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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꿈’…몽상가들의 파라다이스, 포지타노한 템포 쉬어가고 싶을 때…포지타노 사용 설명서
  • 글 사진 이주희 기자
  • 승인 2016.08.06 12:34
  • 호수 135
  • 댓글 0

하얗게 빛나는 햇살 아래 코발트 빛깔의 바다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바다와 맞닿은 곳에는 깎아지른 절벽 위 알록달록 파스텔 톤의 집들이 옹기종기 붙어 있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지중해의 보석’이란 말이 결코 아깝지 않다. 이탈리아 남부 캄파니아주의 해안 마을 포지타노Positano 이야기다.

▲ 이탈리아 남부의 해안 마을 포지타노.

다시 만나 반가워, 포지타노!
그 아름답다는 아말피 해안 마을 중에서도 가장 눈부신 절경으로 손꼽히는 곳이 포지타노다. 언젠가 꼭 가보리라, 버킷 리스트 첫 장에 적어둔 곳. 5년 전 떠난 유럽 여행에서 드디어 소원을 풀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주어진 시간은 하루가 채 되지 않았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떼어내느라 얼마나 서글펐던지. 짧은 만남이 무척이나 아쉬워 다시 찾았다. 5일이라는 넉넉한 시간과 함께.

이전에는 나폴리와 폼페이를 거쳐 버스를 타고 들어갔는데, 이번에는 살레르노에서 페리를 타고 입성했다. 오랜만에 재회한 포지타노는 더도 덜도 아니고 그 모습 그대로였다. 파아란 빛을 품은 그란데 해변도, 바닷가 바로 앞 두오모도, 활기가 넘치는 물리니 광장도, 거리의 밝은 표정도, 달큰한 공기의 질감마저도. 반가웠다. 그리고 여전한 모습이라 고마웠다.

코발트 빛깔의 바다와 절벽 마을이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 바닷가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 자리한 두오모.

포지타노는 넉넉잡아 하루면 전체를 다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마을이다. 마을의 중심은 시타버스 정류장과 시내버스 정류장이 있는 물리니 광장. 식당과 카페, 상점들이 모여 있어 많은 이들이 오가는 곳이다. 물리니 광장에서 물리니 거리를 따라 쭉 내려오면 두오모 앞 광장과 계단을 지나 해변에 이른다. 검은 빛이 도는 모래사장이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그란데 스피아자는 아말피 해안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해수욕장이다. 동쪽에는 그란데 해변과 사뭇 다른 분위기를 지닌 포르닐로 해변이 위치해 있다. 호젓하게 바닷가 산책을 즐기고 싶다면 포르닐로 해변이 제격이다.

▲ 기분 좋은 활기가 넘치는 물리니 거리.

▲ 물리니 광장에 위치한 식료품점. 여기서 사먹은 오렌지 맛이 꿀맛.

▲ 낮잠을 즐기는 고양이.
페리를 타고 마주한 포지타노 전경.
TIP 하나.
여행자가 포지타노에 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나폴리에서 사철을 타고 소렌토에서 내려 시타SITA 버스로 갈아타는 방법, 또 하나는 살레르노에서 페리를 타고 가는 방법. 전자는 약 2시간, 후자는 1시간 10분이 걸린다. 숙소와 동선을 고려해 이동 방법을 결정하는 게 좋다.

폼페이에 들를 생각이라면 전자를 택하도록 하고,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그림 같은 풍경을 눈에 담고 싶다면 페리를 타볼 것을 추천한다. 차를 렌트하는 방법도 있다. 해안 도로를 달려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터. 다만 길이 심하게 구불구불하니 운전이 미숙하다면 렌트는 자제하도록.

TIP 둘.
페리를 타고 선착장에서 내리면 ‘숙소를 어떻게 찾아가야 하나’ 막막해진다. 골목이 미로 같아 지도를 보더라도 찾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땐 관광안내소로 향하자. 자세한 안내와 더불어 지도, 시타버스·페리 운항 시각표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마을 주민에게 도움을 청해도 친절하게 알려준다.

숙소는 어딘지 알겠는데 짐을 들고 갈 일이 또 걱정이다. 길이 가파르고 계단이 많아서 캐리어를 끌고 들고 가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니다. 숙소를 마을 위쪽에 잡았다면 포터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상책. 10유로를 지불하면 숙소까지 짐을 옮겨다준다.

