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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청두, 혼자에게 다정한 봄빛의 도시에서
[신간]청두, 혼자에게 다정한 봄빛의 도시에서
  • 정리 김경선
  • 승인 2019.06.19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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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첫 꽃봉오리 같은 도시

청도? 아니 청두. 다소 낯선 이 도시의 이름. 그러나 오랫동안 중국의 역사와 문화에 심취했던 저자는 사천요리를 대표하는 미식의 도시이자 오랜 역사와 문화의 품격을 지닌 청두의 매력을 잔잔하게 풀어냈다.

저자 이소정/페이지 296/가격 1만4800원/위즈덤하우스

대학을 졸업한 후 중국에 건너가 중국 고대사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저자가 싱그러운 봄빛을 품은 청두의 자연과 그곳을 터전으로 살아왔던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온 도시의 풍격(風格)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청두의 식문화와 이백과 두보의 상반된 삶, ‘미녀’를 뜻하는 ‘촨메이쯔(쓰촨 출신의 여자아이)’가 아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노력하는 촨메이쯔들과의 만남, 한 잔의 차를 나누는 기쁨을 알려준 다인(茶人)들과의 인연 등 여러 이야기들이 청두라는 도시의 다양한 속살을 보여준다.

한번 발을 들이면 다시는 떠나고 싶지 않은 청두의 매력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나에게 청두는 봄빛이었다. 두보초당의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청두의 햇살에서는 묘하게 다정한 냄새가 났다. 연둣빛 찻잎은 흰 개완을 제 몸빛으로 물들이고 있었고, 그 위로 둥실 떠오른 말리화 꽃잎은 몹시도 아련해 눈이 가늘어지도록 미소를 지으며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얼굴에 와 닿는 바람이 몹시도 따뜻했고, 마치 작은 새가 지저귀는 것만 같은 청두 사람들의 방언이 정겨웠다._본문 9쪽

청두 사람들은 먹을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단순히 맛있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최상의 맛을 추구하는 사람들. 소박한 재료에서도 그 맛을 끌어내어, 결국은 세계적인 요리로 만들어내는 저력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 저력은 질동이에 타인의 식재료가 들어오는 것을 싫다 하지 않는 포용의 정신, 그리고 서로의 입에 맛있는 것을 넣어주고자 하는 다정함에서 나온 것일 테다._본문 57쪽

정말이지 상상만으로도 몸이 오싹하도록 좋았다. 하늘마저도 비취빛으로 물든 대나무 회랑을 상상하는 내 표정을 보더니, 아주머니가 웃으며 말씀하셨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한여름에 와봐. 그때는 이런 패키지말고, 꼭 차를 빌려 와. 한여름 밤중에 이 장랑에 오면, 대나무가 자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거야.” “대나무가 자라는 소리라고요? 그건 대체 어떤 소리죠?” “그야 직접 들어봐야만 알 수 있는 소리지.”_본문 169쪽

친구에게 청두 사람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무어라 하겠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잠시 고민하던 친구의 대답은 이랬다. “맑은 차 한잔을 손에 들고 유유자적 삶을 즐기는 사람들.” 친구는 거리를 가리켰다. 봐봐, 사람들이 모두 걷고 있잖아. 뛰지 않아. 정말이었다. 거리에는 뛰는 사람이 없었다. 모두가 여유로운 표정으로 걷고 있었다._본문 2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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