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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넘이 끝판왕을 보다
해넘이 끝판왕을 보다
  • 박신영 기자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19.12.02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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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 맛집, 강화도 마니산 트레킹

어느새 2019년의 종착역이다. 올해가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언제나 그렇듯 시간은 흐른다. 마주 하고 싶지 않은, 그러나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2020년을 코앞에 두고 강화도 마니산 일몰 트레킹을 떠났다.

전국에서 기(氣)가 가장 센 마니산
강화의 황금들녘, 송도의 화려한 마천루, 드넓은 서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마니산(摩尼山)은 해발 472m의 야트막한 산으로 지리적, 역사적으로 진귀한 의미를 지녔다. 마니산은 지리적으로 한반도 중앙에 자리한다. 마니산과 한라산, 마니산과 백두산간의 거리가 똑같다. 이름 역시 특별하다. 마니산은 때때로 마리산으로 불리는데. 마리란 옛날 말로 머리를 뜻하며 강화도의 가장 높은 땅이란 의미다.

이외에도 마니산은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우사(雨師)와 운사(雲師)의 흔적과 선사시대의 발자취를 담은 것은 물론 조선 시대 전반에 걸친 호국의 보루, 북한과 가장 맞닿은 경계지역으로 국가 요충지 역할을 해왔다.

억겁의 세월 속 중요한 사건마다 국가의 중심을 지켜온 마니산은 전국에서 기가 가장 센 곳으로도 알려졌다. 하늘에 제를 지내는 참성단이 정상에 위치해 예부터 신성한 곳으로 소문난 것. 종종 무속인이 마니산 정상에 올라 치성을 드리거나, 임산부가 찾아와 좋은 기를 받아간다. 심지어 천주교, 개신교는 물론 홍익인간의 절대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종교 한얼교의 기도원이 마니산 자락에 위치한다. 마니산에서의 기도가 신통한지 확인할 수 없지만 다양한 종교와 민간신앙이 마니산을 범상치 않게 여기는 것은 틀림없다.

최고의 슬랩 연습지
마니산 등산로는 두 개다. 계단 따라 쉬엄쉬엄 올라가는 마니산국민관광단지 코스와 다양한 암릉을 경험할 수 있는 함허동천 야영장 코스다. 두 가지 전부 마니산 정상에서 원점회귀하는 코스로 알려졌지만, 우리는 함허동천 야영장~정상~참성단~마니산국민관광단지로 행로를 정했다. 이번 산행은 팔봉산 등산 멤버인 하이커 김희남 씨와 도시재생 기획자인 김지영 씨와 함께다.

1977년 마니산 일대가 마니산국민관광단지로 지정된 후 입장료를 받기 시작했다. 어른 2천원, 청소년 1천원, 어린이 700원이다. 마니산국민관광단지에 포함되는 함허동천 야영장 역시 입장료를 내야 들어갈 수 있다.

초겨울이라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은 줄 알았는데, 아직 파리한 낙엽이 군데군데 떨어져 있었다.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를 들으며 가을의 끝자락을 마음껏 즐겨봤다. 야영장 끝에 다다르면 본격적인 등산로다. 사실 등산로라 할 것도 없다. 나무 계단 몇 개뿐.

계단 몇 개를 지나면 어지러운 돌길이다. 이것저것 볼 것 없이 후딱 올라간다. 이번 트레킹 테마는 일몰, 오후 3시부터 등산을 시작했다.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에 한눈팔 지 않고 급히 서둘러야 한다.
5부 능선쯤 올랐을까. 곳곳에 포진된 기암괴석들이 나타났다. 바람에 깎였는지, 번개에 쪼개졌는지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눈길을 사로잡을 만큼 기묘했다. 강화도가 고인돌의 성지라더니 마니산의 암석도 특별하다.

깎아지른 절벽을 마주하자 희남 씨와 지영 씨가 슬랩을 시도했다. 슬랩은 등산화 밑창과 바위의 마찰에 기대 등반하는 기술이다. 클라이밍의 기초 동작으로 마찰력, 균형, 리듬 삼박자의 조화가 필수다. 말랐지만 다부진

지영 씨가 성큼성큼 바위를 올랐다. 에디터는 혹시라도 지영 씨가 떨어질까 조마조마 했지만 기우였다. 러닝으로 다져진 그녀의 몸은 꽤 날렵했다. 희남 씨 역시 바위를 2m 정도 오르고 날쌔게 착지했다.