발길 닿는 대로, 마음 가는 곳에
이곳을 여행하는 정해진 루트는 없다. 지도도 필요치 않다. 길을 잃어도 괜찮다. 나만의 박자에 맞춰 발길 닿는 대로, 마음 가는 곳에 머무르면 그뿐. 쫓기듯 숨 가쁘게 달리던 서울의 삶은 여기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흘려보내도 불안해 할 이유 따윈 없는 것이다.

가파른 절벽을 따라 좁다란 골목과 수많은 계단이 이어진 길을 사부작사부작 걸어본다. 골목과 골목 사이 아기자기한 상점들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로컬 예술가들이 만든 화려한 도자기 공예품들, 은은한 무채색이 멋스러운 린넨 옷들, 레몬 기념품, 근사한 분위기의 노천 카페와 레스토랑 등 구경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 독특한 디스플레이가 눈길을 끄는 옷가게.

▲ 정해진 목적지 없이 발길 닿는 대로 걷는 중.
▲ 빨간색 꽃이 벽을 휘감아 로맨틱한 분위기를 풍기는 거리 풍경.

구불구불 골목길을 하염없이 올라가면 마을 꼭대기에 다다른다. 발아래 펼쳐진 비경에 숨이 턱 막히는 것만 같다. 한낮의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지중해의 푸른 빛은 벅찬 황홀감을 안겨준다. 한 폭의 그림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사진으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어 카메라는 내려놓고, 눈에 가슴에 온전히 담기 위해 오래도록 바라본다. 헤밍웨이, 존 스타인벡 등 유수의 예술가들이 그토록 사랑한 이유를 알고도 남겠다.

▲ 마을 위쪽으로 오르다보면 마주하게 되는 풍광.
▲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

포지타노의 마법 같은 매력
포지타노는 쨍한 여름에 더욱 빛을 발하는 여행지다. 투명한 지중해가 드넓게 펼쳐져 있어 여름이면 수영과 일광욕을 즐기는 여행자들로 북적거린다. 패들보드에 올라 파도를 타거나 보트에 몸을 싣고 바다를 유유히 누비는 것도 포지타노의 매력을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는 방법이다. 수영복을 미처 챙기지 못했다면 일광욕이라도 해보자. 검은 빛 해변에 누워 지중해의 뜨거운 태양을 흠뻑 머금는 경험은 결코 잊을 수 없는 보물 같은 기억을 선물한다.

▲ 일광욕을 즐기는 여행자들.
▲ 뜨거운 태양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이는 지중해.

수영복을 안 챙겨서 바다에 발만 담근 것이 못내 서운했는데, 바다를 바라보며 시원한 레몬 맥주를 한잔 들이켜니 서운함이 말끔히 씻겨간다. 입안을 감도는 상큼한 레몬향이 활력을 불어넣어주기에 충분하다. 레몬 셔벗도 꼭 맛봐야 한다. 물리니 광장에서 푸근한 인상의 할아버지가 단돈 2유로에 레몬 셔벗을 판다. 나른할 때 마시면 시원한 신맛이 확 퍼지면서 멍했던 머리가 개운해지고 갈증도 싹 가신다.

레몬으로 유명한 포지타노에는 레몬 맥주와 셔벗 외에도 이와 관련된 먹거리, 제품들이 많다. 레몬 사탕부터 리몬첼로, 레몬 비누, 레몬 로션, 레몬 방향제, 레몬 모양의 접시와 그릇까지 다양하다. 레몬향을 품은 비누는 기념품으로 사기에 딱이다. 서울에서는 살 수 없고 언제 또 여기 올까, 싶은 생각에 합리화를 하며 비누 한 아름을 담았다. 레몬이 예쁘게 그려진 앞치마도, 레몬으로 만든 리몬첼로 한 병도. 리몬첼로는 보기와 달리 도수가 높다. 30도 정도의 도수라 달달하다고 홀짝홀짝 마시다가는 ‘훅’ 갈지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

▲ 포지타노의 중심 물라니 광장. 레몬 셔벗을 파는 할아버지도 보인다.
▲ 레몬 비누, 레몬 로션, 레몬향 방향제 등 레몬과 관련된 각종 기념품을 파는 상점.
▲ “포지타노 기념품은 다 모아놨소.” 이곳에서 마그네틱과 앞치마를 샀더랬다.
▲ 레몬이 그려진 접시와 그릇, 그림 등을 파는 곳이 많다. 하나 집어들었다가 꽤 비싼 금액을 듣고 살며시 내려놓았다.

