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인간’
연극 ‘인간’
  • 글 이지혜 Ι 사진제공 그룹에이트
  • 승인 2017.02.0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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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인간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인간’이 연극으로 태어났다. 멸망을 앞에 둔 인간이 존재 가치를 토론하며 싸우고 갈등하는 ‘인간’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까’라는 질문을 잔인하게 던진다. 전혀 다른 성향의 두 인간이 나누는 대화로 관객은 무거운 절망 속에서도 한 줄기 희망을 안고 떠난다.

사방이 거울로 만들어진 고립된 장소, 생판 처음 보는 여자와 남자가 갇힌다. 리얼버라이어티 쇼나 몰래카메라쯤으로 생각했던 그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들이 지구가 아닌 곳에 떨어졌다는 직감을 한다.
지구가 파괴됐고 살아남은 자는 여자와 남자 둘. 알 수 없는 존재가 자신들을 관찰하고 있는 곳에서 두 인간은 인류의 미래가 그들의 손에 달렸다는 사실을 알고 인간의 존재 이유에 대해 격정적인 토론을 나눈다.

연극 ‘인간’은 인류 마지막 생존자인 화장품 연구원 라울과 호랑이 조련사 사만타가 ‘인류는 이 우주에 살아남을 자격이 있는가’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가지고 재판을 여는 2인 극이다.
거울로 된 무대인 만큼 가운데를 기준으로 관객이 앞뒤에서 관람할 수 있는데, 연극 내내 배우들은 거침없이 적절한 시선 분배로 무대 개념을 파괴한다. 상대적으로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중간 집중력이 떨어지는 대목이 있다. 하지만 극 후반 ‘재판 신’이 ‘인간’의 하이라이트.
내용이 한국적이지 않아 고민이 많았다는 연출가의 말처럼 책으로 접했던 텍스트가 워딩되어 나오는 부분의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사만타의 말처럼 인간은 ‘대화를 통한 가치관의 공유’를 할 수 있고 결국 ‘인간은 늘 질문을 던지고 자신을 돌보고 잘못을 뉘우친다’는 극이 말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자연스레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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