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교감하는 시간
말과 교감하는 시간
  • 류정민 기자|사진 양계탁 기자
  • 승인 2016.10.13 17: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승마

수능을 막 끝내고 갔던 제주도 졸업여행에서 처음 접해 본 승마는 상상 이상으로 짜릿했다. 짧은 시간 체험 승마를 했을 뿐인데, 살아있는 생명체와 함께 하고 있다는 설렘과 말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던 오름 위 세상을 잊지 못한다. 눈높이가 조금 달라졌을 뿐인데 세상이 달라보였고,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승마의 세계에 푹 빠져 제대로 배우고 싶어졌다.

말과 함께 하는 즐거움
승마는 기승자의 실력이 뛰어나고 체력적으로 월등해도 말과 하나가 되지 못하면 제 실력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살아있는 생명체와 함께 하는 활동이기에 정해진 교육 기간과 체계적인 교육 과정이 필요하다. 회사가 위치한 일산과 파주 쪽에도 승마장이 꽤 있지만, 멋진 외승코스를 갖춘 용인CC레저승마파크로 향했다. 수도권에서 1시간 내에 접근할 수 있는 위치와 깔끔하게 구비된 화장실과 탈의실이 마음에 쏙 들었다. 용인CC레저승마파크에 도착하자마자 마방을 구경했다. 각자의 이름표를 달고 휴식을 취하는 23마리의 말이 보였다.

말에 오르기 전, 복장부터 제대로 갖춰 입었다. 활동이 편한 승마전용 바지로 갈아입고, 고삐를 잡았을 때 미끄러지지 않도록 장갑도 착용했다. 낙마를 대비해 헬멧과 안전 조끼, 부츠를 신고 안장에 연결된 등자를 밟았다.

용인CC레저승마파크의 유일한 백마, 티캡과의 첫 만남.
쓰담쓰담 조심스레 만져 보는 중. 말은 큰 덩치와는 달리 겁이 많다.
안장에 연결된 등자에는 발을 살짝 넣는다. 체중은 뒤꿈치에 실을 것.

티캡과의 첫 만남
말은 살아있는 동물이기 때문에 상호 교감과 호흡이 중요하다. “말은 겁이 많아서 새가 날아가는 동작에도 놀라서 움찔해요. 기좌가 정확히 잡혀있지 않으면 말이 놀랄 때 낙마할 수 있죠.” 김진용 대표가 말과 승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말은 살아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말을 안 듣기도 하고 고집을 피우기도 한다. 말 저마다의 특성이 다르니 길들이기도 쉽지 않다. 훈련된 말들도 초보자가 오른 걸 눈치 채면 ‘말무시’를 하기 일쑤.

고삐를 쥐고 원형 승마장으로 들어서는 길. 인사도 나눠보고 말도 한 번 걸어본다.
말의 두 눈엔 우주가 담겼다.

용인CC레저승마파크에 딱 한 마리 있는, 하얗디하얀 백마 티캡을 만났다. 큰 덩치에 기가 눌려 놀라진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살짝 쓰다듬고 보드라운 코끝도 만져보았다.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와 다를 바 없이 느껴졌다. “말 눈 속엔 우주가 담겨 있어요.” 그러고 보니 맑고 깊은 두 눈동자에 온 세상 모든 게 담겨 있는 듯했다.

승마는 말에 오르는 기승법부터 시작된다. 고삐와 갈기를 움켜쥐고 왼발로 등자를 밟고 오른쪽 발을 들어 올려 말에 올라탄다. 이 때 말의 엉덩이에 오른쪽 발이 닿으면 놀랄 수 있으니 닿지 않도록 주의할 것. 두 발로 등자를 밟고 고삐를 잡는다.

고삐는 두 손으로 짧게 잡는다. 간격은 주먹 하나 정도가 적당하다.
양 허벅지에 힘을 꽉 주고 무릎 안쪽을 말에게 밀착시키는 기좌를 설명 중인 김진용 대표.
눈을 감고 양 팔을 뻗어 말이 걷는 느낌을 온몸으로 느껴보자.

시선은 앞을 보고 허리는 곧게 핀다. 무릎과 종아리는 안장 옆에 붙여 말의 배를 감싸 안는다. 땅을 딛고 서 있는 느낌으로 기좌자세를 유지하면서 등자는 가볍게 누르듯이 밟고 뒤꿈치를 살짝 내려 준다. 등자를 밟고 있는 발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면 말의 운동에너지를 기승자가 그대로 받아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기 어렵다. 고삐를 잡은 손은 주먹 하나가 들어갈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고 고삐를 흔들거나 가슴 위로 올라가지 않도록 주의한다.

방향전환 연습 중 초보 기승자를 대번에 알아차린 티캡에게 ‘말무시’를 당하고 있다.

