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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신영 기자 | 사진제공 진우석
  • 승인 2020.02.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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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석 여행 작가 인터뷰

진우석 작가는 황지우 시인과 인연이 깊다. 작가의 대학 시절, 교단에 선 황지우 시인은 국문학 수업 중 학생들을 멋진 풍경 속으로 이끌었다. 이런 곳을 어찌 알았냐는 물음에 그는 “시인이잖아”라고 답했다. 진우석 작가는 시인이 되면 아름다운 곳을 모두 알 거 같아 그날부터 시인이 되려고 노력했다. 30년이 지난 지금 진우석 작가는 시인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걷고 있다. 1년에 몇 달씩 타지에서 새로운 문명과 마주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그가 글쓰기로 돈을 벌기 시작한 건 산악 잡지사 기자로 입사한 후부터다. 대학 졸업 후 딱히 취업할 생각이 없었다. 그저 산이 좋아 짬짬이 등산하고 신춘문예에 등단하기 위해 시를 쓰곤 했다. 그러던 중 월간 <사람과 산> 채용공고에 이력서를 제출했다. 산악 잡지 기자들은 전부 대학 산악부 출신인지라 그가 뽑힐 리 만무했지만 당시 편집인 남선우 씨의 결정으로 월간 <사람과 산>에 입사할 수 있었다.

입사 후 국내외 명산을 취재하고 유수의 산악인들과 소통하는 건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국문학과 출신으로 글만 쓰던 사람이 대학 산악부 출신 기자들의 장점인 등반력을 따라잡긴 어려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능력 차이는 벌어졌고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졌다. 그래서 과감하게 기자생활을 접고 히말라야로 향했다.

히말라야Himalaya는 만년설의 보금자리다. 눈 쌓인 능선이 끝없이 이어졌고 때 묻지 않은 문명이 그를 압도했다. 그러나 그는 아내에게 많이 미안했다. 번듯한 직장을 그만두고 가정을 돌보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히말라야의 추억을 일간지와 월간지에 기고하고 사진을 판매하니 여행비용의 다섯 배가 넘는 수익을 창출했다. 직업으로서의 여행이 가능하단 걸 깨닫게 된 순간이다. 전 직장인 산악 잡지 월간 <마운틴> 객원기자 활동과 여러 매체의 기고를 겸하면서 차츰 프리랜서 여행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2006년과 2008년 파키스탄에서 특별한 추억을 만들었다. 14년 전 파키스탄은 지금보다 더 미지의 여행지였다. 파키스탄과 관련된 책과 인터넷 정보가 거의 없던 시절이었다. 진우석 작가는 ‘파키스탄은 위험하다’는 소문을 뚫고 EBS <세계테마기행> 팀과 두 차례 파키스탄 북부 촬영에 나섰다.

그곳의 모든 것이 생경했다. 카라코람 하이웨이 바로 앞에서 감상할 수 있는 빙하, 우락부락한 암릉 사이에 있는 광활한 초지 등 여태껏 보지 못한 모습에 도취했다. 그는 느낀 것을 여행 내내 블로그에 기록했다. 그리고 그것을 모아 2010년 그의 첫 도서 <파키스탄>을 출간했다.

도서 <파키스탄>의 출간은 꼬박 2년이 걸렸다. 파키스탄이 비인기 여행지인데다 국내 독자들의 시선이 부정적인 편이라 출판사들은 발행을 꺼렸다. 다행히도 EBS <세계테마기행> 출연진이라는 타이틀, 충실한 내용, 파키스탄 국내 도서가 전무하다는 이유로 겨우 출판에 성공할 수 있었다.

출판이 미뤄질 때마다 공허함에 빠졌다. 좋은 콘텐츠를 어렵게 제작했는데 비상업적이란 이유로 독자들과 만날 수 없다는 사실에 맥이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 또한 여행 작가의 현실이다. 당연히 독자들은 인기 여행지 콘텐츠를 원하고 출판사들은 시장에서 잘 팔리는 콘텐츠를 채택한다. 트렌드를 잘 짚어 내는 것도 여행 작가의 일이다.

그 뒤로 내리 일곱 권의 책을 출판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전부 트레킹과 관련된 책이다. 국내 걷기 여행 가이드 <제주도올레길 북한산둘레길 지리산둘레길>, 1년 52주에 맞는 산행지 안내서 <이번 주에 오르고 싶은 산>, 일간지에 연재하던 산행 기사를 모은 <걷기 좋은 산길 55>, 대한민국 대표 3대 트레일을 담은 <대한민국 3대 트레일>, 등산 안내 만화 <산이 부른다>, 산악전문가 이상은 씨와 함께 만든 <대한민국 트레킹 바이블>, 해외 트레킹 코스의 모든 것을 담은 <해외 트레킹 바이블> 등이 그의 저서다.