이리저리 마을 사이를 오가다 보니 어느덧 ‘개와 늑대의 시간’이 찾아왔다. 붉은 태양빛이 아직 고여 있는 가운데 저녁 어스름이 깔리는 이 시간, 포지타노는 낮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바뀐다. 집집마다 불을 밝히고 주황색 가로등이 켜지면서 한껏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해질 무렵 해변에 자리한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즐기며 ‘개와 늑대의 시간’을 찬찬히 음미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 모래사장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
▲ 꽃과 불빛이 얽혀 낭만적인 분위기를 한껏 더한다.

▲ 저녁 어스름이 깔리자 집집마다 불을 밝힌다.

▲ 낮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포지타노의 밤.

▲ 포지타노에서 머무는 시간은 어느 순간도 놓치기 아깝다.
TIP 셋.
시간 여유가 부족한 여행자들은 당일치기로 남부투어를 이용해 폼페이부터 포지타노까지 둘러본다. 물론 이것도 방법이지만 발자국만 찍고 돌아서기엔 어쩐지 아쉽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포지타노에서 하룻밤 이상 머무르길 권한다. 포지타노에선 아침과 낮, 그리고 밤까지 어느 순간도 놓치기 아깝다. 이곳에 갈 때는 편한 차림으로 가자. 길이 가파르고 골목이 많아 오래 걸어도 무리가 없는 편안한 운동화는 필수.

한 번쯤은, 포지타노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고 했던가. 포지타노에 머무는 동안 시계를 본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햇살이 얼굴을 비추면 느릿느릿 일어나고, 배고프면 지나던 식당에서 파스타를 먹고, 갈증이 나면 레몬 셔벗이나 초코맛 아이스크림을 핥았다. 떠나온 집이며 회사 생각은 1도 안 났다. 당연하지 않은가. 이토록 눈부신 곳에서 잡다한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는 게 말이다. 보고 있어도 자꾸만 더 보고 싶었다. 거기 머물고 있는데도 그 시간이 몹시 그리웠다. 한여름 밤에 꾸는 달콤한 꿈처럼 절대 깨고 싶지 않은 느낌. 순간순간을 박제해서 고스란히 간직하고 싶은 맘이었다.

포지타노에서의 시간은 토요일과 일요일의 연속 같았다. 주말이 그렇듯 순식간에 무심히도 흘러갔다. 현실로 돌아온 지금, 그곳이 그립고 또 그립다. 레몬 비누와 포지타노 풍경이 그려진 마그네틱으로 추억을 소환해보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짧지만 황홀했던 여행은 후유증이 꽤 오래 갈 모양이다. 언젠가 그 후유증이 나을 때쯤에는 또 다시 갈 수 있을까. 그땐 좀더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싶다. “안녕! 포지타노”

▲ 바나나와 토마토, 복숭아가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 숙소 테라스에서 바라본 풍경. 아침에 눈 떴는데 이 경치가 눈앞에 있다고 상상해보라.

▲ 브루노에서의 점심 식사.
TIP 넷.
물리니 광장에서 해변으로 내려가는 길에 있는 식당, 브루노. 야외 테이블에 앉으면 포지타노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전망이 끝내준다. 아름다운 풍광을 보며 식사를 할 수 있어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다.

특히 토마토 소스 해산물 파스타 ‘스키알라텔리 아이 프루티 디 마레’가 권할 만하다. 어떤 메뉴를 시키더라도 후회하진 않을 것. 만족스러운 식사에 이틀 연속 간 건 비밀.


해수욕을 즐기기에 그만인 아말피의 마리나 그란데.
TIP 다섯.
포지타노에 여러 날 머무른다면 인근 마을 관광에 나서보자. 페리를 타고 50분을 가면 도착하는 카프리Capri는 ‘푸른 동굴’로 유명한 곳이다. 맑은 바닷물이 햇빛에 반사되어 다채로운 빛깔로 변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신비롭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비경이지만 제대로 감상하려면 어느 정도의 금전적 부담은 감수해야 한다.

시타버스를 타고 약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아말피Amalfi는 3~4시간이면 여유롭게 마을 전체를 돌아볼 수 있다. 경치가 아름답고 물이 깨끗해서 해수욕을 즐기기에도 그만. 독특한 양식의 두오모도 들러볼 것. 레몬 속에 담아주는 아이스크림과 셔벗은 꼭 한번 먹어보길.

‘음악의 도시’ 라벨로Ravello도 지나치기엔 아쉽다. 아말피에서 버스로 25분 거리에 있는 이곳은 마을 전체가 예쁜 정원처럼 꾸며진 모습이다. 매년 7~10월에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음악 축제가 열린다.

글 사진 이주희 기자  jhlee@outdo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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