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사이트
태국에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가물치를 낚다
태국에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가물치를 낚다
  • 글 사진 김지민
  • 승인 2019.01.17 10: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외로 원정 나선 민물낚시 도전기

거대한 꿈의 어종을 찾아 떠난 태국. 괴물 가물치를 낚기 위해 우리는 치열한 사투를 벌여야만했다. 익숙하지 않은 민물낚시 도전기다.

전 세계 가물치 낚시 마니아라면 꼭 한번 낚아보고 싶은 꿈의 어종이 있다. 전 세계 37종의 가물치과 어류 중 두 번째로 큰 종인 자이언트 스네이크헤드 피시가 그것. 우리나라 가물치(노던 스네이크헤드 피시)가 1m까지 자란다면, 자이언트 스테이크헤드 피시는 최대 1.5m까지 성장한다. 성격이 포악하기로 유명한 육식어류라 손맛도 강렬하지만, 알고 보면 모성본능을 자극해서 낚아내는 독특한 조법이 특이하다.

낚시는 태국에 도착하자마자 시작됐다. 사실 나는 바다낚시만 주로 했지 민물 쪽은 경험이 없다. 게다가 가물치는 TV 채널을 돌리던 중 우연히 본 것이 전부라 장비며 포인트며 아는 게 없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나 같은 사람을 위해 현지 사정에 정통한 낚시 가이드가 있는 법. 낚시란 늘 전문가와 동행하는 것이 해당 어종을 쉽게 만나는 지름길 아니던가? 우리는 곧바로 태국 북서쪽의 호수로 향했다. 가이드는 평소 자이언트 스네이크헤드 피시의 출몰이 잦은 포인트로 안내했는데 내 앞에 맞닥트린 풍경은 코브라가 어슬렁거리는 습지 같은 호숫가였다.

이윽고 가이드인 뚜이 씨 일행이 도착하자마자 자신들의 낚시 장비를 꺼내 보이는데, 한두 번 다닌 품새가 아니다. 우선 첫날은 2시간30분이라는 짧은 시간밖에 없어서 캐스팅을 배우고 포인트에 미끼를 정확히 던져 넣는 연습에만 집중했다. 그 과정에서 가이드 뚜이 씨가 커다란 녀석을 걸고 파이팅에 들어갔는데 수면으로 거의 끌어올렸을 즈음 바늘에서 빠지고 말았다. 첫날은 그렇게 끝나고 말았다.

다음 날 새벽, 방콕에 숙소를 잡은 나는 새벽 2시에 출발해 4시간을 달려 포인트에 도착했다. 이미 해가 떠올랐지만 현장은 안개가 짙어 배를 띄울 수 없었다. 녀석을 잡으려면 지금이 적기인데 안타깝게도 안개가 걷히기만을 기다려야 했던 시간. 안개는 두 시간 만에 걷혔고 우리는 팀을 짜서 작은 보트에 나눠 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날 자이언트 스네이크헤드 피시를 낚기 위해 어느 정도 연습이 됐던 것. 물고기 모양의 루어를 달아 던지자 녀석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호숫가 여기저기서 물이 끓어오르는 보일링 현상이 생기는데 이것들은 모두 어린 치어 떼다. 이 치어 떼 아래쪽에는 거대한 어미가 도사리고 있다. 내가 던지는 물고기 모양의 루어는 어린 치어를 노리는 침입자가 될 것이고 이를 본 어미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몇 번 해보니 이제야 육식 본능이 아닌 모성 본능을 자극해 낚아낸다는 말이 실감 났다. 그러기 위해서는 포인트에 정확히 미끼를 꽂아 넣어야 한다. 지름 50cm밖에 안 되는 보일링에서 약 2~3m 뒤에 정확히 던진 다음, 재빨리 릴을 감아 보일링 한가운데를 케이크 자르듯 갈라야 한다. 그랬을 때 무조건 덮치는 것도 아니고 그나마 불확실성에 의한 입질 확률을 높일 뿐이다. 그런데 녀석은 영악했다. 보이지 않은 물속이지만 좀 전부터 나와 보트를 의식했는지 녀석들의 이동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것이다. 보일링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시간은 10초 남짓. 눈알을 열심히 굴려 수면에 잔물결이 생기면 재빨리 던져야 하는데 4~5초만 시간을 지체해도 보일링이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다음에 생길 보일링을 기다려야 한다. 처음에는 보일링이 사라지고 다시 생기는 간격이 30초로 짧았는데 지금은 1분 이상 길어지고 있다. 어미는 물론, 치어 떼도 경계심이 생긴 것이다.

