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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의 카누 이야기
두 남자의 카누 이야기
  • 박신영 기자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0.07.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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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원주 섬강 카누 여행

사제 지간인 두 남자가 카누를 탄다고 한다. 학창 시절 담임과 학생 관계인지 사회에서 만난 사이인지,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두 남자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목공소를 두드리다
자유로운 인생을 사는 이상구 씨. 그는 가구, 소품, 카누를 손수 제작해 판매하는 목수다. 수려한 산중에 들어앉은 쿤스트마쿤 공방에서 온종일 나무를 두드리고 대패질하는 이 목수는 2019년 4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목공소를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이 목수는 작업을 중단하고 수화기를 들었다.

“카누를 만들고 싶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쿤스트마쿤 공방이 문을 연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어떻게 알고 전화한 건지 놀라웠다. 이 목수는 ‘드디어 쿤스트마쿤의 첫 수강생을 만나는 걸까’ 하고 들떴다. 그러나 들뜬 마음도 잠시 당황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하루나 이틀이 걸리는 간단한 작업이 아닌 못해도 석 달 이상이 걸리는 카누 제작. 돈도 돈이지만 시간과 정신을 쏟아부어야 하는 일이라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사진제공 김예찬

수화기 너머의 주인공은 김예찬 영상 감독이었다. 그는 5년 전 배를 만들어 한강을 유랑하는 아티스트 듀오 ‘랑랑’의 영상을 제작하며 배와 사랑에 빠졌다. 단둘이 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에 놀랐고, 한강에 배를 띄울 수 있다는 것에 두 번 놀랐다. 무엇보다 꽉 막힌 강변북로의 야경을 바라보며 표류하던 기분을 잊지 못해 카누 제작이라는 부푼 꿈을 키웠다.

그 길로 김 감독은 경기 양주 쿤스트마쿤 공방으로 향했다. 깊은 산중 꼭꼭 숨은 이 목수의 공방 앞에 서자 일상의 스트레스와 지루함은 없어지고 편안한 생각이 가득했다. 목공소에서 작업하는 이 목수의 모습도 자유롭고 행복해 보였다.

사진제공 김예찬

1년이 걸리다
카누는 골격을 세우는 것부터 시작한다. 제작에 필요한 것은 전부 이 목수가 준비하기 때문에 김 감독은 주어진 재료로 카누의 뼈대를 만들면 된다. 널따란 작업대에 카누 몰드를 올리자 모습이 웅장하다.

다음 작업부터 고생길이다. 우든 스트립 카누는 긴 나무를 이어 붙여 만든다. 좁고 가느다란 잎갈나무 조각 수백 개를 켜켜이 쌓는데, 카누의 양쪽 길이를 동일하게 맞춰야 하므로 정교하고 미세한 작업이 이어진다. 능숙한 사람이야 며칠 안에 작업이 끝나겠지만 목공이 처음인 김 감독은 한 달이 걸렸다. 사람 키를 훌쩍 넘는 카누에 압도된 김 감독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겠습니다”라며 미소를 띠었다. 이 작업 뒤로 김 감독은 몇달 간 쿤스트마쿤을 찾지 못했다.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카누를 제작하고 싶은 마음은 안다. 하지만 김 감독에겐 토끼 같은 아이 세 명과 어여쁜 아내가 있다. 하루를 온전히 김 감독 자신에게 쓰긴 어렵다는 이야기다. 일을 끝내고 바로 카누를 만들러 가야겠다고 다짐해도 아빠를 부르며 뛰어오는 아이들 앞에선 다짐이 무너진다. 그렇게 카누 제작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사진제공 김예찬

아내에게 미안했던 김 감독은 그때부터 까만 밤 텅 빈 고속도로를 달렸다. 아이들을 재운 뒤 카누 제작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은 것. 김 감독이 부랴부랴 목공소에 도착하면 이 목수는 언제나 환하게 반겨줬다.

두 남자의 쓱싹거리는 대패질 소리만이 공방을 채웠다. 김 감독의 열정 가득한 눈은 오로지 대패의 움직임을 따랐다. 이 목수가 쉬엄쉬엄하라며 걱정스럽게 말을 걸지만 김 감독에겐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김 감독은 그저 땀이 뻘뻘 흐르도록 나무를 깎는다. 이 목수는 ‘이 사람 참 무디구나’라고 생각하면서도 저만큼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에 다행이라 생각했다.

