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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일을 하는가?…알랭 드 보통 ‘일의 기쁨과 슬픔’
우리는 왜 일을 하는가?…알랭 드 보통 ‘일의 기쁨과 슬픔’
  • 발췌 및 글 오대진 / 사진 정영찬 기자
  • 승인 2016.11.0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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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BOOK

Ⅹ / 항공 산업 / 2
소말리 에어라인즈 707 한 대는 옆으로 누워 있었는데, 날개는 하나만 붙어 있었다. 콴타스가 1966년에 도입한 이 비행기는 런던과 시드니 사이를 8년간 날아다니다가 말레이시아 에어라인즈에 팔렸다. 쿠알라룸푸르의 새 주인은 꼬리에 그려진 캥거루를 양식화된 새 문양으로 바꾸고, 퍼스트 클래스 칸을 없애버렸다. 이 비행기는 홍콩을 10년간 다닌 뒤, 동체 뒤쪽에 심하게 때가 탄 몰골로 소말리인에게 넘어갔다. 그곳에서 이 보잉기는 비공인 부품의 도움을 받아 절뚝절뚝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모가디슈, 요하네스버그, 프랑크푸르트로 군인, 밀수꾼, 구호 요원, 관광객을 실어 날랐다. 그러다 모가디슈 공항에서 밴과 충돌하는 사고가 났고, 전투에 휘말려 봉기군의 총에 맞아 꼬리에 총상을 입기도 했고, 나이로비에서는 엔진 하나에 불이 나 비상 착륙을 하기도 했다. 항공사가 파산하고 그 최고경영자가 어설픈 강도 사건에서 총에 맞아 죽고 나자, 이 연약한 기계를 마지막 안식처로 보내자는 데 합의가 이루어졌다.

비행기가 얼마나 빨리 나이를 먹는지 정말 놀랍다. 여기 모인 비행기들 가운데 가장 늙은 것이 생산 라인에서 나온 지 50년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벌써 그리스 신전보다 훨씬 나이가 들어 보인다. 객실 안에는 이제는 낡아버린 기술의 잔재가 보인다. 엄청나게 큰 베이클라이트 전화기, 뚱뚱한 전기 케이블, 한때 영사기가 장착되어 있던 천장의 큼지막한 상자. 조종실에는 항공 기관사의 자리가 있는데, 그 일은 곧 양장본 크기의 컴퓨터가 대신하게 되었다. 어떤 비행기는 여전히 프랫 & 휘트니 JT3D 엔진을 자랑하고 있었다. 1970년대에 위세가 등등했던 이 엔진은 당시에는 놀라운 17,500파운드의 추진력을 만들어냈다. 물론 불과 수십 년 뒤에 자신의 후계자들이 훨씬 적은 연료로, 게다가 소음도 훨씬 덜 내면서, 다섯 배의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짐작도 못했을 것이다.
현대에 죽음에 대한 생각이 과거와 달라진 것은 죽은 뒤에도 기술과 사회가 계속 혁명적 변화를 겪을 것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이것 때문에 우리는 우리 노동의 영속성에 대한 믿음을 도저히 유지할 수가 없다. 우리 조상들은 시간이 흘러도 자신이 성취한 것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우리는 시간이 허리케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의 건물, 스타일에 대한 감각, 우리의 관념들, 이 모든 것은 곧 시대착오적인 현상이 될 것이다. 지금 우리가 크나큰 자부심을 갖는 기계들은 햄릿이 들고다니던 요릭의 두개골만큼이나 진부해 보일 것이다.

<일의 기쁨과 슬픔> 360~364쪽에서 발췌

일의 기쁨과 슬픔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 지음, 정영목 옮김(2011. 12, 청미래)

독특하다. 특별하게 다르고, 다른 것과 견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세상을 바라보는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의 독창적인 시각이 그렇다. 화물선 관찰에서 시작된 그의 직업 현장 관찰기는 생동감 넘친다. 그가 그려낸 문자 하나하나에 바삐 돌아가는 공장 속 인부들의 거친 숨소리마저 살며시 녹아들었다.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터는 어느덧 무미건조하고 재미없는 일상이 되어버렸고, 말 그대로 장소적 개념만을 나타내는 단어로 전락하기까지 이르렀다. 우리는 왜 일을 하는가? 편견과 가감 없는 노동의 본질을 알랭 드 보통의 시각으로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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