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기어, 일본 북알프스에 가다
마이기어, 일본 북알프스에 가다
  • 김혜연 | 김혜연
  • 승인 2018.11.03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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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테야마~야리가다케 종주 백패킹 1

우리는 항상 새로운 것에 흥미를 느끼고 도전하고 싶어 한다. 백패킹 즐기는 사람들도 비슷하다. 새로운 곳에 흥미를 느껴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자신의 한계를 도전한다. 마이기어도 일본 북 알프스로 떠났다. <편집자주>

늦은 휴가를 맞아 원정 산행 및 백패킹에 도전했다. 이번엔 세계여행가이자 백퍼커로 알려진 민미정 언니와 함께다. 원정 산행을 꿈꾸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도전하는 코스는 일본 북알프스의 다테야마에서 야리가다케까지다. 일본은 접근하기 쉽고 2, 3천 미터의 산군이 분포돼 고산을 체험하기 좋다.

북알프스는 일본 혼슈(本州)의 기후현(岐阜県), 도야마현(富山縣), 나가노현(長野縣)에 걸쳐 길게 뻗어 있으며 니가타현(新潟縣)에도 약간 걸쳐 있다. 산맥의 길이는 105km, 너비는 25km다. 최고봉은 3,190m의 오쿠호타카다케산(奥穂高岳山)인데 후지산(富士山)과 기타다케산(岳山)에 이어 일본에서 3번째로 높다. 북 알프스는 전체적으로 Y자형을 이루는데, 북쪽 지역의 봉우리들은 V자형으로 깊이 팬 계곡에 의해 갈라졌다. V자형 계곡의 가장 깊은 부분은 구로베강이 흐르는 구로베 협곡(黒部峽谷)이다.

어느 가을, 두 여성 백패커는 배낭에 야영 장비를 꾸리고 설렘을 담아 자연으로 들어갔다. 짧은 비행을 마치고 도야마 공항에 도착했다. 들떠있는 나를 진정시키는 듯 비가 내렸다. 산행 시작 전에 비에 홀딱 젖었지만 그 축축함마저 즐겁다. 가까운 캠핑용품 매장에서 가스와 건조 식을 구입하고 다음날 비가 오지 않기를 기도하며 밤을 보냈다.

새벽녘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습한 새벽 공기를 맞으며 코스의 시작점인 무로도 다이라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 차가운 공기와 따스한 햇볕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미정 언니의 도움을 받아 입산 신고서를 작성하고 일정을 시작했다.

오늘은 무로도 다이라에서 한 시간정도 거리에 위치한 라이초자와 캠핑장에서 야영 할 예정이다. 야영지를 구축 후 벳산을 향해 트레킹 한 뒤 다시 숙영지로 돌아오는 코스다. 화산 폭발로 생긴 반짝이는 미쿠리가이케 연못과 성난 연기를 뿜어내는 지고쿠다니(일명 죽음의 계곡)를 구경하느라 야영장까지 지루할 틈이 없었다.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다테야마 연봉과 곳곳에 피어있는 꽃을 보며 걷다 보니 드디어 라이초자와 캠핑장에 도착했다. 캠핑장이라고 해서 거창할 것도 없다. 너른 평지에 텐트를 치고, 산장 체크인 시 받은 택을 텐트에 걸어놓으면 된다. 일본은 산 중간중간 개인 또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산장이 있는데 간이 화장실을 갖춰 편리하다. 깔끔하고 정돈된 모습이 보기 좋았다.

야영지를 구축하고 간단히 요기를 한 뒤 트레킹을 시작했다. 처음 만나는 거대한 산맥과 색다른 식물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빨리 저 높은 곳에 다다르고 싶었지만, 나의 마음과 달리 발걸음이 느려지고 두통이 찾아왔다. 고산증 때문이다.

