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설레는 추억
여행, 설레는 추억
  • 정리 이지혜 기자
  • 승인 2016.10.3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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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인생 여행지

한 해가 어설프게나마 끝나가는 냄새가 난다. 바쁘게 보낸 나날들이 더 많을 텐데도, 허무함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이맘때면 지나는 한 해가 아쉬워 항공권을 뒤적거리는 게 비단 혼자만은 아닐 거다. 여행, 그보다 더 설레는 단어가 있을까? 그래서 모았다. <아웃도어> 에디터의 인생 여행지. 마감에 치이고 원고에 치인 월말, 항공권은 고사하고 지난 여행 추억팔이로 정신승리라도 야무지게 해보자.

OH, INDIA! MY INDIA!
중학생 때, 류시화 시인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을 읽고 인도를 동경하다 대학생이 되자마자 아르바이트로 떠났던 첫 배낭여행지, 인도. 더러움과 신성함이 동시에 공존하고, 부자와 거지가 한 프레임에 들어오던 한 달의 기억을 난 아직도 잊지 못해. 하루도 설레지 않은 날이 없었고, 하루도 잊은 적 없어. 20대에 가장 잘한 일을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그곳으로의 여행을 꼽겠어. 돌아오자마자 가방을 벗어 던지며 엄마에게 “나 또 인도 갈 거야!”라고 했다가 등짝 스매싱을 맞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30대의 나는 아직도 그곳에 다시 가지 못했어. 30대가 지나기 전에는 꼭 다시 갈 거야. 이번엔 바라나시에서 한 달을 내내 멍 때릴 거고, 자이살메르에선 비 오지 않는 사막의 밤을 추위로 오들오들 채울 거야. 다시 만나자, MY INDIA!
이지혜 에디터

친퀘테레 가는 길
친구들과 유럽 캠핑 여행을 떠난 적이 있어. 차까지 리스해서 캠핑 짐 가득 싣고 여기저기 돌아다녔지. 그날의 목적지는 친퀘테레였어. 지중해가 반짝이는 이탈리아 서북부 해안가 다섯 마을. 모두 기대에 부풀어 있었지. 그런데 가는 도중 나무가 넘어져 있고, 낙석도 심하더라고. 으잉?! 그리곤 도로 한쪽이 끊겨 있는 거야. 싱크홀같이 커다란 구멍이 나 있었고 절벽 아래 바다가 훤히 들여다보였어. 그런데 다들 정신이 나갔었나 봐. 그 길을 조심조심 계속 가는 거로 합의를 봤어. 지금 생각하면 미친 짓이었지. 반대방향에서 오는 차들은 우리를 교차하고는 다들 곧바로 뒤따라왔었거든. 다행히 친퀘테레 중 한 마을인 몬테로소에 무사히 도착했어. 우여곡절이 있어서 그런지 아기자기한 해안가 마을이 그렇게 예뻐 보이더라고. 스노클링도, 절벽 다이빙도, 맛난 음식도 너무나 기억에 남는 친퀘테레야.
오대진 에디터

지중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산토리니
대학생의 로망이라면 단연 유럽여행이지. 내 꿈도 별반 다르지 않았어.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겁도 없이 비행기 표부터 먼저 질렀지. 루트는 런던에서 시작해 서유럽을 시계방향으로 도는 코스였어. 갈등은 이때부터야. 정열의 나라 스페인에서 아웃 할 것인가, 아니면 한 장의 사진으로 꿈의 여행지가 된 산토리니에서 아웃 할 것인가. 고민 끝에 결국 그리스 산토리니로 결정했지. 벌써 15년이 흘렀지만, 꿈결 같은 여행의 기억은 여전히 강렬하게 남아있어. 특히 이아마을을 잊지 못해. 해가 지고 아직 어둠이 구석구석 장악하지 못한 그즈음에 그 곳은 정말 환상적이었지. 가만히 앉아서 저버린 해와 그 하늘과 아직은 붉고 푸른 바다를 보면서, 이제는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은근한 두려움과 여행의 끝을 알리는 그 일몰이 아름답고 두렵고 슬펐어. 오랜 세월이 지나버린 지금 오히려 그때가 더욱 사무치는 건 삶이라는 게 돌고 돌지만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아버렸기 때문은 아닐까.
김경선 편집장

