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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캠핑에서 울트라라이트 백패킹까지 진화
오토캠핑에서 울트라라이트 백패킹까지 진화
  • 류정민 기자
  • 승인 2017.03.15 0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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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BPL·UL·LNT 등 새로운 문화의 태동

한국의 캠핑문화는 근 10년간 역동적인 변화를 겪었다. 산업 규모 면에서도 2008년 약 200억원 시장이었던 것이 2014년 6천억원으로 치솟으며 30배 가까이 급성장을 거듭했다.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면서 일부 마니아층에서 즐기던 캠핑이 일반인들에게 확장됐고 그에 따라 다양한 브랜드가 등장하며 캠핑 붐이 일었다. 갑작스럽게 캠핑 붐이 일어난 데는 TV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영향이 컸다. 텐트와 간소한 장비만으로 자연을 즐기는 TV 속 연예인들의 모습에 너도나도 캠핑장비를 구입하기 시작한 것.

2008년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는 캠핑 인구 대부분이 오토캠핑을 즐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베아, 콜맨, 스노우피크 등 오토캠핑을 주력으로 한 리딩 브랜드 매출이 급성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족 중심의 한국 사회에서 캠핑의 주요 고객층은 30~50대 가족 캠퍼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던 것이 2014년 이후 캠핑 시장 규모가 축소되면서 다양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대형 장비 위주의 오토캠핑 외에도 최소한의 장비로 떠나는 백패킹, 축소된 장비로 떠나는 미니멀 캠핑 등 날이 갈수록 캠핑의 종류가 다양해졌다. 이제는 가족 중심 캠핑에서 벗어나 젊은 감각으로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는 개인 캠퍼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배낭이 가벼울수록 캠핑의 또 다른 세상이 열린다. 배낭 하나 짊어지고 산과 들을 자유롭게 누비는 백패킹은 자연의 정취를 오롯이 만끽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그러나 배낭을 멘다고 다 백패킹은 아니다. 백패킹은 어떻게 자연을 만나고, 어떻게 즐기느냐가 중요하다.

최근 새롭게 뜨고 있는 백패킹 문화인 BPL(Backpacking Light), UL(Ultra Light)은 자연과 만나는 방식 중 하나로 한때 유행으로 치부하기엔 방향성이 확실해 글로벌한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울트라 하이커들은 안전과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장비만 있으면 언제든지 자유롭게 떠날 수 있다. 길 위에서의 불편함을 자초하지만 그 속에서 누구보다 가깝게 자연과 만난다. 가볍게 다닐수록 훨씬 더 많은 자연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야영에 꼭 필요한 장비와 자신이 먹을 만큼의 음식만 휴대한다. 전문가들은 장거리 트레일을 하기 위해서는 배낭을 가볍게 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고기능을 갖춘 경량의 비싼 장비만을 구비하라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장비를 구비하는 것이 아닌 불필요한 장비를 줄이는 것이 미니멀리즘이 추구하는 방식이다.

아웃도어와 캠핑을 결합하는 방식도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하이킹뿐만 아니라 자전거, 카약, 카누, 요트, 모터바이크 등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고 난 후 적당한 사이트를 발견하면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한다. 투어링 카약 해치에 캠핑 장비를 싣고 강이나 바다를 패들링 한 후 캠핑을 하는 카약 캠핑, 자전거 트레일러나 패니어에 캠핑 장비를 싣고 떠나는 라이딩 캠핑, 배를 타고 떠나는 섬 캠핑, 오프로드 차량을 이용한 오지캠핑, 여행과 캠핑을 접목한 트래블 캠핑 등 얼마든지 다양하게 확장이 가능하다.

캠핑의 횟수가 늘어나고 경험이 점점 쌓이다 보면 캠핑 그 자체에 만족하기보다 다른 아웃도어 활동을 접목하는 확장 수순을 밟게 된다. 어느새 캠핑은 ‘캠핑을 위한 캠핑’ 보다 아웃도어 활동을 함께 즐기기 위한 베이스캠프, 일종의 수단이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캠핑 자체가 목적인 캠핑’에 비해 좀 더 간소하고 짐 꾸리기도 수월하며 쉽게 설치하고 철수할 수 있는 기동성 있는 캠핑 장비가 필요한데, 차량도 예외는 아니다. 때에 따라서는 텐트를 대체해 차에서 숙박까지 해결하는 차박캠핑을 즐기기도 한다.

