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서 찾아낸 ‘아마존’ 코스

▲ 대곡초등학교 뒤편으로 이어진 산길을 따라 싱글트랙이 이어진다.

도시발전과 환경보호의 타협점을 찾는 문제는 항상 큰 화두다. 서울의 인구 집중을 막고자 생긴 일산 신도시는 깨끗한 도심 환경을 자랑하지만, 더불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은 가속화되는 도시개발로 인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래도 아직까진 일산 중심지를 조금 벗어나 보면 풀 냄새 가득하고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한적한 쉼터가 많다.
일산에는 계획도시답게 포장이 잘 되어 있는 자전거 도로가 곳곳에 있다. 특히 호수공원 자전거 도로에는 어린아이부터 지긋한 연세의 어르신들까지 남녀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정도로 인기다. 하지만 5km가 채 되지 않는 호수공원의 자전거 도로는 하루에 적게는 20~30km, 길게는 100km 이상을 라이딩하는 라이더들에게는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 일산에서 활동하는 MTB 동호인들은 정기모임이 있는 날이면 대부분 다른 지역으로 ‘원정’을 나가는 편이다. 가깝게는 동두천 왕방산이나 홍천 가리산 등을 즐겨 찾고, 한두 달에 한 번 정도는 강원도나 서해, 심지어 전국 일주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매번 시간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먼 지역의 라이딩을 계획하는 건 쉽지 않다. 특히 동호회 특성상 다양한 수준의 실력을 가진 라이더들이 함께 하기 때문에 난이도가 어렵고 장거리일수록 시간을 맞추기 힘들다. 일산의 라이더라면 한 번 쯤 꼭 들르게 되는 ‘아마존’ 코스는 이러한 이유로 탄생한 싱글트랙 코스다.

실력에 따른 다양한 기점 활용 가능
빼곡한 고층 건물만 있을 것 같은 일산에 한적한 마을 야산을 따라 이어지는 숲길 라이딩 코스가 있다는 것은 정말 놀랍다. 무엇보다 ‘아마존’ 코스는 접근성도 좋고, 초급부터 중급 이상의 실력자 모두를 아우른다. 일산에서 활동하는 MTB 동호회들이 평소에 자주 찾는 이유다. 특히 요즘에는 입소문이 퍼져 부천, 인천 등 인근 지역의 동호회들의 문의도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 경사가 급한 업힐 구간이 나오자 회원들이 ‘끌바’로 오르고 있다.

싱글트랙인 ‘아마존’ 코스가 정확이 언제부터 붙여진 이름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다행이 이번에 함께 라이딩하기로 한 일산 ‘아름다운 자전거’ 동호회 김웅규 회장의 설명으로 어림잡아 알 수 있었다.
“10년 전쯤 누군가 ‘아마존’ 코스라 부르면서 그때부터 그렇게 부르게 됐죠. 처음에는 부분적으로 끊어져 있던 코스였는데, 퍼즐 조각 그림처럼 ‘아마존’ 코스도 몇 개의 짤막한 싱글트랙 코스들이 합쳐 완성된 코스예요. ‘아마존’이라는 이름은 아마추어 존을 줄인 말입니다. 초급 라이더들도 안전하고 무리 없이 탈 수 있는 코스란 뜻이죠.”

도심 속에 아마존이라, 이름 한 번 정말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존’ 라이딩은 백마역~대곡초등학교~식사동 삼거리~대궐고개 약수터~공양왕릉~벽제교회~백마역로 원점회귀할 수 있는 코스다. 싱글트랙만 15km이고, 포장도로 구간까지 합치면 32km에 이른다.

싱글트랙은 크게 세 개의 코스가 합쳐져 있다. 대곡초등학교~식사동 삼거리까지가 한 구간이고, 본격적인 ‘아마존’ 코스가 시작되는 식사동 삼거리~공양왕릉이 두 번째, 그리고 완만한 업다운 구간인 공양왕릉~벽제교회까지가 세 번째 구간이다.

