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주 호스슈 벤드 여행기
애리조나주 호스슈 벤드 여행기
  • 앤드류 김
  • 승인 2018.05.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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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가 지상을 박차고 오른 듯한

무더운 여름날에도 콜로라도주 로키산맥 정상에는 만년설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만년설이 녹아 로키산맥 중턱에 얼음 호수를 만들고, 호수는 콜로라도강의 발원지가 된다. 이 호수에서 흘러내린 강물은 후에 와이오밍주의 그린강과 합류하고, 파웰 호수와 만나기 전 뉴멕시코주 서쪽의 샌황강과 만나면서 약 2330km의 거대한 강으로 변한다. 콜로라도강은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경이로운 대자연인 거대한 협곡으로 보여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글랜댐에서 자동차로 십분 거리의 호스슈 벤드 또한 콜로라도강이 만들어 놓은 신의 창작품이다. 호스슈 벤드는 지상을 박차고 오르는 천마의 말발굽 형태라서 더욱 경이롭다.

그랜드 캐니언 시발점에 자리 잡은 호스슈 벤드를 향해 사막을 걷는 경험은 사색 시간을 되찾는 절호의 기회였다. 언덕 넘어 쉼터에 도착하면 저 멀리 호스슈 벤드 양옆으로 콜로라도 강줄기가 아스라이 보인다. 그런데 가만히 관찰하면 강 이쪽과 강 건너 저쪽의 땅이 수평 지형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신기한 지질 형태를 가깝게 보기 위해 모랫길을 줄달음쳐 내려간다.

협곡에 도착한 그 순간 두 눈을 의심했다. 눈앞에 갑자기 펼쳐진 수직 절벽이 신이 만든 병풍이라도 되는 듯 아찔한 말발굽 모양을 하고 있었다. 까마득한 낭떠러지 아래로 실낱같이 흐르는 콜로라도강은 짙은 검푸른 색 띠며 묵묵히 흐르고 있다. 이 모습을 보는 순간 풍선의 바람이 한순간에 빠져나가듯 오금이 쑤셔왔다.

305m 수직으로 뻗어 내려간 절벽 낭떠러지 어디에도 보호막이나 안전장치는 보이지 않았다. 수직 절벽의 아찔한 높이와 공간이 주는 압도에 두려움이 몰려왔다. 신만이 만들 수 있는 자연의 기기한 풍광과 수억년에 걸쳐 강물이 만드는 무시무시한 침식이 한데 어울려 사람들을 애리조나주로 몰려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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