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으로 차려낸 약선요리
정성으로 차려낸 약선요리
  • 조혜원 기자 | 조혜원
  • 승인 2019.09.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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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옥화 음식갤러리

이천은 도자기와 쌀의 고장이다. 흙에서 비롯한 귀하고 아름다운 것들이다. 비옥한 토양에서 자란 쌀과 작가의 섬세한 손 끝에서 탄생하는 도자기가 식탁에 올라 일상을 더 풍요롭게 한다. 묵묵하고 정직하게 도자기를 빚고 밥을 짓는 이야기를 가을 바람에 실어 전한다.

안옥화 음식갤러리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단순한 쌀밥 정식 식당이 아니다. 효소를 활용해 찬 하나하나 정성을 기울여 정갈하게 차려진 밥상은 귀하게 대접받고 있다는 기분이 들게 한다. 인원, 시간, 메뉴까지 100% 예약제로 운영된다. 예약된 양 만큼만 음식을 만들어 급작스레 찾아온 손님은 받을 수가 없다. 부러 찾아왔는데 발걸음을 돌리기 아쉬울 수도 있지만 밥상을 받아보면 그의 운영방식이 이해된다. 육회도 주문이 들어오면 시간 맞춰 정육점에서 고기를 썰어올 정도니, 주인장의 고집을 알만하다. 장사와는 거리가 멀지만 우직하게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걷는다.

“손님이 찾아와서 음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만도 감사하다고 느끼는 걸요.”

갯수를 채우기 위한 찬이 아니라 저마다 하나의 요리다. 철마다 날마다 반찬은 조금씩 바뀐다. 찬을 하나하나 맛 볼 때마다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초장이라고 생각했던 소스는 토마토와 야채를 갈아 만든 것이며, 딸기조청을 얹은 마 등 상상할 수 없고 새로운 맛의 향연이 펼쳐진다. 보쌈도 예사롭지 않다. 당귀 말이 쌈 위에 고기와 인삼 열매를 넣고 특제 소스에 찍어 먹는다. 쌈장에만 찍어 먹던 보쌈이 고급요리로 변신한다.

식재료는 모두 이천과 국내산을 사용하며, 직접 농사도 짓는다. 몸이 열 개라도 시간이 부족할 것 같은데 그 어려운 일을 안옥화 대표가 해낸다. 재미있어서 힘든 줄도 모르고 해온 일들이 귀한 재료가 됐다. 귀하지만 귀하다고 느끼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제철에 난 식재료 자체가 약이다. 철마다 나는 재료를 이것저것 다 효소로 담그다 보니 마당에 점차 장독이 늘어나고 식당을 열 수 있을 만큼 쌓였다.

어릴 적 몸이 약했던 안옥화 대표를 위해 어머니가 효소로 요리를 만들어줬다. 결혼 후에도 어머니의 효소와 요리가 생각나 조금씩 만들다 보니 식당 구석구석 쌓인 효소 만도 200여 가지, 먹을 수 있는 식물의 거의 대부분은 효소로 만들었다. 효소는 최소 1년 이상 묵혀야 한다. 그래야 재료의 성분이 효소액에 흡수된다. 안옥화 음식갤러리에선 3~4년 이상 묵힌 효소를 요리에 활용한다.

이천은 예부터 쌀이 유명했다. 벼가 자라기 좋은 토양과 자연환경을 가져 임금님에게 진상하는 쌀이 재배되던 곳이다.

이천 쌀도 여러 가지 품종이 있는데 해마다 농업기술센터의 조언을 받아 제대로 농사짓는 농가와 직거래 한 쌀로 밥을 짓는다. 밥만 크게 한 술 떠서 먹어도 고소하고 단맛이 난다. 주인장은 이천 쌀을 활용해 조청을 만들고 술도 빚는다.

그릇은 모두 이천 신둔면에 있는 광주요를 사용한다. 귀한 음식을 좋은 그릇에 담아 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식은 단순하고 소박한 백자에 잘 어울린다. 안옥화 음식갤러리는 이천을 대표하는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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