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의 빨간 밤
방콕의 빨간 밤
  • 이지혜 | 강신환
  • 승인 2020.04.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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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의 트렌드를 만드는 차이나타운

천사의 도시 타이 방콕. 가난한 배낭여행자도 맘 편히 즐길 수 있는 카오산 로드의 다양한 먹거리와 숙소는 물론 초호화 럭셔리 쇼핑센터와 루프톱 바까지. 여행자라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방콕의 진짜 매력은 해 질 무렵부터 나타난다. 방콕의 밤을 빨간색으로 물들이는, 가장 힙한 곳을 찾아 떠났다.

‘천사의 도시’ 방콕의 진짜 의미
세상에서 가장 긴 이름을 가진 도시 ‘끄룽텝 마하나콘 아몬 라따나꼬신 마힌타라…’. 천사의 도시, 위대한 도시, 영원한 보석의 도시, 난공불락의 도시, 9개의 고귀한 보석을 지닌 수도 등 다양한 뜻을 지닌 이곳을 사람들은 흔히 ‘방콕’이라고 부른다. 원래 귀퉁이에 있던 톤부리시의 한 지구를 뜻했던 ‘방콕’이 어느새 상업의 중심지로 번영하며 ‘끄룽텝’으로 시작하는 타이 수도 명칭을 대신하게 된 것이다. 타이의 수도 이름을 둘러싼 이 복잡한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중국인이다.

16세기, 중국 무역상들이 타이에 처음으로 도착했을 때까지만 해도 타이의 수도는 방콕에서 80킬로미터 떨어진 아유타야였다. 이후 탁신 대왕이 적의 침입에 초토화된 아유타야를 버리고 안전하고 해외 교류가 용이한 방콕으로 수도를 옮겼는데, 그곳이 짜오프라야강 건너편에 위치한 톤부리의 ‘방꺽 노이’ 혹은 ‘방꺽 야이’ 지역이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타이에 진출한 중국의 차오저우 화교들이 이곳을 ‘방콕’이라고 부르기 시작하며 지명으로 굳어진 것. 결국 ‘방콕’이라는 이름은 타이의 중국 이주민, 즉 차이나타운에서 시작되었다고 말 할 수 있다.

세계 곳곳에 퍼진 차이나타운 중에서도 방콕의 차이나타운은 그 역사와 화려함이 매우 짙다. 세상에서 가장 큰 황금 불상을 모신 화려한 사원, 왓 뜨라이밋이 고고히 자리 잡고 있는 방콕의 차이나타운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차이나타운 중 한 곳이다. 타이에 자리 잡은 중국 화교, 차오저우 화교들이 사는 방콕 차이나타운은 매년 새해마다 왕족이 들러 행사를 치를 정도다. 지난 7월부터 새롭게 개통한 지하철 역 왓망꼰에 내리면 중국적인 색채가 물씬 풍긴다. 활기찬 중국어와 빨간 간판들이 새로운 방콕 속 작은 중국임을 또렷하게 알린다.

과거와 현재의 중심, 차이나타운
차이나타운에 들어서면 북적이는 시장과 상점 거리가 혼을 쏙 빼놓는다. 곳곳에는 중국의 희귀한 보석과 골동품, 각종 약재를 파는 노점상이 즐비하다. 장사와 주거를 동시에 했던 과거 중국식 가옥들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있다. 과거 바쁜 무역상들을 위해 발달했던 길거리 음식이 이제는 차이나타운의 상징처럼 남아있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허름한 식당이 알고 보면 유명한 맛집이다. 덕분에 <미쉐린 가이드>가 선택한 음식점들을 찾아 미식 투어를 하러 오는 관광객도 많다.

