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하고, 땀 흘리고, 즐겨라!
호흡하고, 땀 흘리고, 즐겨라!
  • 박신영 기자 | 정영찬 사진기자
  • 승인 2019.06.27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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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테릭스 크리에이티브 & 마케팅 카피라이터 조시 배린저Josh Barringer

과학자에서 트레일 러너가 되다. 아크테릭스 캐나다 본사 카피라이터 조시 배린저Josh Barringer의 이야기다. 트레일 러닝 이벤트 ‘아크테릭스 엔돌핀런 2019’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에 온 그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캐나다 아웃도어 브랜드 아크테릭스에서 크리에이티브 & 마케팅 카이라이터로 재직 중인 조시 배린저Josh Barringer입니다. 아크테릭스 홈페이지, 광고 캠페인, 제품에서 보이는 글자와 관련된 모든 일을 하고 있어요. 취미는 트레일 러닝과 울트라 러닝이고요.

트레일 러닝과 울트라 러닝이요?
미국 남동부 루이지애나주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화학 및 생체 분자 엔지니어링 석사 과정을 밟던 시절, 산에서 멋진 폭포를 보는 게 취미였어요. 졸업 후, 바이오텍 연구소에서 일하면서 트레일 러닝과 울트라 러닝에 빠졌습니다. 42.195km인 마라톤보다 긴 구간(50~200km 이상)을 달리는 것이 울트라 러닝인데요. 광활하고 아름다운 대자연으로 나가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끝없이 달리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곤 했죠. 그런데 2009년 미국 금융 위기 때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직업을 잃었습니다. 이후 캐나다 밴쿠버로 넘어가 일자리를 찾으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어요. 결국 새로운 분야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고, 트레일 러닝과 울트라 러닝을 즐기며 일할 수 있는 아크테릭스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습니다.

사진제공 아크테릭스

200km... 상상할 수 없는 거리입니다.
그렇죠. 제가 달렸던 것 중 가장 긴 울트라 러닝이 190km였는데요. 수면 없이 32시간 동안 완주했어요. 일반적으로 산을 뛰어다니는 것이 위험하고, 체력적으로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재밌는 일에는 위험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잠재적인 위험요소가 곳곳에 도사리지만, 마치 퍼즐처럼 그런 위험을 발견하고 극복하면서 성장하는 거죠. 물론 재미있기도 하고요.(웃음)

실직했을 때, 두렵지 않았나요?
정신적으로 정말 힘든 시기였어요. 평생 공들여온 삶이 한순간에 사라졌고, 앞으로 무엇을 할지 몰랐으니까요. 하지만 러닝으로 그 시절을 극복했어요. 장거리 러닝은 일종의 멘탈 게임이거든요. 몸은 ‘더 달릴 수 없어. 엄청나게 고통스러워질 거야’라고 얘기하지만, 머리와 가슴은 ‘더 멀리 계속 달릴 수 있어’라고 하죠. 이 생각을 인생에 대입했어요. ‘내가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을까’, ‘다른 나라에 정착한다는 게 가능할까, 그냥 고향으로 돌아갈까’라는 고민을 ‘할 수 있어’라는 생각으로 바꿨죠.

경제적으로도 힘들었을 텐데요.
통장 잔고도 여의치 않았죠. 더 작은 아파트로 옮겨야 했고, 방에 있던 물건을 창고에 넣어둬야 했어요. 하지만 뛰어난 울트라 트레일 러너들에게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들이 러닝 여행을 떠난 동안, 제가 그들의 방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해줬어요. 물론 끼니도 해결할 수 있게 도와줬고요. 그 덕분에 러닝을 즐길 여유가 생겼어요. 물론 심적으로 ‘이게 맞는 걸까.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나’, ‘다시 과학자의 삶으로 돌아가야 하나’ 등 여러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니야, 살아 있음이 느껴지는 삶을 이어가자’라고 다짐했습니다. 러닝은 값비싼 장비가 필요한 활동이 아니라는 점도 참 다행이었습니다. 민소매 셔츠, 반바지, 신발이면 멋진 풍경 속으로 달려 나갈 수 있죠.

