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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명성산 - 가을은 바람결 억새를 타고 온다
포천 명성산 - 가을은 바람결 억새를 타고 온다
  • 글 사진·이소원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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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폭포~등룡폭포~억새군락지~등룡폭포 원점회귀가 가장 대중적

‘사랑은 비를 타고 온다’고 한다. 그렇다면 가을은 무엇을 타고 올까? 살랑살랑 가을바람에 몸을 맡긴 억새를 보고 있자니 1년 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이와 왈츠라도 추는가 싶다.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은 채 가만히 가을바람 곁을 맴도는 것을 보니, 어디 이만큼 가을과 잘 어울리는 것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하다. 태양도 낮게 걸린 10월14일 <컬럼비아스포츠웨어(대표 조성래)>의 인천 고객들과 명성산 한 자락 가득 채운 억새구경에 나섰다.

지난밤, 쉬지 않고 내린 가을비로 날이 쓸쓸하다. 거기에 여전히 하늘은 먹구름 낀 부은 얼굴이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번 산행지가 억새꽃 군락지를 품은 명성산(923m)이기 때문이다. 오늘 코스가 그다지 가파른 편은 아니지만 억새꽃 군락지로 이어진 길이 계곡을 끼고 있어 이끼 낀 바위들이 많다. 거기에 지난 밤 비로 혹여나 억새꽃들이 떨어져 나가지는 않았을까 하는 걱정도 더해진다.

하지만 음식점들을 낀 등산로 초입을 지나자마자 이 모든 것이 기우였음을 깨닫는다. 밤새 내린 비 덕분에 공기는 깨끗하고 울긋불긋 색을 더한 단풍은 곱디 곱다. 오늘 산행은 명성산 산행코스 중 가장 대중적인 산정호수 쪽 비선폭포에서 출발해 등룡폭포를 지나 억새꽃 군락지를 보고 돌아오는 원점회귀코스로 3시간30분에서 4시간 정도면 충분이 돌아볼 수 있다.

“여기가 원래는 먼지가 많은데 어제 비가 온 덕분에 깨끗하구먼!”
날이 제법 쌀쌀해 모두 겉옷을 입은 채로 산행을 시작한다. 오른편으로 계곡을 끼고 길이 이어진다. 물에 젖은 바위가 조금 미끄러운 감은 있지만 조심조심 걸으니 그리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걷다보니 어느덧 숲에 포옥 안긴다. 푸릇한 기운이 여전히 강하지만 중간중간 알록달록한 단풍나무에 참가자들은 연신 “곱다”며 사진찍기에 바쁘다.

얼마나 걸었을까. 꾸준한 오르막에, 젖은 바윗길에 발끝에는 힘 가득 주면서도 고운 단풍에 눈이 호사하니 힘든 줄도 모른다. 벌써 목 좀 축일 겸 쉬어가는 참가자들이 보이는데 “이 위에 좀만 더 가면 좋은 데가 있다”는 말에 걸음이 빨라진다.

단풍의 붉은 물결에 안긴 등룡폭포

▲ “안녕!” 단풍나무 아래에서 반갑게 인사.
제법 태가 나는 폭포가 단풍의 불긋불긋한 기운에 안겨있다. 등룡폭포다. 용이 폭포의 물안개를 따라 승천했다는 설이 전해지는 등룡폭포는 그 모양새 때문에 이중폭포, 쌍룡폭포로도 불린다. 폭포 곁에 조망테크를 겸한 포토존이 설치되어 있어 구경도 하면서 서로 사진찍어 주기에 바쁘다. “남는 것은 사진뿐”이라며 연신 셔터를 눌러대는 참가자들은 아이처럼 신이 났다.

“이깟 폭포에 그렇게 좋아하지들 말어. 명성산이 왜 유명해졌게? 다 저 위 억새 때문이여. 10년도 넘게 가을이면 억새축제를 할 만큼 장관이란 말이여.”

등룡폭포를 지나면 이제 억새밭까지 1.2km만 가면 된다. 억새밭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길이 있지만 이정표에 ‘험한길’로 표시된 만큼 가파르고 위험하다. 부지런히 억새밭으로 발걸음을 향하는 길. 문득 뒤돌아보니 울긋불긋 물든 단풍사이로 책바위가 늠름하게 서있다. 구름도 제법 걷혀 선명하지는 않지만 색색의 가을 빛깔을 저 멀리서도 전한다.

숲이 잠시 사라지고 막걸리 파는 아저씨가 사람들을 반긴다. 목이 탔는지 참가자들 중 몇몇은 세상에서 제일로 맛있다는 산 위에서의 막걸리로 목을 축인다. 막걸리 한 사발 간절하지만, 이제 이 길만 돌아서면 억새꽃이 반기니 참기로 한다. 바람에 춤추는 억새라니. 두근두근, 심장이 뛴다.

억새꽃 춤사위에 가슴이 저릿
“끝내주는구만!”
억새꽃 군락지에 발을 딛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하늘이 조금만 더 파랬다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황홀한 억새의 군무에 넋을 잃는다. 여기저기 바람결에 나부끼는 억새들이 바람이 달라질 때마다 황금색도 되었다가, 은색도 되었다가 하며 변신을 한다.

