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러시와 청바지의 도시, 버지니아 시티
골드러시와 청바지의 도시, 버지니아 시티
  • 앤드류 김 기자
  • 승인 2017.07.31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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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네바다 주 북부,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곳

끝없는 사막으로 이어지는 미국 네바다 주는 겉으로 보기에는 마치 버림받은 땅 같지만 옛날이나 지금이나 많은 광부에게 매력적인 땅이다. 1849년 일명 광부를 지칭하는 포리나이너Forty-Niner가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금을 발견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일확천금을 노리는 카우보이들의 골드러시가 시작됐다. 그리고 10년 후, 이웃 네바다 주 북부 버지니아 시티에서 금과 은이 동시에 발견되면서 유흥과 부의 중심축이 캘리포니아에서 버지니아 시티로 바뀌었다. 골드러시의 새로운 아이콘이 된 것.

버지니아 시티의 오페라하우스.
버지니아 시티 대성당.

네바다 주 리노시에서 남동쪽으로 약 40km 떨어진 버지니아 시티는 미국 서부지역에서 유일하게 온 마을이 그대로 보존된 곳이다. 당시 미국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며 부의 상징이기도 했던 이곳을 좀 더 살펴보면 놀라운 역사의 흔적이 한 둘이 아니다.

대로변을 따라 줄줄이 이어진 당시의 술집만 해도 무려 110군데나 되며 2층은 서부영화에서 본 호텔이 자리 잡고 있다. 거기에 교회가 6개, 은행이 4군데나 있었으니 작은 산골마을이 어떤 부귀영화를 누렸을 지 짐작이 간다. 그뿐 아니라 네바다 주 최초의 오페라 하우스나 최초의 소방서, 최초의 성당인 세인트 메리 인 마운틴St. Mary in the mountain 역시 지금도 그대로 보존돼 있다.

<톰소여의 모험>으로 유명한 마크 트웨인 역시 이곳 버지니아 시티에서 1863년부터 네바다 주 최초의 신문 테리토리알 엔터프라이즈Territorial Enterprise 기자로 일했다. 그가 일했던 사무실 겸 인쇄소는 지금 박물관이 되어 당시의 신문 활자판에 윤전기까지 보존돼 있다. 대문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이곳은 늘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옛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버지니아 시티의 노년들.

1970년대 미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린 서부드라마 <보난자> 역시 이 일대에서 촬영했다. 사내들 객기와 정의가 어우러진 드라마 속 실제 무대여서 그런지 보이는 건물과 소품이 모두 흥미롭게 다가온다.

버지니아 시티의 상징과도 같은 광부들은 의류 산업에도 획기적인 공(?)을 세웠다. 독일계 유태인이었던 리바이 스트라우스Levi Strauss는 골드러시 때 가족들과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해 직물과 텐트를 팔면서 수선도 동시에 해 주는 사업을 했다. 그러다 어느 날 버지니아 시티에 물건을 납품하러 갔다가 들린 술집에서 너덜너덜해진 옷을 불평하던 옆자리 광부 이야기를 듣고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리바이는 자신이 가져온 튼튼한 직물인 텐트를 재단해 바지를 만들었다. 그때가 1871년. 광부들은 아무리 입어도 해지지 않는 리바이스 텐트 바지에 열광했다.

도시는 과거의 흔적이 여전하다.

그러나 단점도 있었다. 금광개발을 위해 모여든 노동자들은 장시간 사막에서 노숙 생활을 했다. 문제는 방울뱀의 습격. 이 사실을 인지한 리바이는 방물뱀이 인디고 색을 싫어한다는 걸 알고 콩과 식물에서 추출한 자연액으로 누런 텐트를 염색해서 오늘날의 청바지를 만들었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은 미국에 본격적으로 산업 혁명 시대가 열리면서 강대국이 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스코틀랜드 출신 카네기가 철강왕이 되면서 산업혁명 기틀을 이루었고, 남북전쟁으로 거대한 영토를 가지게 됐다. 벨이 전화기를 개발하면서 통신혁명이 일어나고,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하면서 세상은 대낮같이 밝아졌으며, 포드가 국민차를 개발하면서 수송 문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라이트 형제는 최초로 비행기를 만들면서 본격적인 하늘 시대를 열었다. 어쩌면 미국의 기틀을 만든 공헌은 이곳 버지니아 시티에 있는지도 모른다. 세월을 거스를 수 없는 산악도시 버지니아 시티는 어느덧 160세가 되어 늙어가고 있으나, 그 옛날 이 도시가 품은 사람들의 온기와 많은 이야기는 지금껏 사라지지 않고 후손들에 의해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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