참고로 자이언트 스네이크헤드 피시는 아가미로 호흡하지만 날 좋을 때는 수면 위로 올라와 공기 호흡을 한다. 아가미 뒤쪽에 있는 특수기관이 공기 호흡을 돕기 때문이다. 때문에 녀석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호흡하면 그때를 노려 어미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이다. 그렇게 낚시는 쉼 없이 반복됐고 결국 한 마리를 걸고 사투를 벌였으나 수면 위로 거의 끌고 왔을 즈음 놓치고 말았다. 어제 뚜이 씨가 다 잡았다가 놓치고 말았는데 그 장면이 오버랩 되는 순간이다.

우리는 점심을 먹으러 잠시 쉬기로 했다. 밥을 먹는데 하늘에서 소나기가 쏟아져내렸다. 처음에는 스콜인 줄 알고 가벼이 넘겼다. 금방 그칠 줄로만 알았던 비는 세 시간 동안 퍼부었고 우릴 난감하게 했다. 이때 시간이 오후 3시. 곧 있으면 철수할 시간이다. 비가 그치자마자 서둘러 배를 타고 나갔다. 내일부터는 다른 일정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는 괴물 가물치 낚시는 앞으로 남은 두 시간 반이 마지막 기회다. 운이 좋았는지 가이드인 뚜이 씨가 시작과 동시에 제법 큰 자이언트 스네이크헤드 피시를 낚아 올렸다. 나는 그 모습을 40m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나도 서두르기도 했다. 포인트를 찾아 헤매는데 오전에 봤던 보일링이 안 보이는 것이다. 괴물 가물치를 낚기 위한 첫 단추는 녀석의 치어 떼를 찾는 것인데 호수 여기저길 쏘다녀도 나타날 기미가 없다. 그렇게 시간을 낭비했고 내 입술은 바짝 타들어갔다. 철수 30분 전, 호숫가 한가운데가 아닌 외곽의 습지를 위주로 탐색하던 찰나 기적처럼 보일링을 발견했다. 이건 괴물 가물치의 치어 떼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저 물속 아래에는 거대한 어미가 새끼들을 보살피고 있을 것이다. 나는 망설임 없이 즉각 던졌는데 마음이 급했는지 빗나가기 일쑤다.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팔꿈치 각도를 조정해 캐스팅. 몇 번은 꽤 정확히 던졌고 끌고 왔지만, 어미는 반응이 없다. 철수 시각 10분 정도가 남았을 때 갑자기 보일링이 배 근처에서 모락모락 피어나기 시작한다. 아니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어쩌면 녀석을 잡아도 된다는 용왕님의 허락은 아닌지. 너무 가까운 곳이라 슬쩍 던지고 감는데 갑자기 ‘퍽’ 소리가 나더니 수면에 커다란 물이 튄다. 낚싯대는 이내 고꾸라졌고, 1/3은 물속에 잠기고 말았다. 나는 온 힘을 다해 버텼다. 민물고기라 힘이 세면 얼마나 셀까 싶었던 자만심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내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 시간이 좀 더 걸릴지언정 차분히 끌어내리라 다짐하며 녀석의 움직임에 내 몸이 조금씩 동화되어 갔다. 처박으면 처박는 대로 낚싯대를 풀어주고 잠시 진정이 됐다 싶으면 번개처럼 감았다. 그렇게 2~3분을 싸우자 녀석의 힘도 한풀 꺾였는지 슬슬 달려오기 시작했다. 아직 방심해선 안 된다. 수면에 띄우고서 놓친 경우가 얼마나 많았던가? 이윽고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는데 무슨 뱀 대가리 같은 시커먼 생명체가 올라온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괴물 가물치로구나. 이빨을 봤는데 물렸다간 손가락 끊어지겠더라. 마침 콜라 캔이 있어 물렸는데 순식간에 작살이 났다. 녀석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는데 호숫가에 묘한 현상이 일어난다. 전보다 더 격렬해진 보일링들. 여기저기 물이 끓어오른다. 어미 잃은 새끼들이 어미를 찾고 있었던 거였다. 우리는 촬영을 마무리하고 녀석을 놓아주었다.

