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곁으로 다가온 봄
조용히 곁으로 다가온 봄
  • 김혜연 | 김혜연
  • 승인 2020.04.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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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 백운산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로 세상이 온통 떠들썩하다. 따뜻한 기온에 자연이 간질거리면 모두 봄을 찾아 떠나겠노라 야단법석일 법도 한데 바이러스에 모두 조심하느라 설레는 기분이 나지 않는다. 잠자코 있을 수 없어 조용히 봄을 찾아 자연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봄의 시작
우리가 찾은 곳은 봄이 제일 먼저 닿는 남쪽 나라. 그중에서도 지리산을 마주 보며 우뚝 솟아 산세가 수려하고 산 아랫마을에는 매화가 지천으로 핀 광양의 백운산이다.

나를, 또 남을 위해 마스크 단단히 챙기고 길을 나선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마스크를 하고 걸으려니 숨이 가빠온다. 마스크 없이 자유롭게 지내던 일상의 소소한 일들이 감사함으로 다가오는 요즘이다.

버스로 4시간을 달려 광양에 도착했다. 외지인을 그다지 반기지 않는 눈치다. 우리가 그 어떤 모습이라도 너그러이 감싸주는 자연 속으로 서둘러 들어간다. 초입부터 샛노란 산수유나무가 간질거리던 마음을 활짝 피어나게 해준다. 왠지 발걸음이 가벼울 것 같다.

그런 마음도 잠시, 초입부터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에 다리가 천근만근이다. 그동안 바이러스에 사회적 거리 두기를 오래 한 탓에 몸이 무거워진 모양이다. 그렇지만 마음은 상쾌하고 새털처럼 가볍다.

바위와 흙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등산로를 따라 꾸준히 올랐다. 회색 바위, 아직은 메마른 나뭇가지, 조릿대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꽃이 만발하지 않았지만 황홀했다.

얼마쯤 가파른 등산로와 계단을 올랐을까? 휘청할 정도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며 정상이 코앞에 얼굴을 내밀었다. 마음이 급해 뛰듯이 정상으로 향했다.

그렇게 도착한 정상 전망 데크. 사방으로 눈앞에 장쾌한 능선들이 뻗어있고 우렁차게 불어대는 바람에 그동안의 답답한 마음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아무 말 없이 항상 우리를 위로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자연을 항상 아끼고 더욱 보호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백운산의 꽃봉오리
정상을 만끽하고 내일의 여정을 위해 잠시 쉬어갈 곳을 찾는다. 정상 데크는 이미 붐비고 있었기에 조금 더 가보기로 한다. 두 군데 공터를 지나서야 머물 곳을 마련했다.

밤새 무섭게도 바람이 몰아친다. 흔들거리는 텐트 안에서 이 거센 바람이 빨리 나쁜 바이러스를 멀리 날려버렸으면 하는 소망과 함께 잠이 들었다.

등산객들이 산을 찾기 전, 빠르게 머물렀던 자리를 정리하고 오늘 하루를 또 시작한다. 오늘은 어제와 다르게 능선을 걷는다. 백운산 기암괴석의 웅장한 주억봉을 조망하며 걸었다.

편한 능선 길은 끝이다. 이제 일상으로의 복귀를 재촉하듯 계곡을 따라 하산했다. 불과 1, 2주 전만 해도 응달에 얼어있던 계곡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시원하게 흘렀다. 그 어떤 노래 보다 신난다. 곳곳에 귀엽게 돋은 새싹과 꽃망울을 터트린 나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혼란한 틈에도 봄은 열심히 우리 곁으로 오고 있었다.

구황마을의 매화
구황마을에 닿았다. 대나무와 매화가 지천으로 펴 조용하고 아름다운 마을이다. 마을을 걷는 내내 향기로운 매화꽃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얼굴을 스치는 봄바람을 맞아본다. 다시 느끼는 일상의 소중함이다.

마을회관에 도착해서 택시를 기다리는데 동네 주민분이 멀리까지 와서 고생한다며 초코파이와 사이다를 건네주신다. 이런 정이 일상에 지쳐있는 우리에게 세상 최고 활력과 비타민이 아닐까? 빨리 돌아가서 이곳에서 받은 위로를 매장을 찾아주시는 많은 사람에게 나누어주어야겠다. 우리 모두 지치지 말고 서로 도와 힘내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힘내라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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