아크테릭스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요.
아크테릭스 특유의 미학이 좋아요.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안전한 제품을 착용한 사람이 자신만의 아웃도어 경험을 넓혀가는 모습이 아크테릭스 광고의 핵심입니다. 그 모습으로 많은 사람이 아웃도어에 영감을 받죠. 저 역시 아크테릭스를 통해 트레일 러닝에 더욱 빠질 수 있었고요. 무엇보다 열정적인 동료들과 즐겁게 일할 수 있어 좋아요. 디자이너부터 제품의 컬러를 결정하는 컬러팀, 공장에서 장인정신을 갖고 일하는 제작자들까지 모두 아웃도어에 빠져있죠. 그들과 함께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게 행복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아크테릭스 제품이 있다면요.
트레일 러닝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는 신발입니다. 셔츠나 팬츠는 땀을 흡수하고 태양을 가릴 정도면 괜찮지만, 신발은 장거리 러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죠. 조금이라도 불편한 러닝화는 근육에 무리를 주고, 러닝에 몰두하는 걸 방해합니다. 그런 점에서 아크테릭스 제품이 돋보이죠. 편안하고, 믿을 수 있는 퍼포먼스가 발휘되도록 디자인되었으니까요. 이런 기준에 부합한 제품은 노반 LD 슈즈입니다. 아크테릭스의 두 번째 트레일 러닝화인데, 장거리 러너에겐 최고의 슈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한 달간 호주 태즈메이니아 섬으로 오지 트레일 러닝을 떠났는데, 그 때도 노반 LD 슈즈를 가져갔어요. 현존 최고의 트레일 러닝화라 생각합니다. 지금도 애용하고요.

한국엔 어떻게 오게 됐나요?
아크테릭스가 주최하는 트레일 러닝 이벤트 ‘엔돌핀런’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어요. 엔돌핀런은 기록이나 순위를 측정하지 않고 트레일 러닝 본연의 매력에 집중하는 이벤트예요. 휴가를 쓰고, 개인 비용으로 비행기 티켓을 구매해 한국으로 왔죠. 그러자 아크테릭스 한국 관계자가 “너처럼 수준 높은 트레일 러너가 왜 굳이 한국의, 그것도 입문자를 위한 행사에 사비를 털어 참가하려 하냐”고 의아해 했어요. 전 다른 문화 사람들과 만나 트레일 러닝을 함께 하고픈 마음이 컸고, 무엇보다 한국 트레일 러닝 저변을 넓히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거든요. 저로 인해 단 한분이라도 트레일 러닝에 관심을 갖는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꼭 저 때문이 아니더라도 이번 행사를 통해 그렇게 되길 바라요. 이번 한국 방문은 특별해요. 첫 아시아 국가 여행이거든요. 언젠가 꼭 한번은 아시아에 오고 싶었는데, 한국은 그중에서도 1순위였죠. 오랜 역사와 문화를 가졌으면서 최첨단 현대 국가이니까요. 아주 맛있는 음식도 있고요! 한국 출신 아크테릭스 동료들이 항상 한국 음식을 예찬하기도 했어요. 아, 막걸리 정말 최고예요!

사진제공 아크테릭스

초보 트레일 러너에게 메시지를 던져 주세요.
걱정 말고 편하게 생각하세요. 너무 많은 걸 한꺼번에 하려고 하지 말고요. 호흡하고, 땀 흘리고, 불어오는 산들바람을 즐기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도전도 즐기고요. 달리다 보면 육체적, 정신적으로 어려운 순간은 오기 마련이고 그것을 이겨내는 게 중요하죠. 하지만 시작하는 분들은 급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재미있게 달리면 됩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트레일 러닝이 보편화되지 않았고, 산에서 달리는 것 자체를 나쁘게 보는 시선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트레일 러닝으로 산을 더 빨리 즐길 수 있다는 걸 등산하는 사람에게 지속적으로 보여준다면 어떨까요? 하이킹으로 한 나절이 꼬박 걸리는 코스가 있다면, 트레일 러닝으로 점심 먹기 전에 다녀올 수도 있거든요.(웃음)

당신에게 러닝은 어떤 의미인가요?
와우. 이거 정말 엄청난 질문인데요? 생각할 시간을 좀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너무 심오한 질문이라서요. 러닝은 사람들 사이에 의미 있는 연결 고리를 만들어주는 존재예요. 그리고 세상이 어떻게 구성됐고, 나를 둘러싼 환경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아름다운 자연을 어떻게 즐길 수 있는지,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어떻게 돌려줘야 하는지 등을 깨닫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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