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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버스 류시형 대표 인터뷰
김치버스 류시형 대표 인터뷰
  • 박신영 기자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18.09.17 0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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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선택하는 인생을 사세요

전 세계 방방곡곡 김치를 알리는 <김치버스 프로젝트> 성공 후, 대기업 러브콜을 받은 류시형 씨. 안정적인 직장의 취업 제안이었지만 거부하고 다시 여행을 떠났다. 그의 나이 32살이었다.

사진제공 류시형
사진제공 류시형

한국에는 대학, 취업, 결혼이라는 3단계 인생 계획표가 있다. 12년간 정규 교육을 마치고 대학에 들어가 스펙을 열심히 쌓아 취업한다. 취업 후에는 결혼이라는 마지막 단계를 통과한다. 3단계를 밟지 않으면 뒤처진다 생각하는 세상. 숨 쉴 틈 없이 3단계를 밟아 나가는 청춘이 많지만, 류시형 씨는 조금 달랐다.

“스물 넷에 무전여행을 시작했어요. 조리학과를 전공하다 보니 세계 요리 문화에 궁금증이 컸어요. 단돈 26유로를 들고 219일간 유럽 무전여행을 떠났죠. 길거리에서 노숙하거나 히치하이킹을 하면서 총 18개국을 돌아봤어요. 그때부터 ‘대책 없는 낙천주의자’라 불렸죠.”

사진제공 류시형

유럽에는 색다른 식재료와 이색적인 음식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김치를 이용한 퓨전 요리도 종종 눈에 띄었다. 한국에서 당연시여기는 김치가 유럽에서는 사랑받는 식재료였던 것. 요리 전공자로서 열정이 솟구쳤다. 김치를 만드는 법, 퓨전 김치 요리 등 김치를 전 세계에 알리기로했다.

“여행의 매력은 문화 교류죠. 제 경우엔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도 좋지만 한국 문화를 알리는 게 더 좋았어요. 그래서 한국 대표 음식인 김치를 세계에 알리고자 400일간의 김치버스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러시아, 북미, 유럽을 돌았죠. 김치는 두 달에 한 번씩 항공으로 조달받아 캠핑카 김치냉장고에 넣고 사용했어요. 현지에서 김치와 퓨전 음식을 무료 시식 이벤트로 제공했어요. 반응은 뜨거웠죠. 지역 대표 레스토랑과 콜라보, 학교에서 한식 강의, 지역 회사에서 케이터링 서비스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소도시의 길거리, 광장, 골목 등 기회가 닿으면 어디든 갔어요. 고추가루, 마늘, 액젓 등 냄새나고 자극적인 음식이라 외국인들이 싫어할 줄 알았는데 맛의 유무를 떠나서 김치를 한국 식문화로 인식해줬어요. 미국에서 반가운 인연을 만들기도 했어요. 김치를 알고 있던 미국인이었는데, 김치버스를 보더니 집으로 초대해 빈 김치 통을 보여주더라고요. 마침 김치가 많이 남아서 김치 통을 채워드렸는데 이 주일 후 김치를 직접 만들었다며 사진을 보내줬어요. 김치버스는 매일 다른 곳을 가기 때문에 단발적인 이벤트잖아요. 한 번의 인연으로 외국인이 김치를 담그게 하고, 그들이 지인에게 김치를 홍보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어요.”

사진제공 류시형

400일간의 김치버스 프로젝트가 끝나고 32살이 된 류시형 씨. 취업, 창업 등 미래에 대한 갈림길에 섰었다. 3년 동안 김치버스를 끌어왔다는 추진력과 프로젝트를 안전하게 성공시켰다는 것을 인정받아 대기업의 취업 제안이 오기도 했다.

“좋은 제안지만 거절했어요. 인생이 돈으로 귀결되는 것 같았거든요. 즐겁고 행복한 일이 인생의 선택 기준이었는데, 지난 활동이 연봉을 결정짓는 게 이질적이었어요. 또 만약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들여 회사원이 된다면 제도권 안에서 삶을 사는 거잖아요. 제가 살아온 길은 사회적 기준과 거리가 멀었고 무엇보다 돈에 구애받지 않는 삶이었어요. 돈이 많은 건 아니지만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았거든요. 그래서 취업 제안을 거부하고 좋아하는 일, 나만 할 수 있는 일인 김치버스 프로젝트를 계속하기로 했어요”

사진제공 류시형

김치버스 프로젝트 시즌1 후 남은 건 캠핑카뿐이었지만,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배짱과 꿀팁이 김치버스 프로젝트 시즌2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김치버스는 더욱 유명해졌고 시즌3도 진행됐다. 수많은 사람이 시즌3에 참가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김치버스 프로젝트 시즌2는 일본과 한국에서, 시즌3은 남미에서 진행했어요. 대형 프로젝트기 때문에 참가자를 모집했죠. 시즌1이 다큐멘터리로 방송되고, 책 <400일간의 김치버스 세계일주>가 발간돼 지원자들이 몰렸어요. 모든 지원자와 함께할 수 없어 참가자를 선발할 때마다 왜 김치버스를 타야만 하는지 물었어요. 스스로 선택하는 인생을 산 제겐 중요한 질문이거든요. “해외여행 가고 싶다”, “스펙 쌓고 싶다” 같은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이런 대답은 매력적이지 않았어요. 반드시 김치버스여야만 하는 이유가 있어야죠. 무엇을 왜 하고 싶은가에 대한 답을 명확히 내리는 게 중요해요.”

2016년 마지막 김치버스 프로젝트 시즌5가 끝났다. 그는 5년간 이끌던 김치버스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다.

“이제 36살이에요. 그동안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죠. 예전에는 돈이 많이 필요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해요. 가족이 좋은 옷, 맛있는 음식, 재미있는 경험하길 바라요. 그래서 키즈 액티비티 플랫폼을 기획 중이에요. 아이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 공간, 체험, 전시 공연, 학원 등을 소개하고 구매하는 플랫폼이죠. 이젠 즐겁고 행복한 일이 아이의 행복으로 맞춰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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