말과 친해지는 방법
승마는 생각보다 힘들었다. 유유자적 오름을 한 바퀴 돌던 체험승마와는 하늘과 땅 차이. ‘대부분의 운동은 투자하는 시간만큼 실력이 는다고들 하는데 과연 승마도 그럴까?’ 싶을 정도로 말이 말을 듣지 않았다. 언제 낙마할지 모르니 고삐는 꼭 쥐고 기좌에 힘을 계속 실었다. 기좌(騎座) 란 말에 탔을 때 안장에 닿는 부위를 말한다. 허리를 펴고 안장 중앙에 깊숙이 앉아 양 허벅지에 힘을 꽉 주고 무릎 안쪽을 말에게 밀착시켰다. “아마 내일쯤 되면 다리 안쪽에 근육통이 생겨 걷기도 힘들 거예요”

23마리의 말과 함께 체계적으로 승마를 배울 수 있는 용인CC레저승마파크.

넓은 운동장에 나가기 전, 작은 원형 승마장에서 기본 기술을 배웠다. 말을 걷게 하기 위해선 두 발의 뒤꿈치로 말의 옆구리를 차며 “쯧쯧” 소리를 내면 된다. 멈출 땐 “워어. 워어.” 소리를 내며 양손의 고삐를 당기면 된다. 소리로 말에게 명령을 전하는 신호인 음성부조는 보조 부조에 속하는데, 부조(Aid)는 기승자와 말 사이에 이루어지는 하나의 약속이다. 기승자는 언제나 일관적으로 명확한 부조를 사용해야 한다. 가령 “쯧쯧” 출발하라는 소리를 내면서 멈출 때처럼 고삐를 꽉 잡으면 말은 헷갈릴 수밖에 없다. 음성부조 외에 박차부조, 채찍부조 등이 있지만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들이다. 채찍부조는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확실한 효과가 있으나 시기적절하게 사용하지 않는다면 말을 망칠 수 있기 때문. 기승자가 고개를 떨구거나 어깨를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중심은 바뀔 수 있고, 말은 반응한다. 올바르게 기좌자세를 갖추고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상태에서 고삐를 쥐는 것만으로도 말과 충분히 소통할 수 있다.

‘으이차’ 엉덩이에 발이 닿으면 놀랄까 조심스레 기승 중.
운동을 끝낸 티캡을 위해 샤워 서비스. 다친 데가 없나 확인도 하고 마사지로 근육도 풀어준다.

일반적인 말의 걸음속도는 ‘평보’라 한다. 속도를 더 내기 위해선 전진신호를 반복하면 된다. 신호를 반복할수록 말들은 속도를 높여간다. 말이 달리기 시작하자 자세가 무너지며 전해오는 반동에 몸이 둥실 떠오른다. 경속보는 기승자와 말에게 부담을 덜어주는 기승법이다. 2박자 걸음걸이인 속보에 맞춰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데 처음엔 발을 올려두는 등자에 힘이 실려 기좌가 자꾸 무너졌다. 엉덩이가 뒤로 빠지면서 고삐를 잡고 있던 손도 엉망진창 흐트러진다.

“기좌 무너지지 않게 배에 힘 꽉 주고 일어나세요.” 리드미컬하게 움직이지 않는 몸이 원망스러웠다. 방향전환도 쉽지 않았다. 있는 힘껏 고삐를 쥐고 방향을 바꾸려고 해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친구들 곁으로 가고 싶은 티캡도 반대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시계를 보니 금세 한 시간이 흘렀다. 쉬어야 될 타임을 대번에 알아차렸나보다. 16살 할머니 티캡에겐 힘든 운동이었을 터.

“승마가 끝나면 갈기도 빗어주고 마사지도 하면서 몸에 이상은 없나 상태를 살피는 것도 중요해요. 말도 사람이랑 같아서 운동 전후에 이렇게 몸을 풀어주면 참 좋아하죠.”

말발굽에 낀 흙과 모래는 바로바로 빼줄 것.
말 안 듣는 두 마리의 말을 데리고 가까운 용인CC캠핑장으로 나들이 가는 중.

나와 함께 한 시간 동안 뙤약볕에서 운동한 티캡의 다리 근육을 풀어주며 마사지를 해줬다. 말발굽에 낀 흙과 모래도 빼주고, 시원하게 샤워 시키면서 다친 데는 없나 확인하고 약도 발라주고. 잊지 말아야 할 한 가지! 고래도 춤추게 하는 칭찬이다. 말과 쉽게 친해지기 위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목덜미를 가볍게 두어 번 두들겨 주거나 뺨을 쓰다듬어 주고 각설탕이나 당근 등 간식거리를 건넨다면 더욱 좋겠지?

시간 날 때 마다 찾아가서 오늘 배운 경속보와 방향 전환을 연습하기로 했다. 말과 어느 정도 친해지고 힘들게 배웠던 경속보가 익숙해질 무렵 외승을 나갈수 있으리라. 숲 속에서 말과 함께 달리는 그 날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왕관 쓰고 머리도 예쁘게 딴 두 번째 친구 루시.
쉴 새 없이 신나게 풀을 뜯는 말들에게 잠시 고삐를 풀어 자유를 안겨주자.
용인CC레저승마파크
주소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황새울로 255 (석천리 747-1)
문의 031-332-9910, cchorse.smpon.kr
운영시간 오전8시~오후6시 (매주 월요일 휴무)
이용료 표 참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