폭이 좁고 경사가 심한 구간도 여럿
백마역에 모인 ‘아름다운 자전거’의 김웅규 회장을 비롯한 회원들과 함께 ‘아마존’ 코스의 싱글트랙 초입인 대곡초등학교로 향했다. 백마역에서 4km 포장도로를 따라 한적한 전원 풍경이 이어졌다. 눈길을 돌리면 즐비한 고층 건물들과 달리 바로 지천에 조용한 논밭이 펼쳐져 있어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고양 수자원공사 뒤편에 위치한 대곡초등학교의 건물 맨 뒤로 돌아가자 계단길이 나오고 곧이어 좁은 샛길이 이어졌다. 이곳부터 식사동 삼거리까지 이어지는 약 5.5km는 대곡초등학교 뒷산 영주산의 싱크트랙 1.5km를 포함해 ‘아마존’ 코스의 맛보기 구간이다. 처음부터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졌지만 백마역부터 몸을 풀고 온 덕분인지 일행들은 거침없이 페달링을 시작했다.

구불구불 숲길이 이어졌다. 몇 미터 앞에 어떤 장애물이 있을지 몰라 속도를 내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회원들은 자기 집 앞마당 드나드는 것처럼 훤하게 알고 있는 듯 어느 구간에 돌입하기 전에는 기어 변속을 미리미리 하면서 적절하게 힘을 분배했다.

▲ 회원들이 군부대 오른쪽으로 이어진 숲길로 들어서고 있다. 여기서 약 2km 정도 가면 공양왕릉이 나온다.

숲길은 좁아졌다가 다시 넓어지기를 반복했다. 다행이 싱글트랙의 가장 취약한 구간인 계단길이 전혀 없어서 라이딩하기 훨씬 수월했다. 하지만 아무리 아마추어 코스라고 하나 중간중간 복병도 도사리고 있었다. 급격한 오르막이 이어지는가 하면 어느 구간에서는 중심 잡기 힘들 정도로 좁고 구불구불한 길도 나왔다.

“싱글트랙 라이딩은 이 맛에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포장도로나 널찍한 임도보다도 인위적인 손길이 닿지 않은 숲길을 달리다보면 다른 라이딩은 거들떠도 안 보게 되죠. 일산에 이런 코스가 있는 건 정말 행운이에요.”

육중한 몸을 안장에 실은 김웅규 회장은 힘들게 페달링을 하면서도 코스에 대한 자랑을 멈출 줄 몰랐다. 대곡초등학교 뒷산인 영주산의 1.5km 싱글트랙과 4km 정도의 마을길 끝에 다다른 곳은 식사동 삼거리. ‘아마존’ 코스에서 유일하게 신호등을 건너야 하는 곳이다. 식사동 삼거리에서 길을 건너 한적한 마을 어귀로 들어섰다. 마을길을 따라 300m 정도 올라가자 다시 숲길이다. 여기서부터 약 4km의 싱글트랙이 ‘아마존’ 코스의 백미 구간이다.

계단길이나 낭떠러지 없어 안전

▲ 싱글트랙은 항상 위험을 동반한다. 도랑에 빠지거나 길옆으로 넘어지지 않도록 항상 안전에 신경 써야 한다.

군부대 입구가 보이고, 우측으로 군부대 경계를 따라 이어진 철조망 옆으로 길이 연결되어 있었다. 여기부터가 ‘아마존’ 코스에서 ‘아마추어 실력으로는 웬만해선 오르기 힘든’ 본격적인 업힐 구간이다. 힘찬 페달링이 시작됐다. 한 번에 오르는 회원도 있었지만, 자세를 잘 못 잡아 중간에 멈추는 회원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끌바’로 올라가는 회원은 없었다. 성공할 때까지 그들의 페달링은 멈추지 않았다.

“이 업힐 구간은 ‘아마존’ 코스에서 가장 험난한 구간 중 하나예요. 이 구간은 한 번에 오르지 못하면 오를 때까지 스스로 몇 번이고 반복해요.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는 거죠. 처음엔 불가능할 것 같지만, 몇 번 도전하다보면 어느새 끝까지 오를 수 있어요. 한계를 넘어섰을 때의 희열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죠.”

힘든 업힐 구간을 통과하자 다시 완만한 경사의 숲길이 이어졌다. 하지만 아직 한 번의 고비가 더 남았다. 업힐 구간을 통과한 후로 모두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완만한 내리막길을 다운힐로 내려가자 어느새 다시 마을의 농로로 이어졌다. 대궐고개 약수터라고 부르는 맛 좋은 물로 목을 축인 후, 다시 공양왕릉으로 이어지는 난코스 구간으로 향했다.

