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여름 나의 맨발을 부탁해
기나긴 여름 나의 맨발을 부탁해
  • 이주희 기자|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6.07.20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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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샌들 3대장, 차코·루나·리자드 전격 비교

뜨거운 햇살 아래 후끈 달아오른 공기가 온몸을 휘감는다. 무더위 탓에 조금만 걸어도 발에 열이 나고 금세 땀이 찬다. 여름에는 발이 시원해야 온몸이 시원한 법. 앞뒤가 꽉 막힌 운동화는 저만치 밀어두고 탁 트인 샌들에 자연스레 눈길이 간다. 신발장에 샌들이야 여럿 있지만, 어째서 신을 만한 건 없을까. 지난해에는 뭘 신고 다녔는지 미스터리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샌들을 하나 장만해야겠다. 아무거나 고를 순 없다. 투박하고 못생김 묻은 아저씨 샌들은 사절이다. 후보를 추렸다. 아웃도어 샌들 브랜드 3대장으로 꼽히는 차코와 루나, 리자드. 공통분모는 물놀이에 적합하다는 것, 그리고 보기에 예쁘다는 것. 맘에 쏙 드는 궁극의 샌들, 함께 찾아볼까.

이토록 편안한 샌들이라니!…<차코> Z클라우드 2
아웃도어를 즐기는 지인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극찬한 브랜드가 있으니, 미국 브랜드 차코Chaco다. 한번 신어본 사람은 계속 신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정 마니아층도 상당하다. 이렇게 큰 인기를 얻는 비결이 뭘까. 이번 기회에 파헤쳐 봐야겠다. “제가 한번 신어보겠습니다.”

기자가 고른 차코 제품은 올해 신상인 Z클라우드 2. 색상은 산티아고 아쿠아. 보기만 해도 더위가 달아나는 듯 시원하고 산뜻하다. 지그재그 패턴을 더해 디자인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디자인은 썩 맘에 든다. 다음, 신어봐야지. 차코 샌들을 처음 신을 때는 스트랩을 발에 꼭 맞게 조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한번 발에 맞게 맞춰놓으면 이후부터는 간편하다. 엄지 발가락을 끼우고 뒤쪽 스트랩을 걸고 버클 스트랩을 당겨주기만 하면 끝. 웨빙 스트랩이 발등을 전체적으로 감싸줘 피팅감을 느낄 수 있다.

Z클라우드 2를 신고 다니면서 가장 많이 한 생각은 ‘정말 편하다!’. 보통 새 신발은 처음 신으면 발이 적응하는 시기가 필요한데 요 샌들은 예외다. 신자마자 편하더니 계속 신어봐도 ‘쭈욱’ 편하다. 이제껏 신어본 샌들 가운데 단연 으뜸이다. 뭐 때문에 이리도 편한고 하니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러브 시트 플랫폼 덕이다. 발의 아치 부분을 편안하게 지탱해주는 구조에 두툼한 힐컵이 뒤꿈치를 푹신하게 받쳐준다. 폴리우레탄으로 만든 튼튼한 미드솔을 사용해 오래 걸어도 발이 편안하다. 말이 과장 같다고? 미국 족부의학협회(APMA)로부터 그 기능성을 인증받았으니 믿어보길. 그래도 믿을 수 없다면 직접 신어보고 판단하면 될 일이다.

신어보고 놀란 또 하나. 접지력이다. 이끼 무성한 바위며 미끄러운 타일 바닥에서도 전혀 미끄러짐 없이 안정적으로 착지가 가능하다. 여기엔 차코만의 기술력이 녹아있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차코 그립을 적용해 어떤 환경에서도 놀랄 만한 접지력을 발휘한다. 젖은 노면에서 비브람보다 40% 향상된 접지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니 말 다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지만 차코는 다르다. 소문난 만큼 맛있다. 이토록 이쁜데 이토록 편안한 샌들이라니, 반할 수밖에.

색상 여성용: 산티아고 아쿠아, 블랙 남성용: 소노란 포레스트, 래틀 위드 슬레이트
사이즈 여성용: 220~250 남성용: 260~280
소재 폴리에스터, 고무
무게 305g
바닥창 차코 그립
소비자가격 12만9,000원
쎄로또레

멋스러운 여름 패션의 완성…<루나 샌들> 고르도
가볍고 맨발인 듯 편안한, 그러면서 아무 옷에나 척척 어울리는 샌들이 없을까. 기자의 레이더에 걸린 녀석은 루나 샌들LUNA SANDALS의 고르도. 외모부터 차근차근 살펴보자. 납작한 창에 스트랩이 달려있는 구조로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다. 언뜻 쪼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까만색 바탕에 노란색 로고, 파란색 스티치가 과하지 않게 포인트를 준다. 매우 심플한 디자인인데, 그래서 더 스타일리쉬한 느낌이다. 아웃도어 복장은 당연하고 원피스 차림에도 은근 잘 어울린다.

