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사이트
더위, 바위, 그리고 닭갈비
더위, 바위, 그리고 닭갈비
  • 윤대훈 객원기자|사진 양계탁 기자|협찬 마무트
  • 승인 2016.09.17 09: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춘천 드름산 ‘춘클리지’

7월 마지막 주 토요일, 본격적인 휴가 시즌의 시작이었고,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가 절정으로 치닫는 중이었다. 서울을 벗어나려는 자동차의 행렬은 길고 길었고, 이른 아침이었지만 폭염의 기세는 이들을 ‘어서 피하라’고 부추기듯, 혹은 ‘모두 녹여버리겠다’고 위협하듯 맹렬했다. 서울에서 춘천으로 이어지는 46번 국도에서 오전 시간을 다 보내는 동안 몇 차례 굵은 소나기가 쏟아졌고, 짙은 먹구름은 머리 위를 덮었다가 벗어났다가를 반복했다. 소나기에도 불구하고 기온은 한증막처럼 치솟았다.

오늘 우리의 등반 대상지인 ‘춘클리지’를 가기 위해서는 의암댐을 지나 신연교를 건너 좌회전해야 하는데 이곳은 피암터널 보수공사로 인해 도로가 전면 통제되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춘천시내로 우회하여 송원스포츠타운을 지나 대원사 앞 도로변에 주차하고 일행들과 합류했다. 꼬박 4시간이 넘게 걸린 긴 여정이었다.

▲ 춘클리지의 하이라이트인 네 번째 마디를 오르는 한미선 씨. 난이도 5.10b의 페이스 구간.

▲ “유빈아, 확보 좀 잘 봐줘!” 5.10b 난이도의 두 번째 피치를 선등하는 한미선 씨와 엄마를 확보하는 신유빈.
수도권에서 가장 인기 있는 리지코스

오늘 함께 등반할 일행은 트랑고타워, 피츠로이, 유럽 알프스 등지를 두루 섭렵하고 스포츠클라이밍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갖춘 클라이머 한미선 씨와 그의 열여섯 살 난 딸 신유빈 양. 이들 모녀를 태우고 꼬박 5시간을 달려 이곳에 도착한 한상섭 씨는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이렇게 더운 날을 잡았다고 한바탕 투덜댔다. 이미 정오를 지나 소나기구름을 벗어난 하늘은 기세등등한 햇볕을 내리쏟았고 기온은 정점으로 치달았다. 오전에 내린 소나기로 인해 대기는 마치 손을 뻗어 휘휘 내젓다가 주먹을 쥐면 물이 뚝뚝 흐를 것처럼 눅진한 습기로 가득한 채 무덥기 이를 데 없었다.

양계탁 사진기자는 “지난 달 북한산 ‘시인 신동엽길’ 등반 때는 건식 사우나였는데 오늘은 마치 습식 사우나에 온 것 같다”며 연신 땀을 훔쳤다.

공사로 인해 도로를 통제하는 차단시설을 건너 도로를 따라 춘클리지 입구까지 잠깐 걷는 동안 우리는 벌써부터 지쳐갔다. 유빈이는 금세 볼이 빨개졌고 앞 머리카락이 땀에 흠뻑 젖었다. 한미선 씨도 연신 땀으로 젖어 감기는 바지를 걷어 올렸다.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은 대부분 둥둥카페를 가거나 의암호반 위를 지나는 산책로인 스카이워크로 가는 이들이었다. 이렇게 덥고 게다가 오전에 비까지 내렸는데 등반하러 온 사람들이 또 있을까 싶었다. 그러나 약 200m를 걸어 막상 춘클리지 입구에 도착해서 보니 이미 리지 출발지점에는 일고여덟 명이 등반을 하거나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 춘클리지 출발지점. 한상섭, 한미선 씨가 로프를 정리하고 있고, 맨 왼쪽 신유빈은 부채질을 하고 있다.

