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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제주 한 바퀴
친구와 제주 한 바퀴
  • 글 사진 조혜원
  • 승인 2020.07.14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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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JU ISLAND CAMPING

여행하는 방법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제주. 이국적인 풍경의 호텔에서 즐기는 호캉스부터 자전거로 제주 한 바퀴 돌기, 올레길 순례, 카페 투어, 한라산 등반까지 제주를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아웃도어 마니아라면 누구나 꿈꾸는 캠핑으로 제주 한 바퀴! 어디에 텐트를 펼쳐도 5성급 호텔의 뷰가 펼쳐지고, 싱싱한 해산물이 지천으로 널렸으며, 마땅히 뛰어들어야 할 바다가 있는 낙원, 제주 is 뭔들!

Day-1
#광치기해변 #승마체험

여자 셋이 모여 저렴한 장비로 시작해 캠핑을 다닌 지 두 해가 훌쩍 지났다. 긴 해외 파견을 앞둔 친구와의 송별 여행은 자연스럽게 제주로 정해졌다. 겁이 많지만 클라이밍과 자연을 동경하며 호기심 많고 액티비티를 좋아하는 친구와의 캠핑은 언제나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는 일이다.

광치기해변 끝자락, 바다를 앞에 두고 성산일출봉을 바라볼 수 있는 넓은 공터는 노지 캠핑지로 유명하다. 노지 캠핑이나 비박을 즐기는 캠퍼라면 더 유난스럽고 예민하게 뒷정리를 신경 쓴다. 아무 데서나 불을 피우지 않는 것은 당연하며 지역 종량제 봉투를 사서 쓰레기를 처리하고, 주민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조용히 머무는 것이 캠퍼의 기본. 우리가 사랑하는 풍경에 해를 입히지 않도록, 그곳에서 사는 자연, 동물, 주민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다녀가는 것이 우선이다.

해변을 거닐며 제주에 왔음을 실감하다 해가 지고 난 후 제주 여행 첫 잠자리를 펼쳤다. 한 시간쯤 후 혼자 캠핑을 온 사람의 작은 텐트가 멀찌감치 자리 잡았다.

해뜨기 직전 알람을 맞춰 텐트를 철수하고 의자에 앉아 일출을 맞이했다. 광치기해변은 성산일출봉을 붉게 물들이는 일출 명소 중 하나다.

성산일출봉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광치기해변에서 해야 할 액티비티는 승마체험. 해변 입구에 멋진 카우보이모자를 쓴 사장님과 우람한 말 두 필이 여행객을 기다린다. 처음엔 성산일출봉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천천히 걷다가 돌아올 때는 살짝 속도를 내 달린다. 짧은 구간이지만 말의 온기, 근육의 움직임, 제주의 바람이 더해져 기분 좋은 경험을 선사한다.

Day-2
#비양도 #바다 보트

제주에는 두 개의 비양도가 있다. 하나는 우도 안에 부록처럼 붙어 있는 비양도, 하나는 협재해수욕장 앞 비양도다. 섬 속의 섬 우도의 비양도는 백패킹 성지라 불린다. 바다를 바라보는 넓은 잔디와 중세 시대 건축물 분위기의 봉수대가 있어 풍경이 이국적이다. 무료로 개방된 야영장인 데다 공중화장실도 있고 비양도에 들어서는 다리 앞 편의점도 있어 캠퍼들에겐 천국 같은 곳이다.

우도에 있는 세 개의 선착장 중 어디서 출발해도 한 시간 내에 비양도에 도착한다. 비양도까지는 순환 버스를 타면 금방이지만 배낭을 메고 천천히 동네를 기웃거리기에 좋은 거리다.

오후 세 시쯤 도착했는데 이미 열 개 남짓의 텐트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앞서 다녀간 누군가 돌로 바람을 막아둔 곳을 발견해 쾌재와 함께 텐트를 피칭했다. 지난밤 광치기해변에서 마주쳤던 캠퍼를 비양도에서 또 만나 반가운 마음에 눈인사를 드리니, 잠시 후 삶은 소라를 많이 샀다며 나눠 주셨다. 사소한 것을 나누고, 서로의 여행을 응원하는 소소한 마음이 여행의 재미 아닌가. 우리도 제주 막걸리 한 병을 드리고 즐거운 여행을 기원했다.

