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현실이 되다
지진, 현실이 되다
  • 김경선 차장
  • 승인 2016.10.31 15: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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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K COLUMN

세상에, 지진이라니요. 대한민국 땅에서 강진을 만날 거라곤 솔직히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저 이웃나라 일본의 고질적인 자연재해라고만 여겼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지진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규모 5가 넘는 지진은 관측 이래 최고 수준이었을 만큼 이례적입니다.

9월 12일 밤 8시 32분,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저는 영동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리는 중이었습니다. 강원도 정선에서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지요. 차체가 흔들리다 보니 지진으로 인한 진동은 전혀 느끼질 못했습니다. 수 분 후 스마트폰을 검색하다 뉴스 속보를 보고 알았습니다. 반면 집에서 쉬고 있던 지인들은 저마다 강도는 다르지만 지진을 느꼈다고 합니다. 특히 경주와 인접한 경산에 위치한 저희 시댁은 지진이 일어났을 당시 주민들이 모두 집 밖으로 뛰쳐나올 정도로 심하게 흔들렸다고 합니다.

본진이 일어난 지 8일이 지났습니다. 현재까지 발생한 여진만 400여 건이 넘는다고 합니다. 게다가 본진 후 7일이 지난 19일에는 규모 4.5의 여진이 발생하면서 경주를 비롯한 경상도 일대가 공포에 떨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국민들의 불안감도 점차 높아지고 있죠. ‘지진 대피 요령’ , ‘지진 대비 용품’ , ‘생존 가방’ 등의 키워드가 어제 오늘 주요 포털사이트 뉴스 섹션의 메인을 장식했습니다. 유난스럽다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지진을 비롯한 자연재해는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릅니다. 각종 재해를 대비해 ‘생존 가방’ 하나쯤은 준비해 두는 것이 현명합니다.

다행이 이번 지진으로 인한 대형 인명사고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더 큰 지진이 왔을 땐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지진 피해가 잦은 일본의 사례를 봤을 때, 강진이 오면 전기와 수도가 끊깁니다. 여름철이 아니라면 추위에 떨 수 있고, 어둠 속에서 공포는 더욱 극심해지겠지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물이 없으니 당장 생명의 위협이 찾아옵니다. 잘 곳도 마땅치 않죠. 무너진 집에서 생활할 순 없으니 갑작스럽게 노숙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어딘지 익숙합니다. 전기도 물도 잘 곳도 없는 상황, 아웃도어입니다. 그래서인지 구호물품으로 아웃도어 용품이 유용하게 쓰입니다. 재난현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텐트를 비롯해 침낭, 랜턴, 버너 등 모두 익숙한 캠핑용품입니다. 재난 시 필요한 물품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작고 유용한 용품을 추가해 생존 가방을 꾸리는 것이 좋습니다. 상하지 않는 비상식량, 정수용 알약, 라디오, 멀티툴, 구급약, 휴대용 정수기 등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필수품도 챙겨 넣습니다. 비상상황에서 재빨리 챙길 수 있도록 미리 배낭을 꾸려 가까운 곳에 보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어나지 않은 재난을 대비하는 일, 때론 유난스럽게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정작 재난이 닥쳤을 때 후회하지 않으려면 평소에 얼마나 준비하는지가 중요하겠죠.

가을이 왔습니다. 유난히 길고 무더웠던 여름이 가고 청명한 하늘과 선선한 바람이 반갑습니다. 아웃도어 활동의 최적기죠. 주말이면 산으로 들로 떠나는 사람들로 고속도로가 북적입니다. 그렇게 가을이 깊어갈수록 ‘언제 지진이 왔었나’ 기억에서 점차 희미해져 가겠죠. 저 역시 망각의 동물인 만큼 이 공포가 지나기 전에 생존가방을 꾸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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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ㅁㄴㅇㄹㅇ 2016-11-04 19:26:00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