▲ 세 번째 마디를 오르는 한미선 씨. 출발지점의 침니 구간을 벗어나면 홀드가 좋은 페이스 구간이 이어진다.
2008년 3월부터 그해 12월 말까지 춘천클라이머스에서 개척한 춘클리지는 총 일곱 마디의 초·중급자용 리지코스로, 수도권에서 1?2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와 등반 중 내려다보이는 의암호의 시원하고 수려한 풍광 덕분에 인기 있는 리지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등반을 마치고 닭갈비나 막국수로 하는 뒤풀이도 빼놓을 수 없는 인기의 요인이다. 주말에는 새벽에 등반을 시작하지 않으면 기다리다 등반을 포기해야 할 정도라고 한다. 우리는 이렇게 더운 날, 게다가 비까지 내렸는데 설마 등반하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하고 낙관했는데 사정은 그게 아니었다. 대부분 서울에서 찾아온 이들 역시 새벽부터 4시간 넘게 걸려 이곳을 찾은 것이었다.

이들이 첫 마디를 다 오르기를 기다리며 우리는 안전벨트를 차고 헬멧을 쓰며 등반을 준비했다. 누린내를 뿜어내는 누리장나무 몇 그루가 리지 출발지점에 있기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출발하고 싶었지만 별 수 없었다.

의암호의 시원한 풍광이 일품
약 30m 거리에 이르는 첫마디는 다섯 개의 볼트가 설치되어 있는 5.9급의 페이스 구간으로, 손을 뻗는 곳마다 손감이 좋은 홀드가 있어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었다. 중학교 3학년생인 유빈이도 그저 더위에 볼이 빨개졌을 뿐 숨소리 하나 거칠어지지 않고 여유 있게 올랐다. 첫 마디를 오르면서부터 뒤로 의암호의 시원한 풍광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이제 하늘은 완전히 비구름에서 벗어나 푸르기 그지없었는데 그것은 등반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고, 장애가 되기도 했다. 젖어 미끄러운 바위를 오르지 않아도 됐지만 대신 내리쬐는 폭양을 견뎌야 했다.

▲ 피암터널 공사로 인해 신연교를 건너 접근하는 도로는 통제되고 있다. 대원사 입구에서 춘클리지 입구를 향해 걸어가는 일행들. 오전에 내린 비로 도로가 흠뻑 젖었다.

가차 없는 햇볕이 쏟아졌고, 사방에서는 악머구리 들끓듯 매미와 쓰르라미 울음소리가 숲을 가득 채웠다.
두 번째 마디는 5.10c 정도의 짧은 페이스 구간이었다. 한미선 씨가 손가락 한마디가 겨우 걸리는 작은 홀드를 그러쥐며 확보를 보는 유빈이에게 ‘확보 좀 잘 봐 달라’고 부탁했다. 세 번째 마디는 5.10a로 난이도가 표시되어 있지만 그보다 훨씬 더 쉽게 오를 수 있었다. 세 번째 마디 정상에서는 8m 정도의 오버행 하강을 해야 했다. 하강 지점에는 ‘ㄷ’자 형 철근 발디딤이 설치되어 있었다.

▲ 네 번째 마디 출발지점에서의 한미선 씨.

세 번째 마디를 우리가 오를 때 본격적인 정체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단출한 우리 팀에 비해 앞서 가는 팀은 예닐곱 명에 달했고, 그중에는 초보자들도 더러 있어 등반 시간이 오래 걸렸다.

네 번째 마디에는 이미 앞 팀이 등반 중이었고, 우리는 간식과 물을 마시며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여전히 대기는 미동도 없이 후끈한 열기로 가득했다. 간혹 까마귀 한 마리가 바위 위에 앉아 우리를 내려다보곤 했다.

▲ 세 번째 마디 등반을 마친 후에는 8m 오버행 하강을 하거나, 왼쪽으로 다운 클라이밍을 해야 한다. 이곳에는 제법 넓은 공터가 있어 쉬어가기 좋다.
▲ 네 번째 마디를 등반하는 한상섭 씨. 난이도 5.10b의 페이스로 숨어있는 홀드를 찾아 아찔한 고도감을 극복해야 하는 구간이다.

