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마다 피어나는 와일드 로즈
걸음마다 피어나는 와일드 로즈
  • 이두용 기자
  • 승인 2011.04.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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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정원길·옛성길 구간…약 8km 4시간

패션그룹 형지에서 전개하는 여성전용 아웃도어 브랜드 <와일드로즈>가 고객을 대상으로 전국의 둘레길 트레킹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첫 번째 코스는 북한산 둘레길. 둘레길 전체는 13개 구간에 44km나 된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많은 사람이 찾는 구름정원길~옛성길 구간을 걷는다. 진관생태다리에서 출발해 북한산 생태공원~탕춘대성 암문을 내려와 이북5도청입구에서 끝나는 약 8km 구간이다.

봄빛 완연한 둘레길
들머리인 진관생태다리에 도착한 일행들이 설레는 얼굴로 버스에서 내렸다. 출발에 앞서 잠시 몸을 풀고 바로 둘레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산길로 접어드니 제법 호젓하다. 날은 따뜻한데 곳곳에 쌓인 눈과 흙 아래로 간간히 드러난 얼음이 을씨년스레 느껴진다. 조금 올라가니 오른쪽 아래로 기자촌이 내려다보인다. 예전엔 전원마을이었는데 뉴타운 공사가 한창이다.

오르막을 조금 올랐나 싶었는데 얕은 능선을 따라 평지를 걷는다. 햇살이 곱게 와서 얼굴에 닿는다. 따뜻한 손으로 볼을 감싸는 것 같다.

“날씨가 참 좋네요. 집사람이 와일드로즈에서 둘레길 행사를 한다고 해서 같이 왔는데 잘 온 것 같아요. 걸으면서 남들보다 봄 손님을 먼저 만나네요.”
유일하게 부부가 참가한 서병현씨가 소감을 전했다.

나무데크를 따라 내려가니 아파트 단지가 나온다. 둘레길 한복판 자연과 접한 아파트라 환경이 쾌적하다. 다시 산길로 접어들어 언덕을 올라 널따란 공터에서 잠시 쉬었다. 참가자 표정이 다들 ‘이 정도는 문제없다’는 얼굴이다. 평소에 산행을 즐겼던 사람들이라 걸을수록 힘이 나는 것 같다.

다시 오르막을 타면 나무데크 구간을 지나 스카이워크에 오른다. 암봉과 암봉 사이를 연결해 놓은 나무데크가 내려다보이는 풍광만큼이나 장관이다. 발밑에 운무라도 깔리면 신선 흉내라도 낼 수 있을 것 같다. 덕분에 코스 이름도 ‘구름정원길’이 아닌가. 비록 60m뿐이지만 구간 명소로 충분하다.

한눈에 맛보는 북한산 풍광
하늘 전망대에 오르니 불광동 일대가 한 눈에 들어온다. 한 켠에 ‘나는 다름 아닌, 내가 걸어온 세계다’라는 월리스 스티븐스의 글이 적혀있다. 심오하지만 말에 뼈가 있다.

불광사 인근에서 옛성길 구간으로 바뀐다. 북한산 생태공원에서 차도를 건너면 장미공원이 나온다. 공원에서 잠시 쉬었다 걸음을 재촉했다. 깔딱고개에 오르니 이제야 힘이 드는지 여기저기서 거친 숨소리를 낸다.
“산에 다니는 걸 좋아했는데 오래 쉬었던 것 같아요. 이제 조금 숨이 차네요. 친구 권유로 왔습니다. 와일드로즈 행사라서 남자가 저 혼자면 어떡하나 했습니다. 다행히 그렇지는 않네요.”
한경호씨가 잠시 숨을 돌리며 말을 건넸다.

고개를 지나 100m쯤 가면 헬기장 전망대에 닿는다. 탁 트인 하늘 아래로 우뚝 솟은 북한산을 직선으로 마주하는 기분이 남다르다. 보현봉을 시작으로 문수봉~비봉~향로봉~족두리봉으로 이어진 비봉능선의 흐름이 최고의 풍광을 선사한다.

여기서 탕춘대성 암문까지는 흙길이다. 양지바른 남사면이라 남아있는 눈도, 드러난 얼음도 없어 미끄러질 염려 없이 걸을 수 있다. 탕춘대성은 서울성곽과 북한산성을 연결하는 성이었다. 1718~1719년에 만들어진 성은 당시엔 5.1km에 달했다고 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소실되고 훼손돼 극히 일부만 남았다.

탕춘대성 암문을 지나면 내리막을 걸어 이북5도청 입구가 있는 주택가로 이어진다. 목적지가 눈앞이다. “오늘은 힘들지 않고 즐겁게 걸었습니다.” 정기적으로 등산하는 와일드로즈 산행팀 대장 이정순씨가 밝은 얼굴로 얘기했다. “10여 년 전부터 알던 산·문학 동호회인데 여자들만의 모임이다보니 와일드로즈 산행팀이 됐어요. 월악산이 제일 힘들었어요.” 팀원인 김춘월씨가 산행팀을 소개했다.  

건강을 위한 걷기가 어느 때 보다 인기인 요즘. 북한산 둘레길에서 함께 한 참가자들은 건강은 물론 걷기를 통해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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