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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잔으로 건네는 안부인사
차 한 잔으로 건네는 안부인사
  • 조혜원 기자
  • 승인 2019.06.20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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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고장 하동의 '화성제다'

여름으로 넘어가는 길목의 하동은 온통 초록이다. 십리벚꽃길의 벚나무는 짙푸른 터널이 되었고, 차나무에서 여릿한 새순이 돋았다. 하동에선 어딜 가도 차를 권한다. ‘오랜만이에요’, ‘언제 술 한잔해요’, ‘잘 다녀왔니’ 같은 모든 인사를 ‘앉아서 차 한잔해요’로 대신한다. 따뜻한 물을 끓이고 차를 우리고 살며시 찻잔을 놓아주고 또르르 소리를 내 차를 따르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이야기는 하동의 초여름처럼 짙고 섬진강의 바람만큼 섬세하다.

화성제다
하동은 우리나라 차의 시배지이며, 신라 시대부터 차를 재배하기 시작해 1200여년의 역사를 이어온 차의 고장이다. 하동에선 여전히 지리산 산비탈의 바위와 돌 틈에 조성된 야생차밭에서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농법으로 차나무를 가꾸고 수작업으로 찻잎을 수확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세계적으로 독창적인 농업 생산 방식과 전통적인 농업 시스템을 지원하고 보전하기 위해 2002년부터 세계중요농업유산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하동전통차가 지난해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됐다.

화성제다의 장근덕 대표는 차 공부를 하다가 좋은 차를 얻기 위해선 결국 직접 심고 가꿔야겠다고 결심하고 차나무 키우기 좋은 자연을 찾아 20여 년 전 하동에 자리 잡았다. 하동은 차 생산 시기에 일교차가 크고 섬진강으로 인해 토양의 수분이 충분하며 약산성의 성질이다. 게다가 자갈이 많은 사력질 토양이라 차나무가 자라기 좋은 자연 요건을 갖췄다.

더욱이 화성제다는 자동차 매연이 끼어들 수 없는 깊은 산속에 들어앉았다. 삼천여 평의 부지중 이천여 평의 차 밭에서 찻잎을 따는 것도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이들과 함께하며 찻잎을 따고 덖는 과정까지 모두 장근덕 대표의 손을 거친다. 좋은 차는 차를 다 우리고 나서 잎을 보면 안다. 화성제다의 차는 잔부스러기 없이 일정한 크기의 찻잎이 깨끗하게 남는다.

화성제다에서는 음력 4월 20일인 절기 곡우 전에 잎을 따 만든 우전과 입하 전후에 딴 잎으로 만든 세작 두 종류의 녹차만 만들고, 반발효차인 황차를 주로 만든다. 녹차는 차나무 잎을 따서 발효시키지 않은 찻잎을 덖어 만들어진다. 집마다 장맛이 오묘하게 다르듯 차 맛도 만드는 이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차 밭에서 딴 찻잎이라도 덖는 사람의 손맛과 기운에 따라 차 맛이 미묘하게 다르다. 화성제다에선 전통 방식으로 차를 말리기 위해 모든 과정을 다 마친 다음 청국장 띄우 듯 찻잎을 넣어 만든 벽지와 황토 바닥으로 된 온돌방에서 찻잎을 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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