춘클리지의 하이라이트 구간인 네 번째 마디는 두개의 루트가 나 있다. 설악산 적벽의 축소판 같은 왼쪽 오버행 코스는 5.11b의 30m 구간. 오른쪽으로는 5.10b급의 35m 페이스 구간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루트로 오른다. 앞서 가던 등반 팀은 이곳을 오르는 이와 못 오르는 이로 나뉘었다. 세 번째 볼트를 지나는 지점에서 왼쪽 사이드 클링 홀드를 잡고 일어서는 것이 초보자에겐 관건이었다. 또한 발아래 바로 의암호가 짙푸르게 드리워서 더욱 아찔한 고도감을 극복해야 하는 구간이기도 했다. 이곳을 통과한 이들은 계속 위를 향해 올랐고, 나머지는 오른쪽 탈출로를 통해 출발지점으로 하산했다.

우리는 한참을 기다려 두 팀으로 나누어 이곳을 올랐다. 한미선 씨 모녀는 익숙한 듯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물 흐르듯 등반을 마무리했다. 두 사람을 이은 연두색 로프는 유연했다. 그것은 꼭 두 모녀의 능숙한 등반 능력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었다.

▲ 네 번째 마디 종료지점에 모인 일행들. 춘클리지는 등반 내내 의암호의 시원한 조망이 펼쳐진다.

등반보다 닭갈비

우리는 네 번째 마디 종료 지점 확보용 체인에 매달려 한참동안 뒤를 돌아보았다. 슬며시 기울기 시작한 햇살은 의암호의 물결을 옅은 회색빛으로 물들였고, 그 물살을 가르는 모터보트와 웨이크 보더의 궤적이 다시 호반을 수놓았다. 의암호를 끼고 북쪽 화천방향으로 이어지는 지방도에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모터사이클 라이더들이 줄지어 지나갔다.

물 위를 질주하는 웨이크 보더, 풍광 속으로 맨 몸으로 부딪혀 달려가는 모터사이클 라이더, 그리고 산과 바위를 오르며 숲으로 젖어드는 클라이머들…. 아아, 오직 한 여름 춘클리지 암봉 위에서만 보고 느낄 수 있는 풍광과 감상이었다.

▲ 등반 중 내려다 본 의암호반에서의 웨이크 보더.

붕어섬에는 집광판이 붕어 비늘처럼 번뜩였고, 의암호에는 회색빛으로 물든 잔물결이 수없이 부서졌다.
나머지 5, 6, 7 마디의 등반은 결국 포기했다. 하루 종일 습식 사우나에서 땀을 흘린 것, 너무 늦게 등반을 시작해서 정상에서 내려올 때는 어두워진다는 것, 나머지 구간의 난이도가 낮아 등반의 재미가 별로 없다는 것, 정상에서도 이곳에서 보는 풍광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것 등을 핑계로 내밀었다. 그러나 모두가 동의한 가장 큰 이유는 얼른 내려가 닭갈비를 먹으러 가자는 것이었다.

▲ 세 번째 마디를 오르는 신유빈. 뒤로 보이는 산은 삼악산. 뜨거운 여름 해가 작열하고 있다.

INFORMATION / 춘천 드름산 춘클리지(초·중급)

들머리
경춘국도(46번)를 따라 의암댐을 지난 후 신연교를 지나 좌회전하여 바로 나타나는 휴게소 공터에 주차하거나 조금 더 진입하여 의암암장 입구 공터에 주차하면 된다. 현재 의암피암터널 공사로 인해 2016년 9월 30일 까지 신연교에서 대원사 구간이 전면 통제되고 있다.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을 거쳐 대원사 입구에 주차하고 춘클리지 입구까지 걸어가면 된다. 춘천시에서 설치한 리지 입구 안내판이 있다.

피치별 등반 안내
1피치 : 30m, 5.9급, 퀵드로 5개
2피치 : 30m, 5.10c, 퀵드로 5개, 우회 가능
3피치 : 25m, 5.10a, 퀵드로 5개, 8m 하강, 우회 가능
4피치 : ① 30m, 5.11b, 퀵드로 11개, 우회 가능
② 35m, 5.10b, 퀵드로 7개
5피치 : 30m, 5.9급, 퀵드로 4개
6피치 : 30m, 5.9급, 퀵드로 5개
7피치 : 30m, 5.10a, 퀵드로 6개

등반시간
3인 1조의 경우 등반에만 약 4시간

등반장비
60m 로프 2동, 퀵드로 12개

하산코스
각 피치 종료지점에서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우회로가 있다. 등반을 마치고 정상에 오른 후 의암암장 방면으로 등산로를 따라 하산하면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