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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하지 않았어요, 당신 …연극 ‘톡톡’
실패하지 않았어요, 당신 …연극 ‘톡톡’
  • 글 이지혜 / 사진제공 연극열전
  • 승인 2016.12.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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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PLAY

하루가 멀다고 기가 막히는 뉴스가 쏟아져 나온다. 국민적 ‘집단 우울증’에 걸렸다는 이야기까지 돌 정도니, 제대로 된 멘탈을 부여잡고 사는 게 요즘 참 어렵다. 어떤 원인으로든, 사회적으로 우리는 모두 병 하나쯤 안고 살아간다. 종류도, 크기도 다르지만, 모두가 가지고 살아가는 정신병. <톡톡>은 우리가 가진 정신병을 좀 더 자세히, 유쾌하게, 슬프게, 찡하게 풀었다.

강박증 치료의 최고 권위자 스텐 박사의 병원. 그에게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은 여섯 명의 환자들이 차례로 대기실에 들어온다.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욕설이 문제인 뚜렛증후군 프레드, 눈을 떠서 잠들 때까지 쉬지 않고 계산을 해야 하는 계산벽 벵상, 앉을 틈도 없이 손 씻으러 가기 바쁜 질병공포증 블랑슈, 집을 나오기 전까지 50번 확인해야 하는 확인강박증 마리, 무조건 두 번씩 말해야 하는 동어반복증 릴리, 바닥의 선 때문에 땅에 발을 디딜 수 없는 선공포증 밥이 그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스텐 박사는 비행기 문제로 공항에 발이 묶인 상태. 기다림에 지친 환자들은 스스로 치료를 하기 위해 서로의 병을 고백하고 급기야 집단 치료까지 시도해보기로 한다.

<톡톡>은 2005년 프랑스 파리에서 초연된 이후 10년간 유럽에서 끊임없이 재연된 작품이다. 프랑스 코미디 작가 겸 배우, TV쇼 진행자, 연출가로서 활동하고 있는 로랑 바피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연극열전 시즌 6의 네 번째 작품으로 선정,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올려졌다.

개성 넘치는 병력(?)을 가진 여섯 명은 인생 내내 자신의 병이 놀림감이었다. 누구 앞에도 당당히 나설 수 없었던 그들이 서로의 병을 인정하며 변해간다. 상대의 병을 완벽히 이해하진 못해도 거침없이 말하고, 응원하기 시작한 것. 그들이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단지 하나, 타인에 대한 연민이었다.

공연은 “나는 멀쩡한데 너는 왜 그러냐”가 아닌 “나는 이곳이 이상한데 너는 그곳이 이상하구나”로 시작하는 연민의 이야기를 담았다. <톡톡>은 상대에 연민을 가지는 순간, 사람은 더 이상 ‘나’ 자신의 병에 집착하지 않게 되고 결국, 나아질 수 있다는 이상한 정답을 따뜻하고 쉽게 풀었다.

하지만 <톡톡>이 무거운 작품이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여섯 명의 독특한 병은 보는 내내 관객을 웃음 짓게 한다. 스텐 박사를 기다리다 지쳐 블루마블 게임을 하는 장면은 모여 노는 걸 구경하는 건데도 참 재밌다. 관객도 어느새 그들의 병이 익숙해지고, 더는 환자로 보이질 않는다. 자연스럽게 관객은 배우에게 녹아든다.

여섯 배우가 거의 모든 시간 내내 함께 긴 호흡을 맞춘다. 배경의 이동도, 하다못해 인물의 자리 변화도 크게 없다. 그런데도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적당히 꽉 찬 무대를 만든다. 서현철과 최진석, 김진수 등 갈고닦은 배우들의 농익은 연기도 조화롭다.

그들은 실패에 낙담하고, 성공에 기뻐도 한다. 하지만 실패와 성공의 진짜 기준은 무엇일까. 자괴감 드는 하루하루, 우리는 실패한 것에 대해 더 이상 슬퍼하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런 의미로 <톡톡>은 실패를 슬퍼하지 않는 법을 친절히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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