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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두위봉의 겨울 속으로
정선 두위봉의 겨울 속으로
  • 김혜연 | 김혜연
  • 승인 2020.02.22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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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끝을 잡고

올해 유난히 싱거운 겨울이 계속되다 결국 계절의 끝자락을 놓쳐버렸다. 예부터 매력적인 우리나라의 사계절과 계절마다 변화하는 아름다운 자연이 점점 희미해지는 것 같아 아쉽다. 한탄만 하고 있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우리는 꼭꼭 숨은 마지막 겨울을 찾아 정선 두위봉으로 향했다.

계절의 경계
이번 백패킹 코스는 정선 두위봉을 거쳐 화절령과 하늘길 운탄고도까지다. 여정의 시작인 두위봉(1466m)은 산 모양새가 두툼하고 두루뭉술해 두리봉이라고도 불리는데 봄에는 산철쭉이 겨울에는 눈 쌓인 아름드리 주목이 매력적이다.

하늘길 운탄고도는 석탄(炭)을 운반(運)하는 높은(高) 길(道)이다. 지금은 ‘구름이 양탄자처럼 펼쳐진 옛길(雲坦古道)’이라고 불리며 완만한 경사가 인상적인 산행지다. 따라서 겨울마다 자연 눈썰매를 타러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강원도의 추위에 대비해 옷을 단단히 껴입었다. 그러나 산행 들머리에서부터 강원도의 추위를 찾아볼 수 없었다. 메마른 나무 사이를 오르는데 온몸에 땀이 났다. 아무래도 봄이 벌써 왔나 보다.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가쁜 호흡을 내쉬며 계곡을 따라 오르자 응달에 남은 눈길이 나타났다. 그래 이거면 되었다. 스스로 위로하며 묵묵히 오름 질을 이어갔다. 얼마 동안이나 가쁜 숨을 쉬며 올랐을까?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려 고개를 들었는데 키가 큰 주목이 나타났다. “우와~” 나무가 살아온 세월만큼 감탄사가 길게 이어졌다. 그 자리에서 오랫동안 비바람에 깎이고 주름진 모습이 마치 부모님의 얼굴 같아 마음이 짠해졌다.

주목을 만나자 기대감이 꿈틀거렸다. 발걸음을 재촉해 두위봉에 올라 반대편을 보니 황량한 가을이었다. 우리가 오른 길은 눈을 품은 겨울, 반대편은 가을. 마치 책장을 앞뒤로 넘기는 기분이었다. 고개를 두고 전혀 다른 모습이 신기해 좌우로 시선을 굴렸다.

험난한 두위지맥
두위봉을 지나면 화절령이다. 바로 이곳이 백두대간 두위지맥이다.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한반도의 가장 크고 긴 산줄기이며 많은 산행객이 종주에 도전하지만 험한 구간이 많아 대부분 도전에 실패한다.

우리가 걷는 길도 예외는 아니었다. 눈이나 겨울을 찾을 여유가 없었다. 인적이 드문 산길에 눈이 쌓여 앞서간 사람의 옅은 발자국을 찾는 데 집중했다.

평소 등산로 곳곳에 수두룩하게 붙은 산악회 리본을 불편하게 바라봤었다. 그런데 이렇게 깊숙한 산길에서 야리야리하게 휘날리는 리본들이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헷갈리는 구간마다 낡은 리본이 손을 흔들며 길을 알려줬다. 앞서간 사람의 발자국과 산악회 리본을 따라 걷다가 적당히 평평한 곳에 야영지를 구축했다.

겨울 산행은 일상에서 해가 저무는 것과 산중의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밝을 때 운행을 종료해야 한다. 메마른 나뭇가지를 비집고 경사가 없는 곳에서 새우잠을 청했다. 한기가 올라오는 바닥도 새우잠도 즐겁기만 했다. 이곳은 겨울 속이니까.

편편한 곳을 찾았다지만 나무들이 우거지고 공간이 협소해서 선잠만 잤다. 일행 중 한 명은 거의 앉은 채로 잠을 자고 있었다. 그 모습에 몸은 뻐근했지만 깔깔 웃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기지개를 켜기 위해 텐트 문을 열었다. 세상에! 밤사이 기온이 떨어지고 안개가 몰려와 나뭇가지에 하얀 상고대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이게 바로 자연의 신비. 우리가 그토록 잡고 싶던 겨울이다!

진짜 겨울을 만나다
빛이 속도로 머문 자리를 정리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삭막하기만 했던 나뭇가지들이 하얗고 오동통하게 우리를 유혹했다. 메말랐던 나무도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변해있었다. 손이 시리고 볼은 빨개졌지만 무척 즐거웠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등산로 찾기 게임이 이어졌지만 무사히 산길을 뚫고 운탄고도에 접어들었다.

이제부터는 편한 길이다. 과거 석탄을 나르던 길 곳곳에 폐광과 광부의 고된 삶을 재연하는 동상이 설명과 함께 우리를 마주했다. 이렇게 좋은 시대에 살고 있음에 감사하며 묵묵히 길을 걸었다.

꼬불꼬불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백운산이 코앞이다. 정상엔 눈꽃과 상고대로 하얗게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백운산 자락의 아름다운 능선을 눈에 담으며 편히 걷는 길이라니. 제대로 겨울을 찾은 것 같았다.

텐트를 열면 하얀 나무들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옆으로는 정선의 산군이 농담을 달리하며 펼쳐지는 장소에 마지막 야영지를 구축했다. 언제 이렇게 환상적인 곳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으려나.

겨울이 점점 제 매력을 잃어가는 이유는 환경오염에 대한 무지함이 한몫한다. 이번 두위봉 백패킹을 마치며 올바른 산행 및 백패킹 문화가 확립되길 바라본다. 나도 일상으로 돌아가서 오랫동안 자연의 아름다움을 공유할 수 있도록 많이 고민해봐야겠다.

Sleep Outside! Have Fun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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