비양도는 제주의 일출이 가장 먼저 시작되는 곳이다. 제주의 최동단 비양도에서의 아침은 황홀했다. 봉수대에 올라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맞이한 일출을 오래도록 기억할 거라 확신했다.

둘째 날은 우도를 바다에서 바라볼 수 있는 보트에 탑승했다. 우도 관광 보트는 서빈백사에서 출발해 보트가 아니면 가볼 수 없는 동굴에 들어갔다가 검멀레 해안까지 다녀오는 코스다. 유쾌한 선장님의 설명으로 우도의 면면을 감상하고, 기대 이상으로 멋진 동굴을 바라보며 감탄하고, 레이싱 트랙을 달리는 듯한 스피드를 즐기며 소리 지르다 보면 아쉬운 보트체험이 끝난다.

Day-3
#서귀포자연휴양림 #계곡 클라이밍

짧은 제주 여행이지만 산과 바다 모두 경험해보기 위해 마지막 캠핑 장소를 자연휴양림으로 정했다. 울창한 편백나무가 빽빽한 서귀포자연휴양림에 도착하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마지막 날 비라니. 운이 나쁘다고 해야 할지 좋다고 해야 할지, 다행히 나무가 비를 막아줘 운치 있는 우중 캠핑이 됐다. 서귀포자연휴양림 캠핑장은 데크 사이가 넓어 숲에 오롯이 안기는 기분이 드는 곳이다.

바다 곁에서 캠핑할 땐 일몰도 바라보고, 밀려오는 파도도 바라보고, 일출도 맞이해야 하지만, 이렇게 울창한 숲에선 최선을 다해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한다. 바람이 나뭇잎 사이를 부산하게 헤집고 다니는 소리, 작은 곤충이 사부작거리는 숲의 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그만이다. 숲에선 머리 위에서 거친 파도 소리가 들린다. 바람이 많은 제주를 실감하는 밤. 파도의 리듬을 느끼며 잠이 들어 밤새 바다 속을 유영하는 꿈을 꿨다.

깊은 숲은 이른 아침과 해 질 녘이 장관이다. 나무 사이를 비집고 길게 늘어지는 햇살과 나뭇잎에 맺힌 이슬의 반짝임이 숲의 민얼굴이다. 나무 사이사이를 거닐며 짧은 산책을 마치고 마지막 액티비티를 위해 무수천 계곡으로 향했다.

모든 근심이 사라진다는 무수천 계곡은 용암이 흘러 만들어졌다. 물이 없어 무수천이라는 말도 있을 만큼 물이 적은 계곡이라 기괴한 암벽 사이를 거닐며 트래킹하기 좋은 명소로 알려져 있다. 다만, 명색이 계곡인지라 곳곳에 물이 고여 있고 미끄러운 바위가 많으니 등산화나 릿지화를 착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널따란 바위를 타고 넘으며 트래킹하다 보면 거대한 자연 암벽이 나타난다. 높은 곳에 클라이머들이 박아둔 볼트가 반짝인다. 실내 클라이밍만 살짝 경험해본 우리는 암벽의 틈을 손에 단단히 쥐고 “여기 암벽 좋네!” 하며 허세를 잔뜩 부리고 땅 위에 두 발을 붙이며 사진을 찍었다.

친구를 사귄다는 건 나의 우주에 하나의 우주를 더하는 일이다. 관심사가 늘어나고, 가치관이 변하고, 세계가 확장된다. “바위가 엄청 크다! 멋진 계곡이네!”라는 감상평으로 발길을 돌렸을 계곡이 클라이머가 모여드는 자연 암장이었음을 친구가 아니라면 몰랐을 테다. 시선을 달리하면 더 많은 곳이 보인다. 분위기 좋은 카페와 SNS 유명 맛집 옆 골목엔 이제껏 본 적 없는 이국적인 풍경이 숨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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