“여기가 원래는 숲이었어요. 전쟁 통에 울창했던 나무들이 사라지고 억새가 자라게 됐지요.”
사람 키보다도 더 큰 억새에 감싸여 걷는 기분이 제법 괜찮다. 모든 꽃들이 질 무렵, 아니 대부분의 꽃들이 아스라질 즈음 가장 매력적으로 피어나는 억새꽃의 오랜 기다림 때문인지 아련하기도 하다. 가을바람에, 억새에 몸을 맡긴 채 걷다보니 어느덧 억새꽃 군락지를 살펴볼 수 있게 만든 팔각정이 나온다.

▲ “치이즈~!” <컬럼비아스포츠웨어> 인천권 고객들과 함께 찰칵!
부근에는 대형 빨간 우체통이 세워져 있다. 자신이나 소중한 사람에게 편지를 써 넣으면 1년 뒤에 배달된다고 하는데, 때문에 새해를 맞아 자신의 소망이나 각오 등을 적어 1년 뒤에 받아보려는 등산객들에게 인기다.

모두들 허기가 진 것 같다. 참가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간식거리를 꺼내 든다. 봄과는 또 다르지만, 이 가을 역시 지나가 버릴 터. 억새꽃 역시 1년을 기다려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삼각봉 방향으로 조금 더 걸음을 옮긴다. 억새의 춤사위를 더 구경하고 싶기 때문이다.

한눈 가득 가을꽃, 억새꽃이 펼쳐진다. 계곡을 타고 애써 날아온 바람이 억새꽃과 몸을 섞는다. 가만히 귀를 대니 “쉬익~” 거리는 것이 노래하는 것 같기도 하고 울음소리 같기도 하다. 신라 마의태자가 망국의 한을 품고 목 놓아 울었고, 태봉국을 세운 궁예가 망국의 슬픔으로 통곡하자 산도 따라 울었다고 해 붙여졌다는 명성산이라는 이름 때문일까. 어쩌면 명성산은 오래도록 참았던 눈물을 가을바람결 억새에 담아 흘려보내는 건 아닐까.

명성산 억새꽃 트레킹
명성산은 산정호수 쪽 비선폭포에서 시작해 등룡폭포~억새밭~삼각봉~정상~산안고개~산정호수를 거치는 6시간짜리 코스와 등룡폭포~억새밭~삼각봉까지만 갔다 자인사로 하산하는 4시간짜리 코스가 유명하다. 다만 자인사로 하산하는 길이 매우 가팔라 노약자나 초보자에게는 맞지 않는다.

가장 대중적인 것은 등룡폭포~억새꽃 군락지~억새꽃 정상까지 보고 다시 그대로 원점회귀하는 코스다. 특히 1997년부터 매년 10월이면 억새축제를 할 정도로 수도권 억새 절경으로 이름을 날리는 명성산은 ‘억새철’이 되면 억새밭 사이로 사람들의 행렬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이번 <컬럼비아스포츠웨어> 고객들과도 무리 없이 억새구경 할 수 있는 원점회귀를 택했다. 총 8km 정도 되며 시간은 넉넉잡아 4시간이면 충분하다.

명성산은 산정호수 관광지를 끼고 있어 숙박시설과 식당이 많은데다 인접한 안덕재 방향으로 사격장이 있다. 사격훈련으로 명성산 산행이 통제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중 산행에는 반드시 등산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 포천시 시설관리공단 031-532-6153. 주차료 소형 1500원, 대형 3000원. 입장료 성인 1000원.

별미
국민관광지 산정호수와 닿아있는 명성산은 등산로 초입까지 음식점들이 이어져 있을 만큼 먹을 곳이 많다. 호수근처에는 세련된 카페며 간식거리를 파는 집들이 있고 산자락 근처에는 막걸리에 파전 같은 하산주 메뉴들이 즐비하다. 이동갈비와 순두부, 산채비빔밥, 다슬기 된장찌개, 민물 매운탕도 빼놓을 수 없는 먹을거리다.

하지만 산에 왔으니 무엇보다도 파전에 동동주 한잔이 간절할 터. 저렴한 가격에 깔끔하고 푸짐한 양의 산자락 메뉴를 맛볼 수 있는 대우식당(031-532-6148)이 찾기 어렵다는 것만 빼면 괜찮다. 산채비빔밥 6000원, 산채정식 7000원.

교통
자가운전
서울→43번 국도(신북 방면)→포천읍→문암리→78번 지방도(산정호수 방면)→산정리
대중교통
▶ 서울→운천 동서울터미널(02-446-8000)에서 동부간선도로 경유 수락산역(전철7호선)~포천을 경유하는 시외버스편이 1일 26회(06:00~20:35)운행. 요금 운천 7400원, 신철원 8000원, 2시간 소요.
▶ 운천↔산정호수 포천시내버스 71번이 1일 40여회(06:20~20:20) 40분 간격으로 운행.
▶ 의정부↔산정호수 의정부 시외버스터미널(031-842-3018)에서 138-6번이 1일 16회(06:40~23:50) 운행. 75분 소요, 요금 16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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