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뺄 수 없는 삶, '영상앨범 산' 지우철 PD
‘산’을 뺄 수 없는 삶, '영상앨범 산' 지우철 PD
  • 이지혜 기자 | 사진제공 지우철
  • 승인 2018.11.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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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중 반절 이상을 산에서 영상을 찍고, 가져온 화면 속 산을 편집한다. 밤새워 마감 하고 나면, 다시 산을 간다. 산이 왜 좋냐 물었더니, 안 좋을 이유가 없다는 명쾌한 답을 내려준 사람. KBS <영상앨범 산>의 지우철 PD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생각보다 더 어려 보이세요.
반갑습니다. KBS <영상앨범 산>의 PD 지우철입니다. PD 중에서도 제가 꽤 어린 편에 속해요. 대학 시절 휴학하고 프로덕션에서 조연출로 아르바이트하다가, 선배들께 촬영을 배우고 일찍 PD로 입봉했어요. 아직 스물여덟입니다. 하지만 이래 봬도 <영상앨범 산>에서 일 한지 5년 차죠.

첫 입봉작이 궁금하네요.
2016년 4월에 방송한 네팔 편이였어요. 보통 외국의 산은 10일 정도 나가서 촬영하죠. 2년간 조연출을 맡으며 선배들께 많은 것을 배우고 선뵌 작품이에요. 부끄러우면서도 뿌듯했죠. 입봉작이 2년이 넘었네요. 시간이 정신없이 흘렀네요.

촬영은 얼마나 자주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위클리 프로그램이고 대부분 단발성이에요. 절 포함한 PD가 세 명이니, 두 달에 세 편을 찍는 것이죠. 국내 산은 3일 정도, 외국은 일주일에서 10일 정도 다녀와요. 출연자를 섭외하고, 갈 곳을 정하고, 인터뷰를 진행하며 촬영하고, 다녀와서 편집하고 방송하는. 일반적인 방송과 다를 바 없어요. 단, 산에 간다는 게 특별하죠.

힘든 일도 많았을 것 같아요.
물론이죠. 걸으며 인터뷰하는 게 가장 힘들어요. 제가 어린 만큼 저희 팀도 연령대가 어린데, 나이 드신 출연자분이 무시할 때도 가끔 있죠. 하지만 그래도 좋은 건, 산에 갈 수 있다는 거죠. 제 나이에, 이렇게 많은 산을 가볼 기회가 적을 텐데요. 그런 점에선 천직이죠.

산을 매우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저에게 ‘산’이라는 것을 빼면 남는 게 별로 없어요. 초등학교 시절부터 산을 좋아했고 암벽을 탔어요. 주말마다 산에 갔고 해외 트레킹도 우연한 기회에 다녀올 수 있었죠. 고등학교 2학년 시절, 지리산에 첫 종주를 갔는데 그 때를 잊을 수가 없어요. 산이 주는 냄새와 색깔, 눈이 쌓이고 입김이 나오는 산의 숨결에 빠졌죠. 진로 고민 하던 시기였는데, 산악구조대가 되고 싶어서 소방방재학과를 갔었죠. 그때의 기억이 좋아서인지 지금도 눈 오는 것을 좋아하고, 여름 산보단 겨울을 좋아해요.

산의 매력이 뭘까요.
산이 왜 좋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에게 선뜻 뭐라고 대답해 드리지 못해요. 사실 제 입장에선 ‘산이 좋지 않은 이유’가 없을 뿐이에요.

멋지네요. 오히려 명쾌했어요.
산에선 기분 좋은 일이 많아요. 성격이 고착되던 어린 시절부터 산에 다녀서, 저의 아이덴티티와 같다고 생각해요. 제일 많이 공부한 것이 ‘산’이고, 그 때문에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없죠. 육체적으로는 물론 힘들죠. 하지만 산에 가면 기분 좋은 일도, 추억도 많이 생겨요. 정복심보다 걸으면서 느끼는 고요한 감정이 좋아요. 혼자 산을 가며 정상까지 올라본 적이 거의 없어요. 무슨 말이냐면, 정상을 가겠다, 1박을 하겠다 같은 목적의식 없이 그저 산의 느낌이 좋아서 가는 거죠. 굳이 정상을 안가도 산은 거기 있는걸요.

일이 아닌 여가는 어떻게 보내세요?
마감을 벼락치기로 하는 스타일이라, 하루 이틀 밤새고 일이 끝나요. 작은 카메라 하나 가지고 쉬러 가요. 아 물론 산으로요.

이틀을 밤새 산 영상을 편집하고, 또 산으로 떠나요?
사람들도 저에게 가끔 미쳤다는 소릴 해요. 산이 지겹지도 않냐고. (웃음) 하지만 전 전혀 지겹지 않아요. 모든 산은 다르고 항상 새로워서 좋아요. 그게 아니라면 프라모델을 조립하거나 애니메이션 보는 것도 좋아해요. 절 아는 사람들이 농담처럼 하는 소린데, 제가 이 일을 안 했다면 히키코모리가 됐을 거래요.

마치 산을 ‘덕질’하는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덕력’이 있는 것 같아요. 산뿐만 아니라 장비 덕질도 좋아해요.

어떤 장비 좋아하세요?
클라이밍할 땐 피엘라벤이나 하그로프스, 블랙다이아몬드 옷을 주로 입어요. 등산할 땐 배낭은 마무트, 신발은 하그로프스를 좋아해요. 옷은 거의 피엘라벤을 입는 것 같네요. 산에서 일할 때 중요한 것은 장갑인데 한여름 빼고는 항상 끼고 있어요. 마무트나 랩에서 나오는 장갑을 사용해요.

마지막으로 올해 어떻게 보냈나요?
얼마 전에 끝난 6100미터 넘는 네팔 촬영을 안전하게 잘 다녀온 것이 가장 기뻐요. 올 한 해 수십 개의 새로운 산에 다녀왔어요. 특별히 아쉬울 건 없어요. 내년엔 더 다양한 산에서 새로운 그림을 담고 싶어요. 그래서 <영상앨범 산>의 PD란 이 직업을 오래 갖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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