잠시였지만 괴물 가물치를 품에 안아봤기 때문일까? 다음 날 아침, 나는 한결 편한 마음으로 태국의 주요 거점을 취재할 수 있었다. 첫 번째로 들린 곳은 방콕에서 남서쪽으로 65km 떨어진 사뭇송크람. 이곳에는 아주 유명한 시장이 있는데 기차가 시장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매끌롱 시장이다. 하지만 막상 가본 시장 풍경은 평화로웠다. 철길만 가로지르고 있었을 뿐, 그냥 여느 재래시장과 다름이 없었다. 기사에서 보았던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시장’이라든지 ‘죽음의 시장’과는 더더욱 거리가 멀었고. 한 가지 특이했던 것은 하루 두세 번 기차가 지날 때마다 천막을 올리고 물건을 정리할 뿐이었다. 기차가 지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천막을 내리고 물건을 쌓고 선 이내 평온을 되찾는다.

두 번째로 찾은 곳은 어지간해선 가기 어려운 귀한 곳이었다. 방콕에서는 자가용으로 6시간이 걸린다. 미얀마 국경과 인접 지역인 몬브릿지와 카오램 호수. 이곳에는 세계에서 두 번째이자 태국에서는 가장 길고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목축 다리가 있다. 미얀마에서 건너온 몬족의 거주지이기도 한데 대부분 뿔뿔이 흩어져 사는 민족이자 소외계층이다. 몬브릿지는 분명 유명 관광지지만, 관광객 눈에는 소박한 삶을 엿볼 수 있다는 말을 쓰기가 미안할 만큼 가난한 민족이다. 그런데도 몬브릿지에서 만난 아이들의 천진난만함과 선한 눈동자는 잊히질 않는다.

세 번째로 들른 곳은 태국의 남부 휴양지 섬인 꼬창이다. 맹그로브 숲이 우거진 어촌마을을 둘러보는데 해저 바닥에 드러누운 동물의 사체나 뜯어먹으며 살 것 같은 대왕 갯가재가 식당 곳곳마다 수조에 담겨 있다. 아마도 이곳 어촌 마을에서는 주요 수입원이리라. 주로 볶음으로 요리한다는데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하게 생긴 갯가재가 있었기에 그 맛이 궁금하다.

한 어민은 그물을 손질하며 이날 잡은 투구게를 보여준다. 아쿠아리움에서나 보던 투구게를 실사로 봤는데 현존하는 생명체라 하기에는 어딘가 모르게 고생대적 생물 느낌이 난다. 실제로 투구게는 살아있는 화석이라고도 불린다. 현존하는 지구상 생명체 중 가장 오랜 세월(약 2억 년)을 같은 형태로 살아왔다고 한다. 삼엽충과도 닮아 삼엽충의 후손이란 말도 있다. 생물학적 분류상으로는 게와 같은 거미목에 속하는데 그 뒤로는 게와 다르게 분류되었고, 혈액 성분상 거미류에 가깝다. 지금은 투구게의 혈액이 백신 등의 신약 개발에 사용되고 있다. 가격은 3.7L당 우리 돈으로 6500원.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액체 4위에 오를 만큼 독특한데 이것을 태국에서는 요리로 해 먹는다고 하니 그것도 참 신기하다. 꼬창은 섬이라 바다낚시가 유명하지만, 이때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나마 자이언트 스네이크헤드 피시를 낚았기에 귀국길만큼은 가벼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