의식변화의 중요성, LNT
‘어떤 곳을 걸으며 어떤 풍경을 봤는가’ 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떻게 아웃도어 활동을 했는가’다. 국내 캠핑 문화도 ‘지속 가능한 캠핑’이 화두다. 한마디로 자연에서 머물고 흔적을 남기지 말자는 얘기다.

한국인이라면 화장실에서 한 번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는 문구를 봤을 것이다. 미국에는 산림청과 토지관리국, 국립공원이 참여해 만든 비정부기구인 환경보호 교육단체 LNT(Leave No Trace)가 내세운 일곱 가지 윤리 지침이 있다.

외국 캠핑 문화에 비하면 더디지만 국내에서도 LNT 운동이 분명 존재한다. 환경을 생각해 최소한의 장비만 들고 다니며(BPL, UL) 머문 자리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일(LNT)은 더 오래, 즐겁게, 많은 사람이 캠핑을 즐기기 위한 방법이다.

BPL과 UL은 가벼운 장비를 추구한다. 그러나 경량을 추구하는 백패커는 불편을 기꺼이 감수할 마음가짐부터 가져야 한다. 쓰레기를 줄이고 잘 처리하는 건 기본이다. 외국은 무인 캠핑장이 많은데 오히려 무인 캠핑장의 화장실과 취사실이 유인 캠핑장보다 더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아름다운 자연을 독차지하기 위해 함부로 훼손하는 것도 금물이다. 자연의 주인은 자연이다. 다른 캠퍼도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전해야 한다. 일본은 백 컨트리 스키와 캠핑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많은데, 스키를 탈 때도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길로만 다닌다. 사람의 손이 타지 않은 자연을 그대로 보존하는, 다음 방문자를 배려하는 그들만의 방법이다.

음식문화도 마찬가지다. 백패킹 배낭에 쓰레기를 매달고 내려오는 것보다 간소하게 준비해 쓰레기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식재료를 미리 다듬거나 반 건조된 식품의 포장을 벗기면 쓰레기는 물론 부피도 줄어든다. 요리와 보온 등 생존을 위해 취사는 필수조건이지만, 필요 이상의 장비는 부피와 무게를 늘리고 캠퍼와 자연의 안전을 위협한다. 캠퍼는 잠시 자연을 빌릴 뿐 빛과 소리를 최소화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국내 백패킹 전문 장비 브랜드 제로그램은 지속 가능한 아웃도어를 위해 BPL과 LNT를 실천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사전 훈련을 통해 가장 최적화된 배낭에 장비를 꾸려 트레일을 걷고 야영을 하는 참가자들은 일반적인 세제나 비누, 치약도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생분해가 가능한 친환경 비누 정도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현상 제로그램 대표는 “캠핑, 특히 백패킹은 불편함을 즐기는 아웃도어 활동으로 장비에 의존하지 않고 자연 속에서 나를 희미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적게, 작게, 조용히 스며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세대가 한 번쯤 바뀌어야 해요. 의식 변화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캠핑 본연의 취지에 다가가야 할 필요가 있어요.”라는 이 대표의 말은 캠핑 본연의 취지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LNT 일곱 가지 윤리 지침
1. 미리 계획하고 준비하라. Plan Ahead and Prepare.
2. 튼튼하고 안정된 바닥에서 야영하라. Travel and Camp on Durable Surfaces.
3. 쓰레기를 줄이고 잘 처리하라. Dispose of Waste Properly.
4. 보는 것으로 만족하라. Leave What You Find.
5. 불을 최소화하라. Minimize Campfire Impacts.
6. 야생동물을 존중하라. Respect Wildlife.
7. 다른 방문자를 배려하라. Be Considerate of Other Visit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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