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품은 러시모어
대통령을 품은 러시모어
  • 앤드류 김 | 앤드류 김
  • 승인 2019.09.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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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부 사우스다코다주 러시모어산 국립기념지

미서부 와이오밍주의 끝없는 초원을 북쪽으로 이틀간 달리면 사우스다코타주 남서부와 와이오밍주 경계에 위치한 블랙힐스 산지를 만난다.

블랙힐스 정상에 다다르면 저 멀리 러시모어산 정상의 큰 얼굴 대통령 조각상이 한눈에 들어온다. 조각상 길이는 18m로 빌딩 6층 높이다. 마치 거대한 거인이 자신의 얼굴을 그대로 조각해 놓은 것 같다. 방문객들은 거대한 자연과 집요한 인간이 완성한 불멸의 작품 보기 위해 멀리까지 찾아온다.

돈 로빈슨Doane Robinson은 우연히 블랙힐스의 큰 바위와 마주치면서 엉뚱한 아이디어를 냈다. ‘큰 바위에 얼굴을 조각한다면 미래 관광자원이 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그의 아이디어는 채택됐고 제30대 미국 대통령 캐빈 쿨리지가 1927년 러시모어산 정상에 대통령 얼굴 조각 사업을 승인하면서 불후의 작품이 태어났다.

거츤 보글럼
거츤 보글럼

사업의 지휘관은 거츤 보글럼Gutzon Borglum이었다. 보글럼은 블랙힐스 가장 가까운 산 아래부터 1717m 높이의 러시모어산 정상까지 도로공사를 시작했다. 길 닦기는 난공사였다. 도로를 빨리 완성해야 무거운 권양기와 케이블 장비 등을 바위 정상까지 끌어 올릴 수 있었다. 보글럼과 작업자들은 필사의 노력을 다했지만 점점 작업자가 떠나므로 예상과 달리 공사가 늦어졌다.

그러나 여기서 물러날 보글럼이 아니었다. 보글럼은 우선 미국 전역의 석공들을 불러 모았다. 석공들이 설계도와 상세 작업서를 오차 없이 만드는 사이, 보글럼은 도로공사를 완성하고 조각에 들어갔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400여 명의 석공들은 여덟 팀으로 나뉘어 동시에 네 명의 대통령 흉상을 조각하기 시작했다. 조각가들은 절벽에 대롱대롱 매달려 대통령 얼굴을 하나씩 조각했다. 마치 너새니얼 호손의 단편소설 ‘큰 바위 얼굴’을 조각하는 심정으로 말이다.

누군가는 러시모어의 큰 얼굴 대통령 조각상을 호손의 소설 속의 큰 바위 얼굴과 혼동한다. 호손의 소설 <주홍글씨>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바위는 블랙힐스 큰 얼굴 대통령 조각상과 다르다. 그 바위는 미국 북동부에 위치한 뉴햄프셔주 화이트 마운틴의 자연산 바위로 얼굴 형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천연 바위 얼굴은 2003년에 번개에 의해 코가 떨어져 나갔다.

보글럼이 조각한 4명의 대통령은 누구일까? 초대 미국 대통령 조지 워싱턴, 제3대 미국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 제26대 미국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 제16대 미국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이다.

정면 왼쪽이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으로 조각상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그 옆은 미국독립선언문을 작성한 토머스 제퍼슨이다. 프랑스로부터 미국 중부 전 지역을 사들여 미국의 대국 진입 발판을 마련한 그는 버지니아주 의회를 직접 디자인할 정도로 못 하는 게 없었던 제3대 미국 대통령이다. 세 번째가 파나마 운하를 구축하면서 20세기 미국 경제를 세계 최강으로 올린 제26대 미국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다. 마지막은 남북 분단을 막고 노예를 해방한 제16대 미국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이다. 미국 건국과 성장에 이바지한 큰 바위 대통령 조각을 바라보면 고개가 숙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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