카누 제작의 정점은 물사포다. 카누에 유리 섬유와 에폭시를 발라 밀착시킨 후 물사포로 문지른다. 카누의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기 위한 작업인데 본인이 원하는 만큼 수행하는 작업이라 끝이 없다. 다행히 물사포 작업 땐 김 감독의 아내가 함께해 험난한 물사포질의 고통을 반으로 나눌 수 있었다. 그러나 물사포 다음날 아내는 앓아누웠다.

사진제공 김예찬

시트 만들기로 카누 제작이 끝난다. 기다란 피등 껍질을 짜임새 있게 엮어 시트를 만드는데 중노동이 따로 없다. 결국 김 감독은 목공소에서 작업을 못 마쳐 집으로 재료를 가져왔다. 시트 완성 또한 아내의 도움이 컸다.

1년 동안 일산과 양주를 오갔던 김 감독이 드디어 카누 선주가 됐다. 카누를 제작하면서 마냥 행복했다고 장담할 수 없지만 이 모든 순간은 김 감독에게 뜻하지 않은 휴식이었다. 아이, 클라이언트 등 잡다한 걱정거리들이 사라졌으니까. 카누 제작이 끝났다고 김 감독의 비밀스러운 휴식이 없어진 것도 아니다. 앞으로 아내, 아이와 함께 떠나는 카누 모험으로 김 감독의 일상이 채워질 거다.

이 목수의 차 한 잔
고민을 전부 도시에 두고 목공소에 오겠다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아무리 대패질과 사포질을 하며 주의를 집중해도 걱정이 맴돈다. 그만큼 집중력은 떨어지고 실수가 늘어간다. 그럴 때면 이 목수는 김 감독에게 항상 따뜻한 차 한 잔을 내어줬다.

겉보기에 아티스트 감성이 넘쳐흐르는 이 목수. 긴 머리를 질끈 묶고 나무를 다룰 때면 범접하지 못할 아우라가 느껴진다. 반면 김 감독은 차분함의 끝판왕이다. 정갈한 헤어스타일과 반듯한 모습이다. 인생의 접점이 없을 것만 같은 두 남자가 1년의 카누 제작을 거쳐 고민을 나누는 사이가 됐다.

김 감독의 진수식도 이 목수와 함께였다. 태양은 강렬한데 바람이 시원해 땀이 나지 않는 어느 여름날, 강원도 원주 섬강에서 김 감독의 진수식이 거행됐다. 휘몰아치는 모래바람을 뚫고 오프로드 자동차 두 대가 섬강으로 진입했다. CF의 한 장면이 떠오를 만큼 매력적인 등장이었다.

물가에 나란히 차를 대자 김 감독과 그의 아내 사랑 씨가 내렸다. 이 목수도 강아지 설이와 함께 인사를 건넸다. 두 남자는 물결이 잔잔한 곳을 탐색한 후 자동차에 올라서 카누와 자동차를 연결한 끈을 조심스레 풀었다. 자동차와 선미가 분리되면서 카누가 중심을 잃자 김 감독이 얼른 다가와 이 목수의 카누를 지탱해준다.

모험을 시작하다
준비를 마친 뒤 섬강으로 카누를 몰았다. 생각보다 강의 수위가 얕아 아쉬웠지만 서 너번 노를 저으니 금세 적당한 자리를 잡았다. 이 목수의 카누엔 강아지 설이가, 김 감독의 카누엔 사랑 씨가 동행했다. 사랑 씨가 카누에 올라서자 긴장이 역력했던 김 감독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김 감독은 이미 오래전부터 사랑 씨와 진수식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지난 1년간 김 감독 대신 아내가 아이들을 보살펴 준 것에 고맙고 미안했다. 그러나 사랑 씨의 생각은 달랐다. 온종일 일을 하는 김 감독에게 새로운 취미가 생겨 다행이라는 눈치다. 일과 가족에게 벗어나 김 감독만의 시간을 갖는 것에 적극 응원하는 사랑 씨다. 부부는 멀리 카누를 몰아 오랜만의 데이트를 만끽했다.

이 목수는 설이의 장난으로 애를 먹었다. 카누 위에 자 리잡고 가만히 경치를 즐겼던 설이가 오늘따라 물속으로 빠지는가 하면, 카누에서 훌쩍 뛰어내려 섬강 건너편 풀숲으로 달려 나갔다. 흰나비를 보고 반가운 마음이 든 모양인지 자꾸만 카누를 벗어난다. 그럴 때마다 이 목수는 노심초사하며 몇 번이고 설이를 태우러 갔다. 이 목수는 설이와 동고동락한 지 2년이다. 설이가 아기 강아지일 때부터 함께해 이 목수와 설이 사이엔 끈끈한 유대감이 흐른다. 카누 두 대마다 각자의 사랑이 넘쳤다. 김 감독 카누엔 부부애가, 이 목수 카누엔 부성애가 가득 찼다.