“야트막한 산이라 가벼운 등산화를 신고 왔는데 생각보다 접지력이 좋네요” 희남 씨가 등산화를 칭찬하는 사이, 바위에 친하지 않은 에디터는 단 50cm도 올라가지 못하고 포기선언이다.

<케이투> 플라이하이크 터보
탁월한 접지력으로 한국형 산악지대에 안성맞춤이다. 굴곡형 라스트를 적용해 발과 신발 사이의 일체감을 증가했다. 고탄성 쿠셔닝 플라이폼을 적용해 안정적인 착화감을 제공함은 물론 끈 조절이 쉬운 보아를 적용해 신고 벗기 편리하다.

FEATURE소재 갑피인조가죽, 폴리에스터, 고어텍스 인비저블 핏
무게 370g(270mm 기준)
색상 레드, 블루
소비자가격 21만9천원
케이투코리아

일몰에 감동을 더하다
한창 슬랩 연습하다 보니 밤이 다가옴을 눈치 채지 못했다. 얼른 채비를 마치고 다시 산에 오른다. 암릉 구간이 끝나자 시야가 확 트였다. 고개를 돌아보니 눈 아래 황금들녘이 펼쳐졌다. 저 멀리엔 번쩍이는 송도와 인천대교가 흐릿하게 보인다.

잰걸음 치며 능선 위에 올라섰다.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무너진 자리 붉디붉은 해가 위풍당당하게 떠 있다. 지영 씨와 희남 씨가 연신 탄성을 지르는 사이, 에디터는 신묘한 힘을 느꼈다. 발끝에서 머리까지 소름이 돋으면서 영험함이 온몸을 채웠다. 무신론자이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마니산의 기는 확실히 다른 산과 차원이 다르다.

태양은 금세 바다 아래로 가라앉았고 붉은 노을이 시야를 휘감았다. 모두 인생 일몰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참성단에서 쓴맛을 보다
웅장한 일몰을 뒤로하고 참성단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옅은 달빛과 헤드랜턴에 의지하며 조심스레 능선을 걸었다. 참성단까지 약 1km 구간은 양 옆으로 천 길 낭떠러지다. 온몸의 감각을 곤두세우고 자연에 귀 기울였다.

드넓은 헬기장을 지나치자 어렴풋이 참성단이 보인다. 어떤 기도를 드릴지 고민하는 사이 참성단 중수비를 지났다. 참성단 중수비는 1995년 3월 1일 인천광역시문화재자료 제13호로 지정된 비문이다. 가파른 암벽에 가로 50cm, 세로 150cm로 윤곽을 만들고 그 안에 8행 238자를 새겼다. 조선 인조 17년(1639년) 강화 유수 최석항이 무너진 참성단을 보고 선두포별장 김덕하와 전등사 총섭 신문에게 명하여 참성단을 보수했다는 내용이다.

드디어 참성단이다. 들뜬 마음으로 입구를 찾는데 도무지 문이 보이지 않는다. 참성단을 둘러싼 펜스를 돌자 안내문이 보인다.

“참성단 출입 일시 통제 안내. 참성단은 단군이 하늘에 제사를 올리던 신성한 제단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사적 제136호로 지정된 중요한 문화재입니다.…(중략)…부득이 참성단 출입을 통제하오니 이점 양해하시어 참성단 보호와 보존에 적극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강화군수”

지난 4월 19일 강화군에서 안전사고 예방과 문화재 보호를 목적으로 마니산 참성단 출입을 임시 통제 한 것. 최근 참성단 석재의 계속된 풍화작용으로 제단 하단부 석재의 박리·탈락·이격 등의 현상이 지속됐고 석재 자체의 강도가 기준치 미달로 진단돼 보수가 시급했다. 강화군은 참성단의 보수 공사가 완료되고 안전이 확보된 이후 참성단을 재개방한다고 알렸지만 정확한 재개방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올해를 무사히 보냄에 감사하고 내년도 건강히 지내게 해 달라고 빌 참이었는데. 계획이 틀어졌다. 아쉽지만 우리는 펜스 아래서 올해를 돌아보고 내년 계획을 나누었다.

전국에서 기가 가장 센 마니산에서 멋진 풍경은 물론 좋은 기운을 얻었다. 거대한 태양에게 뜻밖의 선물을 받기도 했다. 멀어지는 마니산을 바라보며 우리의 아름다운 세상이 내년에도 눈부시길 간절히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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