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술로 사람을 만나는 공간 '문학살롱 초고'
책과 술로 사람을 만나는 공간 '문학살롱 초고'
  • 조혜원 기자 | 정영찬
  • 승인 2019.10.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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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책방으로 떠나는 늦캉스

문학살롱 초고는 위스키와 함께 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높은 벽의 미로 같은 길을 지나야 한다.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듯, 미로를 통과하면 커다란 책장과 마주 서게 된다. 그 멋진 책장이 서점 공간이다. 그곳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구매할 수도 있고 본인의 책을 가져와도 좋다.

책장에서 오른편으로 돌면 나오는 바는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마치 소설 속 괴짜 박사의 은밀한 서재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드는 곳이다. 영화 <미드나잇인 파리>에서 예술인들이 모여 노래하고 문학과 예술에 대해 자유롭게 논하는 살롱 문화가 멋져 보여 만든 공간이다.

큰 책장의 책은 계절에 한 번씩, 서브 책장은 일주일에 한 번씩 구성이 바뀐다. 가을 큐레이션의 주제는 리베카 솔닛의 책 제목이기도 한 ‘멀고도 가까운’이다. 초고를 함께 운영하는 멤버들이 주제를 가지고 선정한 책이다. 책 옆엔 작은 메모로 책을 추천하는 이유가 적혀 있다. “이 친구는 이런 사람이야. 어때? 너랑 잘 통할 것 같지 않니?” 라며 친구에게 낯선 사람을 소개받는 기분이다.

낮엔 커피와 맥주를, 저녁 7시 이후에는 위스키나 칵테일을 판매 한다. 초고는 혼자 조용히 독서하는 것도, 옆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문학에 대해 말을 거는 것도 자연스러운 곳이다. 가벼운 술 한잔이 그런 분위기를 돕는다. 한 달에 한번 열리는 ‘초고 살롱’은 일대 다수의 일방적인 북토크가 아닌, 여러 분야의 글 쓰는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고민과 책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누는 자리다.

매주 목요일, 금요일에 진행되는 시 낭송 행사도 초고에서만 벌어지는 특별한 이벤트다. 한 시간 짜리 모래시계가 다 떨어지면 음악이 꺼지고 조명이 보랏빛으로 바뀌고 누군가 시를 낭독한다. 주로 스텝이 시를 낭독하지만 손님이 나서 스스로 시를 읽기도 한다.

<A가 X에게> x 발베니 위스키
쓸쓸하고 외로워지기 쉬운 계절, 사랑하는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로 이루어진 소설을 추천한다. 존버거가 쓴 소설 <A가 X에게>는 혁명을 시도하다 감옥에 갇힌 이와 일상을 살아가는 연인이 차분하고 담담한 어조로 그리움과 사랑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단순한 사랑의 속삭임이 아니다 절절한 사랑의 속삭임 안에는 자본주의와 세상에 관한 날카로운 비판이 섞여 있다. 그들의 대화는 희망을 향한다. 필사하기 좋은 문장이 넘치는 책이다. 발베니는 참나무통에서 숙성 시켜 스모키한 깊이와 여운이 느껴지는 위스키다. 스모키한 위스키는 어쩐지 가을과 잘 어울린다.

문학살롱 초고

서울 마포구 독막로2길 30 B1층

02-332-7579

13:00~02:00 월~토요일,

13:00~24:00 일요일(화요일 휴무)

아메리카노 5천원, 낮맥 5천원, 햄치즈 파니니 8천원(카페 메뉴 저녁 7시 마감)

칵테일, 위스키 8천원~1만4천원, 하우스와인 1만원, 생맥주 6천원, 아몬드 맥주 8천원

@salon_de_cho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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