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으로 입장 완료
봄으로 입장 완료
  • 김경선 차장 | 양계탁
  • 승인 2017.04.24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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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아이와 캠핑을 떠나다

회색 빌딩숲과 잿빛 도로에서 자라나는 요즘 아이들은 자연을 만날 기회가 적다. 아이를 자연에서 키우는 일, 도시에서 살아가는 워킹맘에게는 꿈같은 현실일 뿐이다. 쳇바퀴 돌듯 똑같은 일상 속에서 아이들에게 자연을 느끼게 해주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캠핑. 자연 속에서 아침과 저녁, 밤을 온전히 느껴보는 일, 내 아이에게 꼭 해주고 싶었다.

노을공원은 지금 봄꽃이 한창, 꽃비 날리는 캠핑장 입성
아이들과 함께 맹꽁이 차에 올랐다. 어른들에게는 별거 없는 이동수단이 아이들에게는 신기한 탈 것인가 보다. “우와~, 신기한 자동차에요.” 널찍한 좌석 한 가운데 자리를 잡은 아이는 시종일관 반짝이는 눈망울로 설렘을 발산했다. 텐트와 타프, 테이블과 의자를 챙기고 아이들이 먹을 음식과 간식까지 꼼꼼하게 챙겨 캠핑을 떠난다는 것은 분명 번거로운 일이다. 그럼 어떠하리. 이토록 해맑게 웃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엄마의 귀찮음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상암동 노을공원에는 이미 봄이 완연하다. 흐드러지게 피었던 벚꽃은 바람이 불때마다 꽃비를 날리며 흩어졌고, 진분홍 철쭉 군란은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봄의 한 가운데서 우리는 캠핑의 설렘과 신록의 생동감에 취해갔다.

5살 쌍둥이 자매와 3살 힘찬이, 캠핑의 즐거움을 맛보다
워킹맘 둘이 나섰다. 이른 아침 출근을 하고, 깜깜한 밤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가는 워킹맘에게 아이는 늘 미안함의 대상이다. 더 놀아주지 못해서, 함께하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갚고 싶었다. 그래, 캠핑이다.

아웃도어 편집부에는 엄마가 둘이다. 5살 쌍둥이 엄마인 기자와 3살 힘찬이 엄마 효진기자. 그렇게 엄마 둘이 뭉쳤다. 아이들과 함께 캠핑을 떠나보자. 장소는 서울 시내에 위치한 노을캠핑장. 아이들의 화사한 웃음만큼이나 블링블링한 티피텐트도 준비했다.

일반 텐트 보다 월등히 큰 사이즈라 텐트 치는 일이 쉽지가 않았다. 높이 4.3m, 지름 5.95m의 널찍한 텐트는 화사한 플라워 패턴이 가득해 봄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엄마, 텐트에 꽃이 피었어요.” 초록이 완연한 캠핑장, 화사한 텐트 속에서 아이들은 시종일관 “꺄르르” 웃으며 그렇게 봄을 만끽했다.

푸른 초원 위 그림 같은 꽃텐트, 감성캠핑이란 이런 것
“엄마, 배고파요.”
엄마들이 텐트를 치는 사이 잔디밭에서 한바탕 뛰어놀던 아이들이 제자리를 찾았다. 돗자리를 깔고 집에서 준비해온 각종 과일과 빵, 아이들이 좋아하는 마시멜로우 등 간식을 펼쳐주니 허겁지겁 배를 채우기 바쁘다. 5살 쌍둥이 유나와 예나는 엄마, 아빠와 캠핑한 경험이 있지만, 3살 힘찬이는 이번이 첫 캠핑. 아직까지 커다란 텐트와 타프가 어색한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곳저곳을 둘러보기 바쁘다.

널찍한 잔디밭이 펼쳐진 노을캠핑장은 어린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기 좋은 장소다. 사방이 온통 잔디라 아이들이 넘어져도 다칠 염려가 적고, 시야가 탁 트여 조망도 시원하다. 수도권에서 이렇게 잘 가꿔진 캠핑장이 또 있을까. 그래서인지 주말이면 사이트마다 캠퍼들로 꽉꽉 찰 만큼 인기라 캠핑장 예약은 언제나 전쟁이다. 기자 역시 금요일 예약에 실패하고 평일로 날짜를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방울방울~ 동심은 비눗방울을 타고
간식으로 배를 채운 아이들은 주변 탐색을 완료한 후 새로운 놀이감을 찾아 나섰다. “엄마, 비눗방울 놀이해요.” 며칠 전부터 비눗방울 놀이를 약속한 엄마에게 유나 예나는 아침부터 ‘비눗방울’ 노래를 불러댔다. 아이는 셋, 비눗방울 장난감은 하나. 역시, 실수다. 동생인 힘찬이는 의연한데, 5살 누나들이 서로 먼저 하겠다며 토닥거리기 시작했다. “잠깐, 그럼 엄마가 먼저 할게. 그 다음은 가위 바위 보로 결정하자.”

비눗방울이 바람을 타고 사방으로 흩어지자 아이들은 언제 다퉜냐는 듯 “꺄르르~” 웃으며 비눗방울을 쫓아가기 시작했다. 누가 더 많이 터트리나 시합도 하고, 가위 바위 보로 순서를 정해가며 비눗방울도 불어봤다. 별것 아닌 놀이에도 환하게 웃음 짓는 아이들의 표정에 엄마의 마음에도 뿌듯함이 밀려왔다.

한참을 뛰어놀던 아이들의 두 눈에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뛰어다녔으니 에너지가 방전될 만도 하지. 그래도 저녁은 먹어야하니 엄마들끼리 서둘러 식사 준비를 시작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캠핑은 준비할 것도, 현장에서 챙길 것도 산더미다. 그래서 준비한 비장의 카드. 쉽게 요리할 수 있도록 정량의 재료와 레시피가 담긴 푸드박스를 준비했다. 포장된 야채를 뜯고 아이들과 함께 썰고 다듬어가며 요리 준비를 시작했다. 위험한 조리과정은 엄마가 나섰다. 그렇게 완성된 냉파스타와 소고기 토마토 스튜, 치킨 퀘사디아. 푸짐하게 차려진 요리가 배고픈 아이들의 입으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누구나 쉽게 요리해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정량의 재료와 레시피를 담아 구성한 쿠킹 푸드박스다. 도산공원 인근의 레스토랑 ‘그랑씨엘’과 ‘마이쏭’을 운영하고 있는 이송희 셰프가 직접 개발한 레시피를 선보이고 있다. 요리에 익숙하지 않거나, 시간이 없어 재료를 준비하기 힘든 사람들에게 다양하고 완성도 높은 요리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푸드박스다. 정량의 재료와 양념, 레시피가 들어있어 장보는 시간과 손질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재료 손질이 쉽지 않은 야외에서 활용하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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