이곳엔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귀한 건물도 많다. 1933년 지어진 살라 찰르름끄룽 왕립극장은 방콕의 가장 오래된 영화관으로 현재까지 타이의 고전무용을 볼 수 있다. 방콕에서 가장 오래된 금은방인 땅또깡과 역시 가장 오래된 한의원인 차오 끄롬 포는 100년이 지난 지금도 손님을 받는다. 악어 사원으로 유명한 왓 차끄라왓의 승려들은 200년 가까이 이곳에서 사원에서 악어를 기르고 있다. 복잡한 길을 지나 골목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세계가 열린다.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나콘 까셈 시장, 견과류나 허브, 향신료 등 건조 식품을 판매하는 잇사라팝 레인 시장, 온갖 중고품이 모여있는 클롱 톰 시장, 직물, 의류, 잡화나 보석류를 취급하는 삼펭 레인 시장 그리고 차이나타운의 가장 오래된 시장으로 알려진 딸랏 까오 시장 등이 모여있어 하루 만에 돌아보기 힘든 규모이다.

이처럼 수백 년의 역사를 품은 차이나타운에 젊은이들이 합세하며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 어둠이 내리면 인근 나나 거리에 새롭게 생겨나는 바 문화를 즐기러 드레스업하고 한껏 꾸민 사람들이 몰려온다. 이곳은 지금 방콕의 가장 힙한 거리이다. 타이의 전통 술이나 음식,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바, 타이 각지의 신선한 꿀을 넣은 칵테일을 마실 수 있는 바 등이 다양하게 모여 있다. 방콕의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시간을 걷고 싶다면 차이나타운으로 떠나자.

방콕의 가장 힙한 곳, 나나 거리의 뜨는 바

텝 바 TEP BAR - Cultural Bar of Thailand
나나 거리의 골목 한 귀퉁이를 타고 들어가면 보석 같은 템 바가 나타난다. ‘태국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바라는 콘셉트답게 전통 술을 베이스로 한 칵테일이 다양하고 태국의 전통 음식을 모티브로 한 안주도 많다. 그뿐만 아니다. 태국의 전통 악기로 트렌디하게 연주하는 멋진 공연을 들을 수 있어 관광객은 물론 현지인들의 사랑을 골고루 받는 곳이다. 공연은 매일 8시, 9시, 10시 30분마다 있다. 오후 6시부터 새벽 1시까지 오픈한다.

아시아 투데이 ASIA TODAY BAR
나나 거리 열풍의 주역, 틴스 오브 타일랜드의 대표가 최근 새롭게 오픈한 바이다. 틴스 오브 타일랜드보다 규모가 크고 고급스럽다. 태국의 모든 꿀을 모아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 벽에 진열된 다양한 꿀에는 생산지, 생산자, 생산 날짜 등을 자세히 기록했다. 3~4개월마다 메뉴를 개발한다. 이스턴 허니(Eastern Hoeny)를 시키면 벌집으로 만든 잔에 담겨 나온다. 7시부터 자정 혹은 새벽 1시까지 오픈한다.

<미슐랭 가이드>가 선정한 차이나타운 맛집

나이 엑 롤 누들NAI EK ROLL NOODLE
돌돌말린 면과 튀긴 돼지고기를 넣은 국수로 유명한 식당이다. 미슐랭이 선정한 맛집으로 차이나타운에 온다면 꼭 들러야 할 곳이다. 현지인과 관광객이 넘쳐 항상 대기줄을 서야 할 정도다. 회전율이 높으니 오래 대기할 필요는 없지만, 대기 시간이 하나도 아깝지 않을 맛이다. 국수 양이 많지 않아 바싹 튀긴 삼겹살을 함께 시켜 먹는 것도 추천한다. 아침 8시부터 새벽 1시까지 길게 영업한다.

야오와랏 토스트YAOWARAT TOASTED BREAD
미슐랭 가이드가 선정한 장소, 야오와랏 거리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이다. 버터를 바른 번을 구워 카야, 파인애플, 초콜릿 등 각종 잼을 발라 먹는다. 앉을 자리가 없고 모든 관광객이 서서 먹거나 포장해 가지만 이 거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노점이라 경찰이 나서서 인파를 정리할 정도다. 사람이 많지만 회전율이 높으니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다. 가게 앞에 놓아둔 번호가 적힌 종이에 원하는 메뉴를 적어 주면 된다. 오후 6시 30분부터 자정까지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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