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 타다오와 제임스 터렐의 공간의 예술
안도 타다오와 제임스 터렐의 공간의 예술
  • 조혜원 기자 | 조혜원
  • 승인 2020.02.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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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뮤지엄산

갤러리와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원주 오크밸리 CC 한 가운데, 거대한 미술관 ‘뮤지엄 산’이 자리한다. 뮤지엄 산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Ando Tadao가 설계를 맡은 건축물과, 빛과 공간의 예술가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 전용관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꼭 가봐야하는 곳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임스 터넬 전용관이 있으며, 이는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 감상은 주차장에서부터 시작된다. 웰컴 센터, 조각 정원, 플라워 가든, 자작나무 숲을 지나야 본관에 도달한다. 플라워 가든에서 부터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들어서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하늘 위에 떠 있는 정원이라는 상투적인 표현이 과장이 아니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하늘과 맞닿은 완만한 곡선의 정원 위에 거대한 조각 작품이 올라 앉았다. 하얀 자작나무 터널을 따라 걸으면 드디어 본관이 나타난다. 여기까지 오는 길은 모두 이 광경을 위한 서론에 불과했다는 듯, 놀라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높은 산 속에 감춰진, 물 위에 떠 있는 미술관이다.

©뮤지엄산

스톤가든은 경주의 고분에서 영감을 받은 아홉개의 스톤마운드로 이루어졌다. 돌로 만든 능선 사이 기품있는 소나무는 채도 낮은 산수화를 연상케 한다. 안도 타다오는 꽃, 물, 돌 자연을 활용해 소재와 질감의 경계를 넘나들며 건축을 예술로 표현한다. 단단한 돌로 부드러운 곡선과 오차없는 직선을 표현한 뮤지엄 산은 눈길 닿는 구석구석 시적이다.

뮤지엄산 개관 5주년을 맞아 새롭게 만들어진 명상관은 스톤마운드와 같은 형태지만 반원구를 가로지르는 긴 창을 냈다. 명상관에 들어서면 원이 주는 안정감에 마음이 편안해지고, 긴 창을 통과한 빛이 방안에 선을 그린다. 날씨와 시간에 따라 빛의 밝기와 위치가 달라진다. 교회의 재단 뒤 벽에 십자가 모양으로 창을 낸 안도 타다오의 대표적인 작품인 ‘빛의 교회’가 연상되는 공간이다.

©뮤지엄산

제임스 터렐관은 30분 단위로 20명씩 제한해 관람한다. 벽에 걸린 작품을 관람하는게 아니라 걷고, 듣고, 보며 경험하는 예술이다. 그의 작품 속에 있으면 빛이 지나가는 길목, 경험해 보지 못한 다른 차원의 세계에 둥둥 떠있는 듯한 기분이다. 공간과 빛을 이용하는 작품은, 눈에 보이는 무한한 공간이 진짜인지 손에 만져지는 벽이 진짜인지 가늠할 수 없는 상태에 이게 한다. 제임스 터렐관의 하이라이트는 투어 마지막이다. 다른 차원을 향해 걸어나가는 듯한 체험은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느껴보는게 최선이다.

©뮤지엄산

제임스 터렐은 내면의 빛을 통해 구원을 얻는다고 믿는 퀘이커교 신자인 부모님의 영향을 받았다. 침묵과 명상을 중시하는 가르침이 그의 작품의 뿌리다. 종교와 상관없이 그의 작품 속을 거닐다보면 명상과 사색의 시간을 누릴 수 있다. 나 자신의 내면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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