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사이트
비버와 복어의 아웃도어 세계여행
비버와 복어의 아웃도어 세계여행
  • 임효진 기자 | 양계탁 차장
  • 승인 2017.10.25 06:59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한수·황민아 커플

그저 친하게 지내는 대학교 선후배 사이였다. 민아 씨는 남자친구가 있었고, 한수 씨가 빼빼로데이에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줄 과자를 포장하는 일을 돕기도 했다.
“입학 O.T에서 오빠를 처음 봤어요. 까만 면바지에 보라색 후리스를 입고 있었는데 복학생 같았어요.”(웃음)

“민아를 처음 본 건 2011년이었는데, 그 당시 대학 내에 ‘1학년 때부터 놀지 말고 미리미리 스펙 쌓아야 취업을 잘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했어요. 하지만 저는 스펙을 쌓는 것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게 우선일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민아도 생각이 비슷했어요.”

얼마 뒤 두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과 헤어졌고, 친한 선후배 몇몇과 함께 제주도로 자전거 여행을 갔다. 한수 씨는 제주 밤바다를 걸으며 민아 씨에게 마음을 고백했다. 하지만 선후배 이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던 민아 씨는 ‘좋은 선배를 잃고 싶지 않다’고 에둘러서 말했다. 한수 씨는 단념하지 않았고 그녀 곁을 지킨 지 6개월, 패러글라이딩을 함께 타고 온 날, 둘은 손은 잡았다.

최한수
“밥을 같이 먹으며 민아에게 문득 ‘하고 싶은 일이 있느냐’고 물었어요. 세계 여행을 갈 거라고 답하더라고요. 민아가 아직 학생이라 세상 물정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훈계하려는 찰나에 문득 민아 나이 때 제 모습이 떠올랐어요. ‘나도 세계 여행을 가고 싶은 꿈이 있었는데’ 깊은 고민 끝에 ‘여행 가자’고 말했죠.”

흔히들 세계 여행을 떠날 때 나라와 도시를 거점으로 루트를 짜곤 하는데, 둘에게 국경과 랜드마크는 큰 의미가 없었다. 한국청소년오지탐사대 출신인 둘은 광활한 자연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여행 결심이 서자 둘은 자금을 모으기 위해 밤늦게까지 일을 했고, 한 달에 두 번씩만 만나며 데이트 비용을 아꼈다. 2년 동안 카페 한 번 가지 않고 재래시장을 가거나 트레킹을 하면서 데이트를 했지만 여행가는 것만 생각하면 즐거웠다. 그렇게 물을 좋아하고, 볼록하게 귀여운 볼을 갖고 있어 비버와 복어라는 별명이 붙은 둘은 2015년 5월 ‘비버와 복어의 세계여행’을 시작했다.

“저희는 도시 관광지보다는 하이킹을 할 수 있는 산에 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중국 오지 마을 찾아가기, 중앙아시아 말 트레킹, 유럽 최고봉 러시아 엘부르즈, 알프스 산군의 몽블랑 둘레길 TMB, 유럽 자전거 여행을 했죠. 아프리카는 버스로 종단을 하고, 에티오피아 고원길 시미엔트레일과 아프리카의 지붕 킬리만자로를 찾아갔어요.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가서는 남미 최고봉 아콩카구아, 페루 산타크루즈 트레킹, 볼리비아 와이나포토시를 거쳐 작년에는 미국 도보종단 PCT, 캐나다 웨스트코스트트레일을 마쳤어요. 돌이켜보니 여행을 하면서 참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황민아
여행 중에 많은 일이 있었다. 아픈 적도 있고, 배낭을 통째로 도난당한 적도 있었다. 그래도 좋은 기억이 더 강하게 남아 있다. 크로아티아에서 만난 친구들처럼 말이다. 둘은 아름다운 섬이 많은 크로아티아를 자전거로 돌아볼 계획이었다. 하지만 길이 험하고 업 다운이 심해 섬에 들어간 지 3시간 만에 여행을 중단했다. 배를 타러 선착장으로 갔는데 배는 없고, 자전거 뒤에 훌라후프, 공, 화분, 기타, 우쿨렐레 같은 요상한 물건들을 잔득 실은 히피 친구들이 있었다.

“호기심이 발동해 힐긋힐긋 쳐다보았는데 그 친구들이 먼저 말을 걸었어요. 그 친구들은 각 나라에서 온 여행자인데 각종 기구와 악기를 이용해서 거리공연을 하고 생겨난 수익으로 여행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들의 제안으로 일주일을 함께 보냈어요. 그 친구들과 여행하면서 참 재미있었던 것은 씻지 않고, 산속 아무데서나 텐트를 치고 자며, 길거리에 앉아서 밥을 먹는데도 더럽다거나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매일 밤 알 수 없는 산속 어딘가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노래를 불렀어요. 친구들이 불러주는 잔잔한 노래가 너무 아름답고 소중해서 눈을 감고 마음속에 고이고이 담아두었던 것 같아요. 그때 친구들의 눈빛, 이야기를 잊지 못해요.”

최한수
“그 친구들은 정말 자유로웠어요. 내일은 어디에 가자고 정해 놓다가도 다음날 다른 것에 흥미가 생기면 그 순간 하고 싶은 것을 하더라고요. 조금의 죄책감도, 가야 한다는 압박감도 없이 지금 이 순간 본인이 원하는 것을 스스럼없이 하는 모습에 저희는 이것이 진짜 자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자전거 여행 때 저희는 늘 ‘오늘은 어디까지 가야해’ 라는 목표치를 정해두고 힘들어도 꼭 갔거든요. 누가 강요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때 그 친구들과 일주일동안 함께 지내면서 저희도 자신을 조금 더 놓아주었던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거리공연을 하고 떠나는 날 저희는 그 친구들에게 자전거를 주었어요. 훗날 칠레에서 다시 만났는데 자전거가 고장이 나서 고생하고 있던 여행자에게 저희 자전거를 주었다고 하더라고요. 누군가에게 나누어 준 작은 마음이 세상 어딘가로 퍼져나는 것만 같아서 정말 행복했답니다. 유럽여행이 끝나고 아프리카 이집트에 도착한 뒤 저희도 기타를 샀어요. 그 친구들처럼 음악으로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황민아
“저희 여행은 사람과 산이 함께했던 여행 같아요. 아름다운 산이 보이면 주저 없이 올랐고, 여행 중에 좋은 사람을 만나면 계획했던 장소에 가지 않고 계속 눌러앉아 사람들과 시간을 더 보냈어요. 산은 저희에게 선생님 같은 존재예요. 자연에서는 모든 것이 불편하고 내 맘같이 안 되거든요. 고생하다보면 대자연 앞에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닫는 거죠. 그러면서 나의 삶을 돌아보고 감사하며 겸손하게 되는 것 같아요. 평생 그 마음 잊지 않으려, 어쩌면 깨닫는 그 순간들이 좋아서 계속 여행하는 거 아닐까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0 / 400
김재익 2017-10-31 18:44:17
너무 감동 받았습니다 두 분 .. 예쁜사랑을 계속 이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설동주 2017-10-25 19:42:26
한수 멋지게 살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