고산증은 낮은 지대에서 해발 2~3천 미터 이상 고지대로 이동했을 때 산소가 희박해지면서 나타나는 신체 반응이다.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으나 피로, 두통, 호흡곤란, 식욕 부진, 부종, 권태감, 무기력, 환각 증상, 불면, 시력 장애, 체온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과거에는 이러한 증상이 전문 등반가에게만 해당되는 것이었지만 최근에는 높은 산을 등산하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우리 가까이에 있는 질환이 됐다. 등산 도중 이러한 증상이 나타났을 때 가장 효과적인 대처 방법은 저지대로 내려가는 것이지만, 즉각적인 대처가 어렵다면 산행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고도에 적응하면서 산행하는 게 좋다. 그래서 나도 느릿느릿 주변 경치를 둘러보며 낯선 곳에 적응하기 기다렸다.

그때 숲에서 통통한 새가 총총총 걸어 나왔다. 처음 본 생김새에 신기한 듯 새를 쳐다보고 있다가 새를 피해 얼른 발걸음을 재촉했다. 새는 일본 천연기념물인 라이초로 보는 사람에게 행운을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비를 몰고 다니는 새라고도 알려졌다. 우리 일정에 비는 불청객이기 때문에 얼른 그 새를 못 본 척 피했다.

라이초를 피해 급하게 츠루기고젠 산장에 다다랐다. 낮은 풀과 회색 돌로 둘러싸인 시원스러운 산맥들, 그 끝에 뾰족뾰족 사납게도 우뚝서있는 츠루기다케의 모습이 장관이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옛말을 이렇게 실감한다.

잠시 숨을 고르고 나는 산장에서 콜라를 한 병 사먹었다. 두말이 필요할까? 최고였다. 경치에 한번 콜라 맛에 한번 감탄하는 것도 잠시, 가야할 길이 먼 우리는 벳산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여기서부터는 능선을 타고 이동했다. 구름에 가렸다가 또다시 나타나고 이내 구름에 다시 사라져 버리는 능선을 보고 있자니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던 첫사랑이 떠오른다. 긴 능선 길을 지나 벳산을 찍고 또다시 오르락내리락 능선 길을 걸어 회색빛 길고 긴 너덜지대(돌이 깔린 산비탈)를 내려온다. 지루할 정도로 긴 너덜 길이었지만 그 덕분에 오롯이 내 발걸음에만 집중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우리가 야영장에 다다랐을 때 하늘에 불 난 듯 빨갛게 석양이 물들고 있었다. 새로운 자연을 마주한 첫날, 호기심과 신비함 그리고 감탄으로 하루 종일 기분이 구름위에 둥둥 떠 있었다. 돌연 일몰과 함께 익숙한 것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이제 겨우 하루가 지나가는데 말이다.

밀려오는 방구냄새에 이른 새벽 눈을 떴다. 방구 냄새의 범인은 유황 가스다. 야영장으로 걸어오며 보았던 죽음의 계곡 지코구다니에서 뿜어댔던 것. 냄새 덕에 입맛이 달아나 버렸지만 비가오지 않는 것에 만족하며 서둘러 하루를 시작했다.

오늘은 캠핑장을 떠나 이치노코시 산장을 찍고 고시키가하라 산장까지에 도착해야 한다. 아침을 상쾌하게 시작했으나 몇 걸음을 옮기자 발걸음은 천근만근이다. 고산에 완벽히 적응한미정 언니는 눈앞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급한 마음과 달리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원망하며 큰 바위 계단을 올라= 한숨을 푹 내쉬었다. 고개를 들었는데 눈앞에 거짓말을 좀 보태서 애기 주먹만한 빨간 산딸기 두 알이 나를 보며 베시시 웃고 있었다. 처음 본 크고 탱글탱글한 산딸기에 피로를 던지고 얼른 하나를 따서 입에 넣고 오물거렸다. 어떤 비타민이 이보다 상큼할까. 나머지 하나를 손에 쥐고 사라진 미정 언니 뒤를 쫓아 이치노코시 산장에 도착했다.

마이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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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633-711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선유동1로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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