▲ 대곡초등학교에서 식사동 삼거리로 이어지는 싱글트랙 구간은 넓고 완만한 경사를 가진 숲길과 농로가 이어진다.

또 한 번의 경사가 심한 업힐이 나왔지만, 모두들 요령이 붙었는지 어렵지 않게 지나갔다. 대궐고개 약수터에서 2km 정도 가자 평탄한 마을길이 이어지고 정면으로 공양왕릉이 보였다. ‘아마존 코스’에서 가장 험난한 구간이 끝난 것이다.

공양왕릉에서 잠시 휴식을 하고, 벽제교회까지 이어지는 마지막 남은 싱글트랙 구간으로 핸들을 틀었다. 공양왕릉에서 벽제교회까지 3km 정도 숲길이 이어졌다. 공양왕릉~벽제교회 구간은 다른 두 곳의 싱글트랙 코스보다 경사가 한결 완만했다. 벽제교회를 도착점으로 ‘아마존’ 코스는 사실상 끝났다. 백마역에서 벽제교회까지는 약 20km로 2시간 남짓 걸렸다. 백마역까지 다시 원점회귀 하니 32km. 초급 실력의 취재기자에게도 3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번 ‘아마존’ 코스는 말 그대로 싱글트랙 입문자에게 아주 적합한 코스다. 마사토로 덮인 노면이 아니라서 미끄럽지 않고, 계단길도 없어서 안전하게 업힐과 다운힐을 할 수 있다. 또한 경사가 심한 업힐 구간도 많지 않았고, 있어도 100~300m 정도라서 실력이 부쳐 ‘끌바’로 올라가도 큰 지장은 없을 정도다.

사이클이 잘 닦여진 포장도로를 달리는 ‘세단’이라고 한다면, MTB는 임도, 싱글 등 가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SUV’다. 그중에서 MTB의 진정한 매력은 산길을 따라 라이딩하는 싱글트랙이다. 고양의 도심 속에 감춰져 있던 ‘아마존’ 코스는 초급부터 중급 이상의 실력까지 모두 아우르는, 진정한 싱글트랙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강추’ 코스다.

‘아마존’ 코스 가이드

고양의 숨은 보석 ‘아마존’ 코스는 싱글트랙 입문자에게 적합한 코스다. ‘아마존’ 라이딩은 백마역~대곡초등학교~식사동 삼거리~대궐고개 약수터~공양왕릉~벽제교회~백마역로 원점회귀하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총 거리는 약 32km이고, 싱글트랙만 15km 정도 된다. 초급 라이더 기준으로 2~3시간 걸린다.

‘아마존’의 싱글트랙은 크게 세 개의 구간으로 나뉜다. 대곡초등학교~식사동 삼거리, 식사동 삼거리~대궐고개 약수터~공양왕릉, 그리고 공양왕릉~벽제교회 구간이다. 식수는 코스의 중간 지점인 대궐고개 약수터에서 보충하면 된다.

‘아마존 코스’는 여러 개의 싱글트랙이 합쳐진 만큼 접근 방식도 다양하다. 구간별로 잘 나뉘어 있어서 기점을 여러 군데에서 잡을 수 있다. 가장 일반적으로 기점을 잡는 곳은 백마역이나 대곡초등학교다. 백마역은 주차장 시설도 있고, 교통편이 좋아 모이기가 좋다. 백마역에서 4km 정도 떨어진 대곡초등학교는 바로 싱글트랙으로 진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외에도 식사동 삼거리(식사삼거리) 부근 쌍용자동차 대리점을 기점으로 잡기도 한다.

주의할 점은 ‘아마존’ 코스가 입문자를 위한 코스이기는 하나 경사가 심한 100~300m 정도의 업힐 구간이 군데군데 있고, 폭이 좁은 구간도 여럿 나온다는 것이다. 싱글트랙 경험이 많지 않다면 무리하게 도전하지 말고 끌고 가는 것이 안전하다. 하지만 대체로 경사가 완만한 편이고 노면 상태가 좋아 크게 부담되는 코스는 아니다. 특히 계단길이나 길옆에 낭떠러지 등이 없어 안전한 라이딩이 가능하다.

단, 갈림길이 많고, 구간별로 초입을 잡기가 어려워 초행길이라면 반드시 ‘아마존’ 코스를 완주한 경험이 많은 라이더들과 함께 하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