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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렴 어때 여행인데
아무렴 어때 여행인데
  • 글 사진 엄지
  • 승인 2019.02.19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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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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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취미로 가지게 되면서 여행을 가도 늘 사진이 우선이었고,
사진 때문에 미쳤던 날들이 있다. 모 항공사에서 베트남 취항으로 특가 항공권이 나왔다.
밤에 출발해 새벽에 도착하는 비행기
이 비행시간이 좋은 건 피곤하겠지만 휴가 없이 여행을 갈 수 있다는 것
비행기 시간이 조금이라도 딜레이가 되면 불안감이 오는 쫄깃함도 있다.
직장을 다니면서, 여름휴가를 휴양지에서 그냥 쉬고 싶다는 선배들이 많았다.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하루하루 정신없이 보내는 직장인들에게
‘쉼’이란 어쩜 아무것도 안하는 것부터인 것 같다.
호치민에 도착해서 쉬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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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빵빵’
자동차 클랙슨을 울리며 지나가는 오토바이, 거리에서 맥주를 마시고 소리를
지르는 여행객 탓에 숙소의 좁은 방은 이미 소음으로 가득했다.
첫날을 뜬눈으로 지새우고 충혈된 눈을 해서 조식을 먹으러 갔다.
차려진 밥상은 조식이라기보다는 간밤에 주린 배를 조금 채워 주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이 정도면 훌륭하네’ 하고 딸기잼을 빵에 천천히 바른다.
여기는 딸기씨가 꼭 개미처럼 생겼네.
아무렴 어때
지금 여행 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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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콩강에서 시간은 천천히, 느리게 흘러갔다
흙색의 강물은 무엇을 담고 있는지 보여주지 않았지만,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만으로도
이곳이 동남아의 젖줄임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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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이네 사막
메콩강에서 노를 젓는 뱃사공 아이의 사진.
한 장의 사진이 목적이었던 호치민은
여행을 가기 전 생각했던 곳과 사뭇 다른 곳이었다.
하루 종일 수십 대의 오토바이와 북적거리는 사람들 틈에 있다가는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회사를 벗어나 사서 고생하는 기분이다.
정신없는 호치민을 벗어나 근교 무이네를 다녀오기로 했다.
무이네에는 지프차를 빌려 당일치기 여행을 하는 프로그램이 많았다.
가이드가 열심히 설명하는데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호치민에서 오토바이 소리만 들어서 그런지 머리가 벙벙하다.
지프차를 달려 사막에 도착했다.
“사막이 아니라 사구에요.”
“사구요?”
모래 위에서 작은 모래알들이 발가락 사이를 간질이는 기분이 나쁘지 않을 만큼
모래에 발을 비볐다.
딱딱한 뒤꿈치까지 전해지는 까끌함이 좋다.
무이네에서 첫 날밤이자 마지막 밤은
영화 <고질라>에 나올법한 천둥번개가 쳤다.
엄청난 파도 높이에 호텔이 떠내려 갈까봐 겁이 났다.
방을 바꿔달라고 했다.
무심한 듯 시크하게 빌보이는 괜찮다고 했다.
오전에만 해도 전망이 “뷰리풀”이라며 엄지손가락을 들었는데. 웃기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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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싱빌리지를 가기위해 다음날 새벽부터 서둘렀다.
어제 밤과는 달리 새벽 바다는 고요했다.
있는 돈은 다 털어 피싱빌리지에 도착했다.
어, 그런데 좀 이상하다?
택시기사가 내려 준 곳은 피싱빌리지가 아니었다.
“여기가 맞냐”고 묻자 “전날 비가 와서 그렇다”고 말한
이제는 만나지 못할 택시기사 아저씨가 야속했다.
돌아갈 택시비가 넉넉하지 않아 버스를 기다리기로 했다.
수많은 오토바이 호객행위에 눈길을 주지 않고
버스정류소에서 학교에 가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건너편이 피싱빌리지라는 사실에, 이곳에 다시 오지 못할 것 같은 생각에 아쉬움이 남았다.
아쉬움을 달래준 건 버스정류소 만난 꼬마들이었다.
꼬마 둘은 친구인데 한 친구는 학교를 갈 수 있고,
다른 친구는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학교를 갈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둘은 친구였다.
“우린 친구에요, 태어날 때부터 친구였어요”
장난 끼 가득한 두 친구의 모습을 찍은 후 바로 포토프린트기에서 사진을 뽑아줬다.
사진을 처음 본 친구들은 신기해했다.
“왜 이런 걸 주는 거에요?”
“내가 좋아서. 사진을 찍고, 이렇게 뽑아서 선물하는 게 좋아.”
“매일 이렇게 하시나요?”
“아니 여행 다 닐 때만.”
“좋아한다면서 왜 여행을 다닐 때만 하는 거죠?”
“그러게…, 여행을 다닐 때라도 할 수 있는 게 어디야.”
“그 말은 좀 어렵군요.”
피싱빌리지의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던 20분의 시간이 참 좋았다.
어렵게 호텔 앞에 도착한 후
어제는 도전하지 못한 반미 한 조각을 먹었다.
그래, 배탈이 나면 좀 어때
여행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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