고르도를 처음 신을 땐 스트랩을 발에 맞게 조절해줘야 한다. 발등과 뒤꿈치에 맞게 적절히 조이고 풀어줘야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다. 신고 벗기는 다소 번거로운 감이 있다. 엄지 발가락을 넣고 뒤꿈치에 스트랩을 끼운 후 발목 스트랩의 벨크로를 붙여줘야 한다. 모양이 딱 잡혀있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손이 더 간다. 발목 스트랩을 사용하지 않아도 쉽사리 벗겨지진 않는다. 잠깐씩 신을 적에는 안하고 신어도 괜찮겠다. 오래 걷거나 격한 활동을 할 경우엔 발목을 감싸주는 것이 더 안정적이다.

고르도의 강점은 맨발인 것처럼 자유로운 움직임이 가능하다는 것. 무게가 181g으로 걸음이 날아갈 듯 가볍고, 스트랩이 발에 닿는 면적을 최소화해 발을 옥죄는 느낌도 거의 없다. 15mm 두께의 비브람 아웃솔을 장착해 유연하고 바닥과의 밀착감이 뛰어나다. 오버 조금 보태서 맨발로 다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MGT 바닥창은 지그재그 모양으로 홈이 파여있어 미끄럼을 막아준다.

루나 샌들은 모두 미국 시애틀에서 수작업으로 제작한다. 그래선지 가격이 좀 나간다. 17만원, 10만원 후반대의 가격은 어째 비싸게 느껴진다. 하지만 거친 지형에서 달리기를 해도 거뜬하다니 튼튼한 값을 하는 거겠지.

색상 블랙
사이즈 230~290
소재 고무, 나일론, 가죽
무게 181g
바닥창 비브람 네오프렌
소비자가격 17만 원
카라반캠프

범상치 않은 포스란 이런 것…<리자드> 헥스 H2O
리자드LIZARD의 헥스 H2O는 일단 독특한 생김새가 시선을 강탈한다. 뱀 비늘 무늬의 웨빙 스트랩, 두 개의 끈이 웨빙 스트랩을 하나로 이어주는 레이싱 구조. 전에 본 적 없는 이채로운 디자인이다. 색은 어떻고? 실제로 보니 더 쨍하고 발랄하다. 범상치 않은 포스를 풍긴달까.

겉모습은 살펴봤으니 신어보자. 부푼 기대를 안고 신었는데 예상치 못한 변수다. 발볼이 꽉 낀다. 기자의 발볼 치수는 9.5cm. 기자가 신은 헥스 H2O, 240 사이즈의 발볼 너비는 9cm 안팎이다. 발볼이 좁고 날렵한 ‘칼발’이 신어야겠다. 웨빙 스트랩을 잇는 끈과 그 끝에 달린 코드, 뒤축에 있는 벨크로 스트랩을 이용해 발 형태에 맞게 피팅감을 조절할 수 있다. 또 엄지 발가락을 끼우는 형태로 신거나, 다섯 발가락 모두 자유로운 형태로 신거나 원하는 대로 선택이 가능하다.

꼼꼼히 뜯어볼수록 만드는 데 정성이 많이 들어간 게 보인다. 역시 이태리 장인이 만들어서 뭐가 달라도 다른 걸까. ‘웰메이드 인 이태리’라는 걸 알 수 있는 부분은 곳곳에서 눈에 띈다. 아웃솔에는 유연하고 가벼운 비브람을 적용해 접지력 좋은 거야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도마뱀의 발바닥에 돋아있는 돌기처럼 바닥 모양이 만들어져 바위나 땅에 ‘착’ 달라붙는 듯 우수한 접지력을 보여준다. 래프팅, 웨이크보드 등 수상레저는 물론 가벼운 하이킹에도 딱이다.

천연 스웨이드 가죽으로 만든 풋베드 덕분에 맨발에 닿는 촉감이 부드럽고 항균 처리를 더해 냄새의 원인이 되는 박테리아의 번식을 막아준다. 또한 발바닥 구조가 낮게 설계되어 격렬한 움직임에도 발목이 비틀어지지 않도록 안정감 있게 잡아주며, 깊게 파인 힐컵이 뒤꿈치를 움직임 없이 고정시켜줘 울퉁불퉁한 지형에서도 무리가 없다. 다만 스웨이드 재질의 풋베드가 물에 젖은 후 보송하게 마르기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색상 남녀공용: 스킨 오렌지, 스킨 그린
사이즈 230(36)~280(43)
소재 나일론, 고무
무게 295g (41 사이즈)
바닥창 경량비브람
소비자가격 12만9,000원
넬슨스포츠

<차코> Z클라우드 2

▲ 시원한 아쿠아 색상에 지그재그 패턴이 생동감을 불어넣어준다.

▲ 발의 아치 부분을 편안하게 지탱해주는 구조에 두툼한 힐컵이 뒤꿈치를 푹신하게 받쳐준다.
▲ 뒤축. 발바닥 모양이 굴곡을 이루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버클 스트랩. 당기거나 풀어주면 발목에 맞게 조절이 가능하다.
▲ 차코의 기술력을 엿볼 수 있는 바닥창. 젖은 노면에서도 놀랄 만한 접지력을 발휘한다.

