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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흔적을 남기는 걸음
자연의 흔적을 남기는 걸음
  • 조혜원 기자 | 양계탁
  • 승인 2020.02.15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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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그라운드' 이근백 대표

발걸음은 흔적을 남긴다. 좋은 흔적을 남기는 걸음을 디자인하는 신발 브랜드 마더그라운드. 독특한 신발의 아웃솔, 더 독특한 판매 방식,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한 마더그라운드의 대표 이근백을 만났다.

알면 알 수록 빠져드는 이야기
마더그라운드MotherGround의 이근백 대표는 스트릿 브랜드인 브라운 브레스의 창립멤버로 10년간 의류, 가방 등을 만들었다. 혼자서 새로운 브랜드인 마더그라운드를 만들고자 했을 때 해왔던 것, 잘하는 것보다 해보고 싶은 것을 택했다. 작은 브랜드에서 신발을 만드는 것은 어렵고 힘든 길이라고 모두 말했지만, 몰랐기에 무모했고, 무모한 만큼 용기 있었다. 이근백 대표는 혼자서 디자이너이자 재무담당, 생산관리자, 영업부장의 역할을 해낸다.

마더그라운드는 크게 세 가지 규칙을 정했다. 좋은 흔적을 남기며 걷기, 합리적 소비를 위한 정보 공개, 유통마진을 없앤 가격이다. 마더그라운드의 신발은 브랜드 이름처럼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이다. 지도의 등고선, 우리가 밟고 선 땅을 신발 아웃솔에 담았다. 제품의 색도 자연의 요소에서 가져왔다. 아이보리, 블랙이 아닌 자작나무 화(樺), 개펄 탄(灘), 건물 루(樓), 이끼 태(苔)라고 이름 짓고 신발 뒤에 한자로 새겨 넣었다.

유통마진 없는 구조
물건을 살 때 얼마에 만들어지는지, 왜 이 금액이 책정된 건지,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가져본 적이 있었던가? 당연히 아무도 알려주지 않을 거라 생각해 소비자 스스로 궁금증을 거세해왔을지도 모른다. 마더그라운드는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동반되어야 하는 이러한 질문들에 차근차근 답한다.
소비자가격은 크게 생산비, 운영비, 임금, 마진, 유통 수수료로 구성된다. 그중 유통수수료가 30%나 차지한다. 오프라인 매장, 온라인 셀렉숍 등에 입점하는 위탁 판매 방식은 높은 수수료와 재고 부담이 있어 브랜드에선 처음부터 유통 수수료를 더해 가격을 책정한다. 불필요한 유통 과정을 제한다면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고, 브랜드도 재고 부담을 덜 수 있다.

마더그라운드 제품의 가격표는 영수증처럼 길다. 구구절절 세세하게 가격 정보를 알려준다. 장비 비용 1만4500원, 천연가죽 8800원, 임금 1만천원, 마진 1만2400원 등이다. 신발 한 켤레를 팔아 이것저것 제하고 1만2400원의 마진이 남는다니 놀라운 일이다. 신발이 비싸거나 싸다는 생각보다 과정에 녹아든 여러 사람의 노고와 공정이 세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몰딩 업체부터 제작공장까지 신발을 만드는데 협력한 업체도 전부 공개한다. 마치 영화의 크래딧처럼, 누구나 알 수 있지만 따라 할 수는 없을 거란 자신감, 각자의 이름을 걸고 작업하는 동업자들의 자부심에 대한 감사함 표현이다.

보부 스토어
마더그라운드의 신발은 유통 마진을 빼고 공식 홈페이지에서만 판매한다. ‘그래도 신발은 신어봐야 한다’는 철학이 확고한 고객과 제품 홍보를 위해 신발을 짊어지고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방식을 택했다. 보부상처럼 전국을 돌며 ‘보부 스토어’라는 팝업스토어를 연것. 홍대 카페 ‘1984’ , 부산 ‘브라운 핸즈’ , 연남동 ‘연남장’ 등 그동안 19곳에서 보부 스토어를 열고 고객을 만나 소통했다. SNS로 장소를 공지하고, 현장에 오는 이들을 위한 이벤트도 준비한다. 2월 중순의 신제품 쇼케이스와 함께 스무 번째 보부 스토어를 열 계획이다. 그의 철학에 공감하는 브랜드가 콜라보 제안해 다양한 결과물도 만들었다. 스마트 워치 페이스 브랜드인 미스터 타임Mr.time과 협업해 마더그라운드 아웃솔의 텍스처를 적용한 워치스트랩, 가방 브랜드 프루아ffroi와 협업한 코랄 시리즈 가방과 신발이 있다.

지도에 나와있지 않은 새로운 길을 만들려는 사람.
그 길을 마더그라운드가 함께 걷고 싶습니다.

함께 하는 두번째 걸음
마더그라운드의 두 번째 걸음은 매끄러운 길이 아닌 울퉁불퉁하고 먼지 나는 길을 걷는 이에게 필요한 신발이다. 이근백 대표처럼 곧게 뻗은 길을 두고 거친 길을 걸으려는 사람, 지도에 나와 있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가려는 사람을 위한 신발이다. 험한 길을 걸어도 발에 무리가 덜 가도록 인젝션 파일론Injection Phylon 기법을 적용하고 가벼우면서 완충작용을 하는 EVA 소재를 사용했다. 두 번째 역시 독특한 아웃솔이 특징이다. 아웃솔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굵은 길과, 미로처럼 얽혀 연결된 모양새다. 각자의 길을 걷다 넓은 길목에서 만나게 되는 모두의 발걸음을 응원하는 신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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