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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으로 만드는 향긋한 설레임
내 손으로 만드는 향긋한 설레임
  • 조혜원 기자 | 양계탁
  • 승인 2019.04.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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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캔들 만들기 공방 체험

봄기운은 완연한데 휴대폰에선 하루가 멀다하고 미세먼지 경보가 울린다. 이제 그만 창문을 활짝 열어 겨울의 묶은 기운을 내보내고 상큼한 봄의 향을 들여야 하는데 그럴 수 없다. 집안 가득 봄 향기를 채우고, 가벼워진 옷자락에 향긋한 설레임을 담고 싶어 나만의 향수와 캔들 만들기에 도전했다.

우리 몸이 기억하는 향기의 기억은 강렬하다. 시큼한 레몬을 떠올리면 입안에 침이 고이듯 향기는 뇌와 몸에 각인된다. 봄바람에 실려 오는 꽃향기, 캠핑할 때 맡았던 습한 숲의 향, 갓 개어 놓은 빨래에서 나는 냄새처럼 향기와 함께 추억이 스물스물 피어난다. 향기의 기억이 깊게 각인되면 보이지 않아도 볼 수 있다. 실제로 뇌에서 후각을 인지하는 부분과 감정, 기억을 추리하는 부분은 같은 위치에 있다. 향기로 누군가에게 나의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향수인 듯 체취인 듯 좋은 향을 품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어딘가 달라 보인다. 누구나 사용하는 같은 향수 말고, 나에게 어울리는 향기를 만들고 싶어 향수 공방을 찾았다. 더불어 공간에 향을 채울 수 있는 캔들까지 만들 수 있다. 전문 조향사의 도움으로 나만의 향수를 만들어보자.

봄 향기를 풍기는 사람, 향수 만들기
향수 만들기는 내가 좋아하는 향을 찾는 것으로 시작한다. 만들고 싶은 향이나 평소 좋아하는 향의 느낌을 설명하면 조향사가 대략적인 향수의 이미지를 결정하고 추천해준다. 조향사가 시향지에 향료를 조금씩 뿌려 건네주며 향의 느낌을 묻는다. 시향지에 향을 맡았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 이름을 적으며 마음에 드는 향을 표시해둔다. 숲 향도 좋고 시원한 머스크 향도 좋은데 조합했을 때 이 둘이 어울릴지 고민이지만, 조향사가 향의 비율을 잘 배합해주니 우선 마음에 드는 향을 쭉 고르면 된다. 원하는 향을 고르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향이 어느 정도 통일성을 가진다. 향수를 만드는 것보다 내가 어떤 느낌의 향을 좋아하는지 알아가는 과정이 신선하다.

노트란 음악의 음계와 같이 향에 대한 후각적인 느낌을 표현한 말이다. 향의 휘발성에 따라 탑 노트, 미들 노트, 베이스 노트로 나뉜다. 탑노트는 향기의 첫인상이다. 향수를 뿌렸을 때 가장 먼저 다가오는 향이며 보통 20분 이내에 사라진다. 레몬, 베르가못 등의 상쾌한 향을 주로 사용한다. 미들 노트는 향수의 가장 중요한 이미지다. 향에 풍부함을 부여하고 향수의 전반적인 이미지를 좌우한다. 잔향이 은은하게 오래 남아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베이스 노트를 가장 신경 써야 한다. 주로 머스크, 우디 계열을 주로 사용하고 향의 깊이와 견고함을 더한다. 단계별로 좋아하는 향을 한 두 개씩 고르고 어코드Accord향을 세네 개 고른다. 어코드는 몇 가지 향료를 조합해 만들어둔 조향사만의 레시피다. 집 마다 장맛이 다르듯 어코드는 조향사의 손맛 같은 특별함이다.

향을 다 고르면 어떤 향료를 얼마큼 넣을지 비율을 정해 병에 담는다. 50g을 만들면 60mL정도의 향수가 나오는데 처음엔 45g 정도 만든다. 향료를 모두 조합한 뒤 향을 맡아보고 원하는 느낌에 따라 향을 더 추가하기 위해서다. 다 조합하고 보니 묵직한 우디 계열의 향수가 만들어졌다. 조금 산뜻한 꽃 향이 나면 좋을 것 같다고 하니 조향사가 능숙하게 몇 개의 향을 골라 두어 방울씩 넣는다. 마법사의 묘약처럼 고작 몇 방울일 뿐인데 완벽히 내가 원하는 향이 완성된다. 세상에 하나뿐인 나의 향수에 이름을 지어주고 라벨을 붙이면 정말 끝이다. 향기에도 숙성이 필요해 완성된 향수는 2주 후에 사용하면 된다.

은은한 공간의 향기, 캔들 만들기
캔들 만드는 것은 향수와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작업이다. 사용할 공간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향을 고른다. 잠자는 방에는 편안한 향, 거실에는 상쾌한 향을 두고 싶다고 설명하니 조향사 능숙하게 몇 가지 향을 추천해준다. 어코드 향 중 가장 좋아하는 메인 향을 두세 가지 정한다. 그리고 내츄럴 에센셜 오일을 세네 개 고르면 조향사가 향별로 비율을 정해 배합한다. 캔들에 사용되는 향은 100% 오일이라 향수를 만드는 향료보다 제형이 묵직하다.

향수를 만들 때와 마찬가지로 1차로 향을 배합해 시향한 다음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향을 더할 수 있다. 이제 소이 왁스를 녹일 차례. 천연 소이 왁스로 초를 만들면 그을음이 적고 깨끗하게 연소한다. 소이 왁스를 핫플레이트에 넣고 천천히 저어주면서 녹인다. 완전히 물처럼 녹인 다음 60~70도로 식을 때까지 잠시 기다려준다. 온도가 70도보다 높으면 향이 날아가 버려 캔들을 만들었을 때 발향이 좋지 않다. 65도쯤 됐을 때 왁스를 저어주면서 향료를 천천히 섞는다.

다음 면심지나 나무심지를 골라 용기 가운데 잘 맞춰 놓는다. 면심지는 그을음이 적고 초를 끌 때 심지를 왁스에 담그면 돼서 관리가 수월하다. 나무심지는 면심지보다 면적이 넓어 발향이 좋고 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가 난다. 용기에 완성된 오일을 부어 2시간 정도 굳히면 공간을 향기롭게 채워 줄 향초가 완성된다.

<르네랩 LE NEZ Lab>

향수의 본고장, 프랑스 그라스GRASSE에서 조향 과정 수료한 조향사가 운영하는 공방이다. 은은한 향기와 포근한 느낌의 인테리어로 마음이 편안해 지는 곳이다. 조향사가 직접 만든 향수, 소이캔들을 판매하며 공방을 운영한다.

서울시 종로구 계동길 96
02-762-3100
www.Lenezlab.com
11:30~18:30 (일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Lenez_lab
원데이클래스 향수(50mL+10mL) 1인 7만 5천원, 캔들(2개) 8만 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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