<루나 샌들> 고르도
▲ 올블랙에 노란색 로고, 파란색 스티치가 세련된 느낌이다.

▲ 15mm 두께의 비브람 아웃솔을 장착해 유연하면서 바닥과의 밀착감도 뛰어나다.
▲ 플랫한 형태라 뒤축도 동일한 두께다.

▲ 스트랩을 발에 꼭 맞게 조절하고 신어야만 편안한 착화감을 느낄 수 있다.
▲ 지그재그 모양으로 홈이 파여있어 미끄럼을 막아주는 바닥창.

<리자드> 헥스 H2O
▲ 뱀 비늘 무늬의 웨빙 스트랩, 두 개의 끈이 웨빙 스트랩을 하나로 이어주는 레이싱 구조가 독특하다.

▲ 발 모양에 맞도록 바닥창 두께가 다르게 제작됐다. 옆축에 ‘MADE IN ITALY’가 각인돼 있다.
▲ 뒤축 두께는 25mm. 뒤꿈치 닿는 부분이 오목하게 파여있어 발을 안정적으로 지지해준다.

▲ 끈 끝에 달린 코드를 풀었다 조였다 하면서 신고 벗으면 된다.
▲ 비브람 아웃솔을 장착한 바닥창. 모양이 꼭 도마뱀 발바닥 같아 어디든 ‘착’ 달라붙는 듯 우수한 접지력을 보여준다.

브랜드 차코 루나 리자드
모델명 Z클라우드 2 고르도 헥스 H2O
가격 12만9,000원 17만 원 12만9,000원
제조국 중국 미국 이탈리아
무게 305g 181g 295g
소재 폴리에스터, 고무 고무, 나일론, 가죽 나일론, 고무
아웃솔  차코 그립 비브람 경량 비브람

신발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신었을 때 편안한가, 하는 점이다. 착화감의 ‘갑 오브 갑’은 차코. 차코는 세 가지 제품 가운데 뒤축의 두께가 35mm로 가장 두툼하다. 발가락이 닿는 부분이 가장 얄팍한데 12mm 정도다. 발 모양을 고려해 두께를 달리한 인체공학적인 설계가 빛을 발한다. 발에 착 감기는 피팅감은 루나가 가장 좋았다. 웨빙 스트랩 굵기는 가장 얇지만 발등과 뒤꿈치, 발목까지 빈틈없이 잡아주는 느낌이다. 바닥과의 밀착감까지 더해져 삼위일체를 이룬다. 무게는 차코가 가장 무겁고 리자드, 루나 순으로 가볍다. 두께 차이가 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여름 샌들은 물에 강해야 한다. 강이나 바다, 계곡 가서 물놀이를 즐기고 폭우가 쏟아지는 장마철에도 당당하게 걸을 수 있으려면 말이다. 우선 접지력을 비교해 보자. 테스트를 위해 계곡 바위를 밟으며 이리저리 오가고, 미끄러운 타일 바닥도 걸어보고, 산비탈도 올라봤다. 결과는 리자드 승. 비브람인데다 바닥 모양은 빨판을 쏙 빼닮아 미끄럼 없이 발군의 접지력을 보여준다. 다음은 물에 젖어도 빨리 마르는지 봐야겠다. 속건성은 루나가 우수하다. 두께와 웨빙 스트랩이 얇고 발이 훤히 드러나는 형태라 물에 젖어도 금세 마른다. 리자드는 스웨이드 가죽의 풋베드가 완전히 건조되기까지 시간이 제법 소요되어 아쉽다.

편의성을 따져보면, 신고 벗기 편한 제품은 차코다. 한 손으로 신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다른 제품보다 손이 훨씬 덜 가고 빠른 시간 내에 피팅이 가능하다. 가장 신고 벗기 까다로운 제품은 루나다. 스트랩이 얇아 모양이 딱 잡혀있는 스타일이 아니라 여러 번 손이 갈 수밖에 없다. 발목 스트랩을 연결할 경우 반대편 스트랩에 이은 후 벨크로까지 부착해야 해서 시간을 더 잡아먹는다.

디자인은 주변 여자사람의 의견을 취합했다. 루나와 차코가 막상막하. 차코는 상큼한 색상과 지그재그 패턴이 귀엽다는 의견이 많았고, 루나는 진리의 블랙, 깔끔한 디자인이 여기저기 휘뚜루마뚜루 잘 신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마지막은 가격. 루나가 가장 비싸다. 차코와 리자드는 12만9,000원으로 가격이 같다. 가격보다 중요한 것은 가성비다. 기자의 개인적인 소견은 차코에게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종합적으로 뭐가 가장 낫다고 콕 집어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 각자 우선순위도 다르고 취향도 다를 테니까. 다만 기사를 참고해서 보다 나은 선택을 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본다.

편의상 브랜드명으로 표기한다. 평가는 주관적인 견해이므로 절대적인 기준은 아님을 밝혀둔다.

제품 협찬 쎄로또레, 카라반캠프, 넬슨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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