈을 보증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오로빌에 관한 더 자세한 정보는 www.auroville.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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