카누 필수템
구명조끼

아무리 수영을 잘하는 사람이라도 물에 빠지면 당황하기 마련이다. 특히, 급류를 만나면 카누가 전복될 수 있다. 게다가 수상레저안전법에 의하면 ‘특별한 지시를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구명조끼를 착용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반드시 구명조끼를 착용하자.

예비 패들
카누는 패들 하나로 방향을 조절하거나 속도를 내는 활동이다. 패들을 단단히 붙잡는 건 당연하지만 만약 예상치 못한 사고로 패들이 물속으로 가라앉으면 표류하기 십상이다. 반드시 카누에 예비 패들을 마련해 표류의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챙이 넓은 모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강을 가로지르는 카누. 그러나 머리 위는 땡볕이다. 신나게 카누를 탄 후 육지로 돌아오면 얼굴은 새빨갛게 변한다. 선크림을 덕지덕지 바르는 것으론 부족하다. 챙이 넓은 모자를 준비해 얼굴에 햇볕이 닿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카누 타기 좋은 곳 BEST 3
충주호

호수가 넓고 깊은 것은 물론 카누잉 할 때만 보이는 비경이 곳곳에 자리한다. 카누 포인트 별로 다양한 과수원이 펼쳐지고 인근에 카누 캠핑장이 많아 다양한 아웃도어를 즐기기 적합하다.

파로호
카누잉와 카약킹의 성지. 바닷가 사구를 연상시키는 넓은 부지가 매력적이다. 화천 오지마을 비수구미와도 가까워 백패커나 캠퍼가 카누와 카약을 이용해 파로호를 건너기도 한다.

캐나디언 카누클럽
홍천강을 따라 소남이섬까지 이어지는 코스엔 절경이 가득하다. 국내 카누 1세대라 여겨지는 이재관 인스트럭터가 운영하는 곳으로 카누와 노를 대여해주며 교육 프로그램도 갖추고 있다.

쿠로마쿤의 쿤스트마쿤 공방
쿤스트마쿤 공방은 목수 이상구 씨(별명 쿠로마쿤)가 운영하는 목공소다. 그는 2002년부터 목수로 일해 가구와 소품을 만들었다. 틀에 짜인 것이 아닌 목수 마음대로 요리조리 나무를 조각하는 목공. 이상구 씨는 그 매력에 빠져 하던 일을 멈추고 목수로 진로를 바꿨다.

목수에겐 좋은 나무를 찾는 건 일상의 중요한 부분이다. 이 목수는 하루의 반나절을 숲에서 보내게 되면서 자연과도 사랑에 빠졌다. 사계절마다 다른 숲의 모습, 날씨에 따라 변하는 바람의 숨결이 좋았다.

숲과 나무를 관찰하며 자연 속에 살던 중 부시 크래프트와 카누 커뮤니티인 네이버 카페 ‘야생의 사상과 야영’을 발견했다. 카페 멤버들은 지속 가능한 야영을 위한 지침, LNT 실천법, 모닥불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어른다운 어른의 모습이란 이런 걸까. 이 목수는 그들의 이야기를 보고 부시 크래프트 세계에 들어갔다.

덕분에 이 목수의 일이 늘었다. 기존에 만들던 가구 제작을 겸하면서 부시 크래프트에 쓰일 우드 스푼, 컵, 버터나이프 등을 만들었다. 항상 큰 가구만 만들다 소품을 제작하니 그 나름대로 아기자기한 맛이 있었다.

근묵자흑이란 말이 있다. 먹을 가까이 하면 자신도 모르게 검어진다는 뜻이다. 이 목수는 야생의 사상과 야영 멤버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카누를 접했다. 노를 저어서 오지에 들어가 야영하고, 물안개 피는 새벽에 카누를 타는 등 카누의 매력에 빠졌다.

나무로 가구를 만드는 사람에게 카누의 곡선은 아름다웠다. 직선 작업 위주의 가구와 달리 카누는 목수의 취향에 따라 곡선을 달리한다.

그 뒤로 경기도 양주에 쿤스트마쿤 공방을 짓고 카누 제작에 전념했다. 하루를 온전히 카누와 나무에 쏟아부었다. 짬이 날 땐 카누를 들고 공방 앞 호수로 나갔다. 이 목수는 강아지 설이의 유쾌한 발재간과 카누 옆을 스치는 자연을 보면서 행복을 찾는다.

경기 양주시 장흥면 호국로73번길 198-6
010-7999-3958
@kunst_mak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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