직업으로서의 여행이 마냥 즐겁진 않다. 해외에서 장기간 체류하며 문화, 역사를 엿보는 건 행복하지만 작가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다. 해당 지역의 정확한 정보와 작가만의 감상을 정리할 뿐만 아니라 멋진 사진도 남겨야 한다. 준비하고 기억하고 기록해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니다 보니 지칠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즐거워하자’며 자기 최면을 걸거나 취재 후 미술관에 가는 등 작가가 온전히 즐기는 여행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20년 넘게 여행 작가로 활동하면서 어찌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없겠는가. 그 역시 타성에 빠지곤 했다. 모든 직업이 그렇듯 여행 작가도 반복적인 일이다. 자료 조사, 현지 취재, 글과 사진 정리 등 지역과 내용이 달라질 뿐 작업 틀은 언제나 비슷하다. 의자에 앉아서 자료를 정리하는 시간이 여행보다 훨씬 길다. 하지만 그는 천생 여행 작가다. 여행을 떠나면 지루한 삶이 금세 활기로 가득 찬다.

그는 멋쩍게 웃으면서 스마트폰 구글맵스 앱을 보여줬다. 다녀온 곳과 갈 곳이 지도에 빼곡히 표시되어 있었다. 그는 서유럽을 가리키면서 여행 작가로서의 방향성을 이야기했다.

“지금까지 트레킹 전문 여행 작가라고 불렸지만 올해부터는 달라질 예정입니다. 작가의 감상에 지역 문화, 예술, 철학을 버무린 인문학 여행 도서를 출간할 겁니다. 즉, 한 권으로 이해하는 서양 역사 여행 책이죠. 이미 작년 말에 튀니지, 알제리, 모로코, 스페인, 프랑스 등 서지중해를 다녀왔고 출간 작업 중입니다. 요즘 여행 에세이 흐름과는 상반되는 책일 거예요. 여행하며 공부하고, 공부하고 여행하는 고리타분한 삶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일들이 재미있는걸요.”

여행 작가에게 묻는
직업으로서의 여행 Q&A

Q. 여행 작가에게 필요한 능력은요?
A. 취재력이죠. 여행에서 무엇을 보고 기록할 건지 포인트 잡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글과 사진이 훌륭해도 취재력이 부족하면 콘텐츠 수준이 낮아집니다. 물론 글과 사진도 중요합니다. 아무래도 이미지의 시대다 보니 글보다 사진이 더 주목받겠죠?(웃음) 글은 소설작가처럼 매우 뛰어나지 않아도 됩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장이면 충분합니다.

Q. 사진을 잘 찍는 비결이 있나요?
A. 여행지의 멋진 사진들을 미리 찾아봅니다. 여행을 떠나서는 사전에 본 사진과 같은 구도로 촬영하고 나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추가 촬영합니다.

Q. 여행 작가가 되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겠어요.
A. 여행 작가 커뮤니티인 (사)한국여행작가협회에서 운영하는 여행작가학교를 추천합니다. 작문, 촬영 강의는 물론 유명 작가의 특강을 진행합니다. 여행 작가, 여행 전문 기자 등 여행 전문가들이 강사로 재직 중이고요. 총 13주간 25강의가 열리며 현장 실습과 멘토 제를 실시합니다. 비용은 3개월에 65만원입니다.

Q. 여행 작가의 수입은 어떻게 되나요?
A. 작가마다 다르니까 제 경우로 말할게요. 저는 먼저 취재를 하고 차후에 콘텐츠로 돈을 벌어요. 쉽지 않은 직업이죠.(웃음) 처음 프리랜서 여행 작가를 시작했을 때 무척 힘들었지만 (사)한국여행작가협회에 들어와서 형편이 나아졌어요. 협회 회원끼리 여행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기고를 추천하거나 해외 관광청의 일을 진행하기도 하죠.

Q. 짐 싸는 팁이 있나요?
A. 한 달 이상 머무는 해외여행 시에는 짐을 줄이는 게 관건입니다. 노트북, 휴대폰 등 본인한테 꼭 필요한 물건들로만 배낭을 채우는 거죠. 아! 휴대폰은 분실의 위험이 있어서 두 개를 준비하는 게 안전해요. 우리는 휴대폰 없이 단 한 순간도 못 버티는 존재니까요.(웃음)

Q. 여행 시 비상약을 챙겨야 하나요?
A. 현지에서 생긴 병은 현지 약을 먹는 게 가장 효과적입니다. 물론 원래 지병이 있던 사람들은 따로 준비해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굳이 비상약을 안 챙겨도 괜찮습니다. 대신 입술보호제는 한국에서 준비하는 걸 추천합니다.

JIN WOO SEOK

진우석

시인이 되다 만 여행 작가

(사)한국여행작가협회 회장

블로그 blog.naver.com/mtsw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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