여전히 두근두근, 나의 포르투
여행 계획을 짜면서 포르투갈을 넣을까 말까 엄청 고민했어. 아는 정보라고는 재간둥이 호날두의 나라라는 것뿐이었으니까. 그래도 머나먼 곳까지 간 김에 또 언제 가볼까 싶어서 결국 일정에 욱여넣었지.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 거기에 포르투까지. 리스본도 물론 좋았지만 내 맘에 쏙 들어온 건 항구도시 포르투였어. 파아란 하늘 아래 오렌지 빛깔로 물든 지붕, 유유히 흘러가는 도오루강, 에펠탑을 닮은 동 루이스 1세 다리.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아까운, 그런 기분이 들더라니까. 너무 맛있는 걸 고이고이 아껴먹고 싶은 맘처럼. 발 닿는 대로 무작정 걷다 골목을 헤매기도 하고, 따스한 햇볕을 쐬며 강변에서 낮잠을 푹 자기도 했어. 여행하면서 종종거리며 돌아다닐 줄만 알았지, 한가롭게 시간을 낭비한 적은 없었는데 그것도 나름 괜찮더라. 아! 포르투 야경도 정말 사랑해. 어둠이 깔린 밤 노랗게 불을 밝힌 가로등과 불빛이 어른거리던 강가, 결코 못 잊을 거야. 언제나 그리운 나의 포르투.
이주희 에디터

고스란히 자연을 담고 있는 섬, 쓰시마
빠듯한 일정이나 복잡한 여름휴가에 부담 없이 다녀오기 좋은 곳으론 일본이 제격이지.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많아 녹음이 짙푸르게 우거져 있는 쓰시마는 섬 자체가 국립공원인데, 원시림이 그대로 남아있는 산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야. 삼림욕을 즐기며 찬찬히 걷다 보면 온몸이 정화되는 기분이지. 세계보호동물인 ‘삵’이 가장 많이 살고 있다니, 얼마나 청정한지 느낌 팍팍 오지? 차를 타고 가는 내내 하늘로 쭉쭉 뻗은 나무들이 시원하게 숲을 이루고 있어 보기만 해도 자연의 싱그러움을 느낄 수 있어. <피아노의 숲> 만화가 절로 생각나더라고. 트레킹하기 좋은 코스들도 많고 물이 맑아 낚시나 스쿠버다이빙 하기도 좋아. 다음엔 자전거를 한 대 빌려서 섬을 한 바퀴 돌고 싶어. 캄캄한 밤에는 10분에 한 번씩 떨어지는 별똥별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소원을 빌었어. 그때 그 순간으로 순간이동 하고 싶다.
류정민 에디터

나를 찾아서. 씨엠립, 캄보디아
어 꾼 찌란! 캄보디아 말로 ‘감사합니다’란 뜻이야. 고작 일주일 남짓 다녀온 터라 다른 건 다 잊어버렸지만 이 말만은 선명하게 기억이 나네. 아마도 이곳에서 있었던 순간들이 내겐 너무 감사했기 때문인 것 같아. 씨엠립의 톤레삽 호수는 물 위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터전이야. 처음에는 다른 세상인 양 생경한 풍경에 충격을 받았는데, 더 놀라웠던 건 이들의 표정이었어. 열악하고 불편한 생활 속에서도 어쩜 그리 구김살 없이 환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지. 국민 소득이 연 500불에 불과한 이 나라의 행복지수가 왜 늘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지 알겠더라니까. 내가 감사했던 건 이들보다 더 편하게 있는 내 모습 때문이 아니라, 진짜 삶에서 중요한 게 뭔지 배울 수 있어서였어. 따뜻한 집에서 매일 같이 배불리 먹는 우리는 그들만큼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을까.
이슬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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